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같이 찾아온 세 쌍둥이… 각기 다른 모습으로 자라 신기해요”

김아사 기자 2026. 3. 6.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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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행복입니다]
[아이들이 바꾼 우리] 김고은·이수동 부부
지난달 27일 김고은, 이수동씨 부부가 자택에서 삼둥이 민준(왼쪽부터), 민재, 민찬이와 함께 웃고 있는 모습. 부부는 “아이들이 자기들끼리 조잘조잘 얘기하는 모습을 보는 게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김지호 기자

지난달 27일 인천 부평구의 한 아파트. 복도 한편에 접혀진 유모차 세 대가 가지런히 놓여 있는 집이 보였다. 안으로 들어서니 똑 닮은 남자아이 세 명이 현관으로 뛰어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다. 지난 2022년 2월 한날 태어난 삼둥이 형제 민재, 민준, 민찬이다.

이날은 마침 세 형제가 다니는 어린이집이 방학인 날이었다. 엄마 김고은(43)씨와 아빠 이수동(42)씨는 “셋이라 그런지 아이들이 서로 잘 논다. 그 덕에 요즘은 육아가 좀 덜 힘들어졌다”며 웃었다.

부부는 이란성 삼둥이인데도 세 아이가 각기 다른 특별한 모습으로 자라는 게 신기하고 행복하다고 했다. 엄마 김씨는 “민재는 그림을 잘 그리고, 민준이는 언어나 숫자에 관심이 많다. 민찬이는 활발하기도 하고 사교성이 풍부하다”고 했다. 옆을 보니 베란다 유리창엔 민재가 그린 그림이 붙어 있고, 민찬이는 아빠에게 다가가 노래를 부르며 놀아 달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부부가 처음부터 아이 셋을 낳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다. 두 사람은 지인의 소개로 만나 2018년 결혼했는데 당시 김씨의 나이는 30대 중반이었다고 한다. 그는 “늦은 출산이라 생각해 서둘러 아이를 낳고 잘 키우자는 생각만 했다”고 말했다.

아이를 갖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세 번의 시험관 시술을 진행했지만 아이는 찾아오지 않았다. ‘이번에도 안 되면 포기하자’란 생각을 했을 때, 비로소 세 아이가 찾아왔다. 김씨는 “처음엔 병원에서 쌍둥이라고만 얘기했다”며 “그런데 그다음 주에 애가 하나 더 보인다고 하더라. 온 가족이 깜짝 놀랐다”고 했다. 아빠 이씨는 “애들이 많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세 쌍둥이는 생각도 못했다”고 했다.

난산(難産)에 대한 걱정도 있었지만, 다행히 아이들은 별다른 이상 없이 엄마 배 속에 있다가 첫째가 나온 뒤 둘째와 셋째가 각각 3분, 10분 간격으로 세상에 나왔다고 한다. 김씨는 “아이가 셋이니 뱃속에 있을 때 세 배로 움직이고 입덧도 더 심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 순간도 참 행복하고 소중했다”고 했다. 아빠 이씨는 “엄마한테 고생을 덜 시키려고 아이들이 바로바로 나와줘서 너무 고맙다”고 했다.

현재 이씨는 엘리베이터 유지·보수 회사에 다니고, 김씨는 아동 인권 강사로 일한다. 엄마 김씨는 “원래 치위생사였는데, 시험관 시술을 준비하면서 그만뒀다”며 “출산 후엔 아이가 셋이다 보니 육아와 병행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아동 인권 강사 일을 하게 됐다”고 했다. 우연히 집 앞에 붙은 모집 현수막을 본 뒤 부평구청에서 넉 달가량 관련 교육을 받고 공부해 강사가 된 것이다. 그는 “엄마가 되니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달라지더라”며 “배우고 공부하는 게 아이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 경제적으로도 혼자 일하던 남편을 도울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세 쌍둥이는 서로 형, 동생으로 부르지 않는다. 서열이 나뉘고 장남에게 부담이 갈 수 있다는 엄마 김씨의 교육관 때문이라고 한다. 김씨는 “장남, 차남 이런 구분보다 애들이 친구처럼 평등하게 지내는 게 더 좋다고 생각됐다”면서 “제가 고집을 부린 면도 있는데 남편이 그런 생각을 따라줘 고마웠다”고 했다.

부부는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것’을 둘만의 원칙으로 정했다. 이들은 “아이들에게 너무 어릴 때부터 교육으로 압박을 주고 싶지 않다”며 “여유를 부리는 것 아닌가라는 걱정도 있지만, 이것저것 먼저 가르치는 건 피하고 있다”고 했다. 아이들 역시 엄마 아빠와 함께 그림을 그리거나 어울리는 시간을 제일 좋아한다.

부부와 세 쌍둥이가 사는 보금자리는 지난 2023년 말 입주한 신축 아파트다. 아이들이 많을수록 가점이 높아 유리한 청약 제도 특성상 아이들이 많은 곳이다. 쌍둥이는 흔하다고 말할 정도. 김씨는 “주변에 또 다른 삼둥이 가정이 있는데, 함께 스튜디오에 가서 사진을 찍기로 했다”며 “육아 방법이나 고민을 나눌 또래가 있어서 많은 도움을 받는다”고 했다.

그렇다고 고민이 없는 건 아니다. 아이 셋을 키우다 보니 경제적인 부분이나 육아휴직 등 현실적 벽을 마주할 때도 있다. 이씨는 “대기업은 육아휴직 등을 쓰는 게 문제없을 수 있지만 중소·중견 기업은 아직 문화가 완전히 정착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이씨 역시 회사 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육아휴직을 쓴 직원이었다고 한다. 그는 “저는 세 쌍둥이 아빠여서 허락이 떨어졌지만, 아이가 하나였다면 어땠을까란 생각이 들었다”며 “남자도 육아를 위한 휴직 등을 좀 더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씨는 “국가에서 내놓는 다자녀 가구 관련 지원책이 없는 건 아니지만, 좀 더 체감될 만한 실질적인 지원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부부는 아이들이 부쩍 커버리는 게 기쁘면서도 아쉽다고도 했다. 김씨는 “최근엔 아이들을 재우고 나오면 자기들끼리 조잘조잘 얘기를 하며 웃는다”며 “매일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순간이니 행복을 즐기려 한다”고 했다. 이씨는 “부모로서 처음이라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걸 느낀다”며 “아이를 낳아 키우는 기쁨이 어떤 것보다 더 크다는 걸 꼭 말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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