'미-이란 전쟁 일주일' 호르무즈가 뚫려야 증시 산다[천조국리포트]

염현석 기자 2026. 3. 6.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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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운임'發 에너지 쇼크
LNG 가격 급등…아시아 산업 직격탄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가 글로벌 증시 가른다

(뉴욕=머니투데이방송) 염현석 특파원 =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이 일주일째 이어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시선이 중동의 좁은 해협 하나로 모이고 있다. 바로 호르무즈 해협이다. 이곳은 세계 원유 수송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해상 통로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가 1970년대 오일쇼크처럼 장기적인 에너지 위기로 번질지, 아니면 1990년 걸프전처럼 단기 지정학 이벤트로 끝날지를 놓고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까지의 흐름을 보면 이번 충격은 단순한 유가 급등이 아니라 보험·운임·LNG 가격이 동시에 움직이는 복합 에너지 쇼크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가보다 무서운 ‘도착가격’…보험·운임이 에너지 가격 밀어 올린다
이번 사태의 가장 큰 특징은 원유 생산 자체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수송이 막히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와 콘덴세이트는 하루 약 2000만 배럴 수준으로 세계 석유 소비의 약 20%에 해당한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물량의 대부분이 아시아로 향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호르무즈를 지난 원유의 약 84%가 아시아로 이동하며 중국·인도·일본·한국 네 나라가 약 69%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호르무즈에 차질이 발생하면 단순히 국제유가만 오르는 것이 아니라 아시아 국가들이 실제로 지불해야 하는 에너지 가격이 동시에 상승한다. 원유 가격뿐 아니라 전쟁 위험 보험료(war-risk premium)와 해상 운임이 함께 뛰기 때문이다. 즉 시장이 체감하는 가격은 국제유가가 아니라 운임과 보험이 더해진 ‘도착가격(CIF)’이다. 전쟁 상황에서 보험이 끊기면 선박 자체가 출항할 수 없기 때문에 선주들은 “유가가 얼마인가”보다 “출항이 가능한가”를 먼저 고민하게 된다. 결국 이번 에너지 충격은 유전이 아니라 항로와 항만에서 시작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LNG 가격 급등 변수…'3차 오일쇼크' 촉발 가능성
시장에서는 특히 LNG 가격 움직임을 주목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에는 원유와 가스 가격 상승이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자극했지만 이번에는 LNG 가격이 더 큰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아시아 LNG 현물 가격 지표인 JKM은 최근 약 68% 급등해 100만BTU당 25달러 수준을 기록하며 3년 만의 최고치를 나타냈다. 배경에는 카타르의 생산 차질이 있다. 카타르는 세계 최대 LNG 수출국 중 하나이며 수출 물량의 대부분이 아시아로 향한다.

원유는 일정 부분 재고 조정이나 대체 공급이 가능하지만 LNG는 전력 생산과 산업 가동에 직접 사용되기 때문에 가격 상승이 곧바로 경제에 영향을 준다. 특히 아시아 전력 시장은 LNG 의존도가 높아 가격 상승이 전력요금과 산업 생산비로 빠르게 전가될 수 있다. 여기에 화학·철강 등 에너지 집약 산업의 생산비가 즉각 상승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LNG발 오일쇼크’로 확산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호르무즈 막히면 아시아 직격탄…무역·물가·환율 동시 충격
현재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는 200척이 넘는 선박이 통과하지 못한 채 대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 자체가 멈춘 것은 아니지만 선박 적체가 이어지면서 실제 시장에 공급되는 물량은 줄어드는 상황이다.

카타르는 LNG 생산시설 가동을 멈추며 불가항력을 선언했고 이라크는 저장 공간 부족으로 일부 생산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쿠웨이트도 적재 과정에서 차질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구조가 장기화되면 가장 큰 충격을 받는 지역은 아시아다. 한국과 일본, 중국 등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은 석유의 약 70% 이상을 중동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LNG 수입 비중도 세계 상위권이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제조 원가 상승과 물가 압력으로 이어지고 환율 변동까지 촉발할 수 있다. 결국 아시아 경제 전반이 무역·물가·환율 충격을 동시에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호르무즈 정상화 여부가 증시 방향 결정할 것
역사적으로 에너지 위기는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1973년 1차 오일쇼크 당시 국제유가는 약 4배 상승했고 미국 증시는 40~50% 가까이 하락했다. 반면 1979년 2차 오일쇼크는 경제 충격은 컸지만 금융시장 붕괴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또 1990년 걸프전에서는 유가가 단기간 급등했지만 해상로가 빠르게 안정되면서 금융시장도 몇 달 만에 회복됐다.

현재 시장이 주목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호르무즈 해협 통과가 빠르게 정상화될 경우 이번 사태는 단기 지정학 충격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봉쇄가 장기화되고 중동 원유 공급이 실제로 감소하기 시작하면 1970년대형 에너지 위기로 확대될 수 있다.

결국 글로벌 금융시장이 던지는 질문은 하나다. 이번 위기가 1973년형 오일쇼크인가, 아니면 1990년형 지정학 이벤트인가. 그리고 그 답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 역시 하나다. 바로 호르무즈 해협의 정상화 여부다. 결국 2026년 글로벌 증시의 방향은 유가가 아니라 호르무즈 해협의 정상화 속도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염현석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