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150만원 따박따박?” 믿었다가…석 달 만에 퇴직금 10% 날린 ‘월배당 ETF’
표면 보수 연 0.01% 광고 이면엔 숨은 비용 최대 60배…커버드콜 원금 침식 주의보
금융감독원 예금 오인 마케팅 엄단…“투자 전 설명서 작은 글씨 확인해야 지갑 지킨다”
5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증권사 객장. 얼마 전 직장을 퇴직한 김모(59) 씨의 스마트폰 주식 앱 화면에는 파란불이 선명하다. “매달 150만원씩 꼬박꼬박 통장에 꽂힌다는 직원의 말만 믿었는데, 석 달 만에 피 같은 퇴직금 10%가 허공으로 증발했다”며 그는 분통을 터뜨렸다.

위험은 이미 데이터로 증명된다. 국가데이터처·한국은행·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은퇴 가구의 주식·펀드 등 위험자산 투자 비중은 전년보다 1.2%포인트 상승하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노후 소득 공백을 메우기 위해 고령층 자산이 대거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으로 유입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 한국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2026년 1월 말 기준 국내 ETF 순자산총액은 303조원을 넘어섰다. 2021년 말 73조원에 머물렀던 시장이 약 4년 만에 4배 넘게 불어났다.
지난해 기준 일평균 거래대금은 5조5000억원으로 코스피 전체 거래대금의 약 44% 수준이다. 국민 투자처로 자리 잡았지만, 덩치 키우기에 혈안이 된 마케팅이 투자자의 눈을 가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예금 아닌 ‘투자상품’…원금 갉아먹기 주의
그래서 왜 이런 ‘착시 현상’이 시장을 뒤덮었을까. 자산운용사들이 한정된 파이를 두고 점유율 경쟁에 사활을 걸면서, 복잡한 파생상품 구조나 환율 변동 리스크는 상품 설명서 뒤편으로 밀어냈기 때문이다. 대신 수수료를 떼어 가면서도 마치 ‘확정 수익’처럼 포장한 광고가 전면에 등장했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 마케팅 담당자는 “솔직히 운용보수보다 매매 중개 수수료 등 기타 비용으로 빠져나가는 돈이 더 많을 때도 있다”며 “경쟁사들이 자극적으로 영업하니 우리도 ‘업계 최고 배당’ 타이틀을 걸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털어놨다.
사태가 커지자 금융감독원이 직접 경고에 나섰다. 금감원은 최근 ETF 투자 시 원금 손실 가능성과 과장 광고에 대한 소비자 유의사항을 공식 발표했다.
당국이 가장 강하게 지적한 대목은 ETF를 은행 예금처럼 묘사하는 광고다. “예금만큼 안전한 만기 채권 ETF”, “1억원을 넣으면 월 150만원 확정” 같은 문구가 대표적인 적발 사례로 꼽혔다.
◆커버드콜과 환율 변동의 ‘함정’
자금이 몰리는 ‘커버드콜 ETF’의 수익률 착시도 경계 대상이다. 특정 상승장 구간의 성과만 부각하거나 연간 목표 분배율을 확정 이자처럼 홍보하는 행태가 대표적이다. 실제 하락장에서는 원금이 깎이고 상승장에서는 이익 상단이 제한되는 구조다.
이는 장기적으로 시장 평균 수익률을 밑돌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뜻한다. 은퇴자들 사이에서 “매달 받는 분배금이 알고 보니 내 퇴직금 원금을 쪼개서 주는 ‘제 살 깎아먹기’였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해외 주식형 ETF 투자 시 발생하는 환차손 위험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환노출형 상품은 해외 주식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 환차손이 발생해 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다.
◆실질 비용 따지는 냉혹한 셈법 필요
광고 전면에 내세운 운용보수만 믿어서도 안 된다. 금융투자협회 공시(2026년 2월 기준)에 따르면 일부 월배당 ETF의 표면 운용보수는 연 0.01% 수준이지만, 실제 투자자가 부담하는 총비용비율(TER)은 매매 중개 수수료 등을 포함해 연 0.5~0.6% 수준까지 올라가는 사례도 있다.
보수 ‘제로’에 가까운 숫자는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마케팅용 미끼에 불과하며, 실제로는 잦은 매매로 발생하는 비용이 투자자의 지갑을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는 셈이다.

결국 퇴직금을 지키려면 매수 버튼을 누르기 전 냉혹한 셈법을 적용해야 한다. 다시 여의도 객장, 스마트폰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던 김 씨가 한숨을 쉬며 주식 앱을 종료한다.
상품 설명서 맨 아래, 보일 듯 말 듯한 작은 글씨로 적힌 “운용 결과에 따른 손실은 투자자에게 귀속됩니다”라는 한 줄의 문장. 그것은 노후 자산 증식을 꿈꾸는 모든 투자자의 지갑을 향한 가장 차갑고도 현실적인 경고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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