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미어캣 한 마리 데려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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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코스에 가면 참 바쁘다.
먹이를 찾는 동안에도, 장난을 치는 순간에도, 한두 마리의 미어캣은 상체를 곧추세운 채 사방을 훑는다.
그 미어캣은 가장 위험한 자리에 서 있지만, 동시에 무리를 가장 안전하게 지켜주는 존재다.
드라이버보다 먼저 꺼내야 할 건 헤드커버도, 거리측정기도 아닌 머릿속에 세워 둔 미어캣 한 마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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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한국] 골프코스에 가면 참 바쁘다. 티샷은 멀리 보내야 하고, 세컨드는 핀을 겨눠야 하고, 퍼팅은 들어가야 한다. 그러다 보면 코스를 찬찬히 보는 시간은 거의 없다. 공 놓고, 얼추 보고, 바로 스윙한다. 결과는 물으나 마나다.
이럴 때 떠올려볼 동물이 하나 있다. 미어캣. 아프리카 나미비아의 칼라하리사막에서 만나는 미어캣은 약자(弱者)다. 날카로운 발톱도, 위협적인 이빨도 없다. 사막의 수많은 포식자 앞에서 미어캣은 언제든 먹잇감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미어캣은 살아남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무리 속 누군가가 반드시 '보는 역할'을 맡기 때문이다.
먹이를 찾는 동안에도, 장난을 치는 순간에도, 한두 마리의 미어캣은 상체를 곧추세운 채 사방을 훑는다. 그 모습은 마치 수용소의 서치라이트처럼 빈틈이 없다. 그 미어캣은 가장 위험한 자리에 서 있지만, 동시에 무리를 가장 안전하게 지켜주는 존재다.
골퍼들에게도 이 미어캣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아마추어 골퍼는 '치기'에만 몰두한다. 스윙, 비거리, 탄도, 신제품 클럽 이야기로 라운드를 채운다.
하지만 스코어를 무너뜨리는 진짜 포식자는 따로 있다. 바람, 라이, 해저드, 그리고 자신의 욕심이다. 이 모든 것을 미리 감시하는 역할이 없을 때 골퍼는 쉽게 보이지 않는 포식자에게 잡아먹힌다.
티잉 그라운드에서 한 번만 물어보자. "OB는 어디지?" "저 벙커에 빠지면 무슨 일이 생길까?" "굳이 여기서 드라이버를 쳐야 하나?"
이런 질문을 하기 전에 이미 스윙에 들어가면 그날은 미어캣 없이 사막에 나서는 것이나 다름없다.
스코어가 잘 나오는 사람들을 보면 대단한 샷을 거의 안 한다는 점이다. 대신 큰 사고를 안 낸다. 핀을 직접 안 보고 그린 가운데, 무리한 투온 대신 편한 레이업, 애매하면 한 클럽 더 잡고 스윙 반만, 이런 식이다. 바로 '미어캣 골프'다.
프로 선수들이 라운드 내내 느리게 움직이는 이유는 기술 때문만이 아니다. 그들은 늘 한발 물러서 코스를 바라본다. 어디가 위험한지,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 오늘은 어떤 싸움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먼저 살핀다. 캐디와 나누는 짧은 대화 속에는 '지금 치지 말아야 할 선택지'가 더 많이 들어 있다.
좋은 골프는 용감한 골프가 아니라, 경계하는 골프다. 미어캣처럼 잠시 멈춰 서서 사방을 둘러보는 골퍼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이번 주말 라운드에서는 샷 하나 줄이려고 애쓰지 말고, 샷 하기 전에 5초만 서서 주위를 둘러보는 습관을 갖자. 드라이버보다 먼저 꺼내야 할 건 헤드커버도, 거리측정기도 아닌 머릿속에 세워 둔 미어캣 한 마리다. 포식자가 지배하는 사막에서 미어캣이 살아남듯, 골프장에서 오래 즐길 수 있는 골퍼는 결국 '서치라이트를 켤 줄 아는 사람'이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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