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바꾸겠단 스타트업은 망하죠”…겉멋 경고한 ‘CEO의 선생님’

박태일 기자(ehtwelve@mk.co.kr) 2026. 3. 5.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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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블랙·플라야 등 국내 주요 테크 스타트업 100여 곳을 코칭하며 '최고경영자(CEO)들의 선생님'으로 불리는 오탁민 타키(TAKY LLC.) 대표는 리더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명료함'을 꼽는다.

그는 두 곳의 스타트업 창업을 거쳐 쿠팡에서 제품 총괄로 쿠팡이츠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키워냈고 현재는 테크 기업 창업가들의 코칭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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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100여곳 창업자문 오탁민
기업 리더의 중요한 덕목은 ‘명료함’
거창한 목표 세우고 스스로 믿게 돼
명료치못한 지시·보상, 기업엔 함정
“많은 창업가가 돈을 벌고 싶어 벤처에 뛰어듭니다. 근데 겉으로는 세상을 바꾼다고 말해요. 이 ‘명료하지 않음’이 지금도 많은 기업을 병들게 하고 있습니다”

롱블랙·플라야 등 국내 주요 테크 스타트업 100여 곳을 코칭하며 ‘최고경영자(CEO)들의 선생님’으로 불리는 오탁민 타키(TAKY LLC.) 대표는 리더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명료함’을 꼽는다. 그는 두 곳의 스타트업 창업을 거쳐 쿠팡에서 제품 총괄로 쿠팡이츠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키워냈고 현재는 테크 기업 창업가들의 코칭을 진행하고 있다. 오 대표는 “투자를 받고 인큐베이팅을 거치며 거창한 질문에 반복 노출되다 보면 창업자들은 어느 순간 원대한 서사를 꾸며내고 스스로도 믿게 된다”며 “조직의 목표와 창업자 개인의 동기가 어긋나는 순간, 회사는 성장의 함정에 빠진다”고 말했다.

오 대표가 정의한 ‘명료함’은 리더의 말과 행동, 그리고 보상 동기가 일치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그는 “명료한 리더란 어떤 행동에 좋은 피드백을 줄지, 어떤 가치를 우선할지를 분명히 알고 있는 사람”이라며 “이 지점에서 어긋나기 시작하면 조직 전체가 방향을 잃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모호한 조직에서는 직원들에게 잘못된 신호가 전달되고 결국 조직의 역량이 분산될 수 있다는 의미다. 많은 스타트업이 사업을 만들어내는 단계까지는 빠르게 성장하지만, 조직을 확장하는 단계에서 성장 속도가 둔화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명료함의 부재가 가장 먼저 드러나는 영역으로 인재 관리를 꼽았다. 오 대표는 “리더들이 ‘일 못하는 직원’에 대한 푸념은 늘어놓으면서도 정작 ‘일을 잘한다’는 게 무엇인지 스스로 정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런 조직은 결국 기업문화가 아닌 CEO의 순간순간의 판단에 따라 인재 관리가 이뤄지기 쉽다. 그는 “기준이 없으면 ‘성과’가 아니라 ‘취향’으로 사람이 뽑히고 평가된다”며 “CEO가 자기와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것을 문화라고 착각하기 쉽다”고 말했다. 평가와 보상의 기준이 불분명할수록 조직은 성과보다 CEO가 보내는 일관되지 않은 신호를 해석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쓰게 된다.

그는 이런 불일치가 벌어지는 이유로 크게 두 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창업자의 잘못된 포부에서 오는 문제다. 소위 말해 미국 실리콘밸리식 ‘겉멋’에 취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 창업문화 자체가 세상을 바꾸는 거창한 이유에 대해 ‘이야깃거리’를 만들려는 교조적인 성향이 강하다”며 “이처럼 ‘꿈의 아웃소싱’을 해버리면 임직원도 소비자도 금세 가짜라는 것을 눈치채고 만다”고 말했다.

둘째는 창업자 역량의 한계다. 그는 “많은 스타트업이 사업을 만들어내는 초기 단계에는 성공하지만, 조직을 확장하는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는다”고 진단했다. 이어 “회사가 커지려면 개별 제품의 출시보다 그 제품을 지속해서 만들 수 있는 구조, 즉 일종의 공장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좋은 인재가 지속적으로 들어오고 머물 수 있는 프로세스와 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업 확장 단계에서 창업자에게 필요한 역량은 창의성이 아니라 유연성이라는 해석이다.

끝으로 오 대표는 ‘명료한 리더십’이 스타트업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조직 규모는 작아지고 전통적인 위계 중심 구조가 약해지면서 개개인의 명료함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과거에는 위계가 분명한 조직 안에서 상명하복식 의사 결정이 많았지만 지금은 서로 다른 조직과 개인이 협업하는 구조”라며 “일하는 의도와 관점을 명료하게 전달하지 못하면 결과물의 방향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각자가 작은 조직의 리더로 살아가야 하는 시대, 명료함은 선택이 아니라 기본 소양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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