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가격전쟁’…현대차, 테슬라 잡았다

강주현 2026. 3. 6.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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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ㆍ기아, 지난달 역대급 실적
라인업 확대ㆍ금융 혜택 전략 적중
테슬라 모델Y, 단일차종 판매 1위
브랜드 전체 실적 등은 국산차 압승
EV3ㆍ5 모델 흥행…아이오닉9 가세

[대한경제=강주현 기자]테슬라의 공격적 가격인하에 국내 전기차 시장이 잠식당할 것이란 우려가 컸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현대차와 기아가 오히려 역대급 실적을 쏟아냈다. 라인업 확대와 파격적 금융 프로모션으로 맞불을 놓은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5일 업계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 모델Y가 판매 1위(7015대)를 차지했지만, 2위 이하 상위권엔 전부 국산차가 이름을 올렸다. 기아 PV5(3967대)ㆍEV3(3469대)ㆍEV5(2524대)ㆍEV4(1874대), 현대차 아이오닉5(3227대)ㆍ아이오닉9(1751대)ㆍ아이오닉6(1571대)ㆍ포터 일렉트릭(1671대) 등이다.

사실상 상용 모델인 PV5와 포터를 빼도, EV6(1000대)ㆍ레이EV(880대)ㆍ무쏘EV(842대)ㆍ코나 일렉트릭(694대)까지 국산 전기차 이름이 이어졌다. 수입차로는 BYD 씨라이언7(621대)이 10위권 밖에 간신히 이름을 올린 정도다.

브랜드별로 보면 격차가 더 뚜렷하다. 기아는 2월 전기차 1만4488대를 판매하며 사상 최초로 월 1만대를 돌파, 역대 월 최다 기록을 세웠다. 현대차도 9956대로 1만대에 육박했다. 테슬라(7868대)는 기아는 물론 현대차에도 뒤처졌다. 테슬라는 모델Y(7015대)와 모델3(827대) 등 사실상 모델Y 한 차종에 의존하는 구조인 반면, 기아는 EV3부터 EV9ㆍPV5ㆍ레이EV까지 9개 차종에서 골고루 판매 성과를 냈다.

연초만 해도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테슬라코리아가 모델Y 가격을 트림별로 300만원 이상 인하하며 가격 공세를 펼쳤기 때문이다. 지난해 모델Y가 수입차 단일 차종 판매 1위(5만405대)에 오르며 현대차 전기 승용차 전체 판매량(5만4034대)에 육박한 전례까지 있어 위기감은 더 컸다.

그러나 현대차와 기아는 전방위 대응으로 위기론을 불식시켰다. 기아는 EV3ㆍEV4에 0%대 초저금리 할부를 적용하고, EV5 롱레인지ㆍEV6의 가격을 280만~300만원 인하했다. 실구매가 3400만원대의 EV5 스탠다드 모델을 새로 내놓은 데 이어, 2월에는 EV3ㆍEV4ㆍEV5 GT 등 고성능 라인업까지 출시하며 선택지를 넓혔다.

현대차도 36개월 유예형 할부 금리를 5.4%에서 2.8%로 대폭 낮추고, 트레이드인 등 각종 할인을 합쳐 최대 약 600만원 상당의 혜택을 제공했다. 이달부터는 아이오닉9의 ‘올해의 차 3관왕’ 달성을 기념해 승용 전기차 100만원 추가 할인 등 프로모션을 더 강화한 상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EV3는 합리적인 가격대에 기아 전기차 특유의 상품성을 갖춘 모델로 꾸준한 대기 수요가 있었고, 0%대 저금리 할부가 더해지면서 실질 구매 부담이 크게 낮아졌다”며 “EV5도 롱레인지 모델 가격을 280만원 인하하면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점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반기 보조금 접수 본격화와 맞물리면서 그간 구매를 미뤄왔던 대기 수요가 집중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조금 구조도 국산차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아이오닉5ㆍ6, EV3ㆍ4ㆍ5 등 국산 주력 모델은 서울시 기준 700만원 이상의 보조금이 지급되지만, 모델Y 판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프리미엄 RWD(후륜구동)는 221만원에 그친다. 에너지밀도 등을 기준으로 보조금을 산정하는 구조상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Y RWD에 불리하기 때문이다.

다만 위기가 완전히 지나간 것은 아니다. 테슬라는 감독형 FSD(완전자율주행) 등 소프트웨어 경쟁력에서 앞서고 있고, 모델Y 라인업 확대 가능성도 남아 있다. 보조금 격차가 480만원 이상인데도 모델Y가 차종별 1위를 차지할 만큼 테슬라의 가격 경쟁력도 상당하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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