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스토리] 17년간 WBC 본선 좌절… 설욕 나선 한국 야구
죽여주는 게 필요하다
2006년 3위, 2009년 준우승을 끝으로 조별리그 줄줄 탈락
일본·대만전 ‘8강 분수령’… 류지현 감독 “최정예팀 구성”
경인구단, 작년 KBO 돌풍 LG·한화 이어 가장 많이 선발
안현민 날카로운 공격력에 노경은의 노련함 등 기대감도
최근 국제경기마다 실망스러운 모습에… 대표팀 ‘새 각오’

전 세계 야구 강국들의 축제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5일 조별리그를 시작으로 화려한 막이 올랐다. 특히 지난해까지 KBO리그 2년 연속 1천만 관중 돌파 기록을 이어온 한국 야구가 국민스포츠로 자리잡은 가운데, WBC가 흥행을 더할지, 아니면 찬물을 끼얹을지 관심이다.
명예회복 나선 대표팀, 과거 영광 재현
이번 대표팀의 각오는 ‘설욕’과 ‘명예 회복’이다. 한국은 최근 17년간 WBC 본선에 오르지 못했다. 대회가 창설된 2006년 3위, 2009년 준우승을 거뒀지만 2013년, 2017년, 2023년 모두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2021년 도쿄 올림픽 6개 나라 중 4위, 2024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조별리그 탈락 등 국제대회에서 고개를 떨구고 있다. 이에 류 감독은 최정예 코치진과 선수들을 발탁해 이번 대회에서 반드시 본선에 진출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16년 만에 야구 대표팀에 복귀한 류현진(한화 이글스)을 비롯해 노경은(SSG 랜더스)이 대표팀의 기둥을 맡는다.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김혜성(로스앤젤레스 다저스) 등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뛰는 선수들도 합류했다. 한국계 선수들인 저마이 존스(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셰이 위트컴(휴스턴 애스트로스), 데인 더닝(시애틀 매리너스)도 평가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6일 WBC 대표팀 기자회견에서 조계현 KBO 전력강화위원장은 “가장 경쟁력 있는 선수들로 구성했고, 주요 상대 팀에 맞춰서 투입할 수 있는 포지션 선수들을 선발했다”며 “특히 대만이나 일본에 초점을 맞춘 구성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투수 강팀’ 경인구단의 주요 선수들

이번 대표팀의 강점은 날카로운 공격력이 꼽히는데 안현민이 그 중심이 됐다. 지난 시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안현민은 이미 1·2차 캠프와 연습경기에서 파괴력을 보여줬다. 안현민은 2003년생 동갑내기 김도영(KIA 타이거즈)과 핵심 타선을 맡을 전망이다.
지난 3일 일본프로야구(NPB) 오릭스 버팔로스와의 평가전에서 2회초 2사 1·3루 상황에 김도영이 먼저 3점 홈런을 터뜨리자, 안현민이 9회초 마지막 타석에서 승부의 쐐기를 박는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안현민은 앞선 오키나와 캠프에서 5번의 연습경기 동안 만루홈런을 포함해 두 개의 홈런을 쏘아올렸다. 안현민은 국제무대에서 자신의 실력을 맘껏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고영표와 소형준도 토종 선발 에이스의 모습을 보여준다. 대표팀 최고령 선수인 인천 SSG랜더스의 노경은은 2013년 대회 이후 13년 만에 대표팀 마운드에 오른다. 사상 첫 3년 연속 30홀드를 기록한 노경은은 베테랑다운 관록을 보여줬다. 노경은은 지난 2일 NPB 한신타이거즈와의 경기 3회말에 등판해 삼자범퇴로 1이닝을 틀어막았다. 당시 한신 타자들은 배트 중심을 맞히지 못하는 등 노경은의 공 움직임과 완급 조절은 훌륭했다. 노경은은 류현진과 안정감을 무기로 대만전·일본전 등 주요 경기의 마운드를 지켜낼 전망이다.
마무리투수 조병현(SSG 랜더스)과 박영현은 한국계 선수 라일리 오브라이언의 낙마 후 뒷문을 걸어잠가야하는 임무를 맡았다. 대표팀 중간 계투진이 평가전에서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여왔기에, 류 감독은 불펜 에이스로 꼽히는 고우석·조병현·박영현에 기대를 건다.
WBC의 인기와 성적… 프로야구까지 이어질까
세계랭킹도 낮아졌다. 같은 C조에 속한 일본과 대만이 각각 1·2위에 위치했고, 미국이 3위, 한국은 4위다. MLB닷컴이 지난 3일 발표한 이번 대회 파워 랭킹에서도 일본과 미국이 1·2위로 꼽혔고 한국은 7위로 예상됐다. 그렇기 때문에 류 감독을 비롯한 선수들은 이번 WBC에 열중했다. KBO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은 지난 1월 사이판 캠프부터 함께하면서 전력을 다졌다. MLB에서 뛰는 선수들과 한국계 빅리거 선수들도 각자 소속팀에서 담금질을 한 뒤 지난달 말 모두 모여 완전체가 됐다.
류 감독은 지난 4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WBC 공식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기 많은 스포츠가 야구”라며 “최근 큰 국제 경기에서 실망을 드린 것도 사실이지만, 이번에는 (결선이 열리는) 마이애미까지 가서 좋은 경기로 팬분들께 기쁨을 선사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소형준도 “1천200만 관중이 오시는 한국 야구의 선발 투수로 그에 맞는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2009년 WBC에서 준우승을 하는 등 국제대회에서 성과를 내면 국내 야구 인기도 함께 올라갔다. 대표팀 선수들도 조 2위 이내로 조별리그를 통과하고 본선 무대인 미국 마이애미에 가겠다는 의지로 ‘비행기 세리머니’를 준비했다.
2년 연속 1천만 관중이 야구장을 찾는 상황에, WBC에서 한국 야구의 저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영선 기자 zero@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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