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고졸 실업팀 입단의 주인공' 김찬호 감독, 선수·지도자 거쳐 52년 함께 한 배구와 작별.[pick]
■LG화재 최연소 감독 거쳐 경희대서 25년 동안 후배 선수 지도
■가족에 대한 감사와 새로운 삶의 시작 다짐


【발리볼코리아닷컴=김경수 기자】"되돌아보니 배구 인생만 52년이 됐네요." 김찬호 경희대 배구 감독이 길었던 지도자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김 감독은 지난달(2월) 28일 경희대에서 정년 퇴임했다.
김 감독은 정년에 앞서 앞서 경희대 배구부 지휘봉을 내려놨다. 이행 코치가 새로운 감독이 됐고 김 감독은 일선에 물러나 후배 지도자를 도왔다.
김 감독은 선수 시절 '1호' 사례 주인공이기도 했다. 경북사대부고 졸업반 당시 대학이 아닌 실업팀에 입단한 첫 선수가 됐다.
박철우 현 V리그 우리카드 코치(감독 대행)이 지난 2004년 당시 실업팀 현대캐피탈에 입단했는데, 이에 앞서 김 감독이 고졸 선수의 성인 배구 무대 직행이라는 길을 개척했다.
김 감독은 1983년부터 1994년까지 금성사(현 V리그 KB손해보험 전신)에서 아포짓 스파이커로 11년 동안 뛰었다. 선수 은퇴 후 1994년 여자 실업팀인 선경 코치를 맡으며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3년 뒤 친정팀인 LG화재로 돌아와 故 김갑제 감독과 함께 코칭스태프로 있었다(금성사는 LG화재, LIG손해보험으로 소속이 바뀌었다).
김 감독은 1999년 당시 남녀 실업팀을 통틀어 최연소 사령탑이 됐다. 1998년 슈퍼리그 도중 김갑제 감독이 물러나면서 감독 대행이 됐다가 대행 '꼬리표'를 떼고 지휘봉을 잡았다. 만 36세의 나이로 당시 국내 배구 최상위리그인 실업팀 정식 감독이 됐다.


김 감독은 프로 출범을 한 해 앞둔 2004년 LG화재 지휘봉을 내려놓고 모교로 갔다. 그는 선수 생활을 하면서 경희대에 진학했는데 이 또한 특별한 케이스였다.
운동 특기가 아닌 일반 전형으로 입학했다. 그리고 그는 공부하는 지도자로도 잘 알려졌다. 대학 졸업 후 석사와 박사 과정까지 모두 밟았다. 운동과 학업을 병행했다. 이런 노력은 대학부 감독들 중에서도 1호 박사 출신 지도자가 됐다.


김 감독은 무엇보다 "어머니와 약속을 지킬 수 있어 뿌듯했다"며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지금까지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수와 지도자까지 생활하는 동안 아내와 두 아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이 든다"며 "가족의 이해와 배려가 도태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힘이 됐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박기원 현 태국남자배구대표팀 감독이 한국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었을 때는 대표팀에서 코치로서도 활동했으며, 2013 카잔 하계유니버시아드 배구 국가대표팀 감독도 맡았다. 또한 대한배구협회에서도 실무 부회장을 비롯해 한국대학배구연맹 부회장, 한국대학배구연맹 전무이사 등으로 일한 경력이 있다.
김 감독은 "이제 배구와 인연에 마침표를 찍고 또 다른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살아가겠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김 감독이 정년 퇴임한 뒤 지인들에게 보낸 글 전문이다.
퇴임.
배구 인생 52년.
돌아보니 배구가 곧 제 삶이었습니다.
국민학교 4학년, 열 살 소년이 우연한 기회로 배구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열아홉 살, 홀로 고향을 떠나 프로 선수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12년간 선수로 코트를 지켰고,
1994년 은퇴 후 선경배구단 코치로 지도자의 길에 입문했습니다.
1997년 LG배구단 코치로 이직하여,
1998년에는 LG배구단 최연소 감독으로 부임했습니다.
2001년 경희대학교 배구감독으로 자리를 옮겨
2026년 2월28일 이렇게 퇴임을 맞이합니다.
고향을 떠난 지 42년.
타향에서 보낸 세월이 제 청춘이었습니다.
한국 배구 최초로
고등학교 졸업 후 프로팀에 1호로 진출했고,
현역 지도자 1호 박사가 되었으며,
최연소 프로팀 감독이라는 영광도 안았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기록보다 제 마음 깊이 남아 있는 것은
"반드시 성공해서 돌아오라"는 어머니와의 약속이었습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수많은 서러움과 눈물을 삼키며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들을 견디고 또 견뎠습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마음을 붙잡고
버티고 또 버티다 보니
타향에서 환갑을 맞이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니
52년 배구 인생은 제게 가장 큰 선물이었습니다.
그 시간 덕분에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행복을 누릴 수 있게 되었으니
후회 없는 타향살이였습니다.
지도자로 32년.
도태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힘은
사랑하는 가족의 이해와 배려였습니다.
사랑하는 아내에게 깊이 감사드리고, 건우, 광우.
이렇게 멋지고 반듯하게 자라준 두 아들에게도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제 저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을 준비하려 합니다.
조금은 쉬어가며,
인생이 주는 또 다른 보상과 휴식을 누리며
남은 삶을 살아가고자 합니다.
배구는 제 삶이었고,
이제 그 삶을 아름답게 내려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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