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의 핫스팟] 닉슨 독트린 베끼다 이란 불지른 트럼프

김현우 기자 2026. 3. 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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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스팟(HotSpot)'
닉슨 독트린의 재림
겉은 철수 속은 개입
얽히고설킨 중동 안보
나비효과 직격탄 우려
트럼프의 중동 정책은 닉슨식 '캥거루족 독립시키기'다. 발을 빼려 할수록 동맹 안보망을 대신 짜줘야 하는 개입의 역설이 생긴다. 펜듈럼을 줄이려는 '시스템 재설계'다. 출구를 꽉 닫지 않으면 유가 폭등이란 반동에 등짝을 맞는다. /챗GPT 제작 이미지

서른다섯 먹도록 안방을 차지한 '캥거루족' 아들을 둔 지인이 있다. 어느 날 그가 밥상머리에서 대폭발을 일으켰다. "언제까지 내가 네 뒷바라지를 해야 하냐. 당장 내 집에서 나가라. 이제부터 네 인생은 네가 알아서 살아라."

아버지는 드디어 손을 씻은 걸까.

아버지는 아들이 길거리에 나앉아 체면을 구길까 봐 원룸 보증금을 대주고 월세 자동이체를 걸어둔다. 심지어 아침에 못 일어날까 봐 알람 시계까지 사서 맞춰 준다.

아들을 쫓아내기 위해 아버지는 역설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아들의 삶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중동 정책의 본질이 딱 이렇다. "전쟁에서 발을 빼겠다"고 외치면서 왜 폭격기는 더 띄우는지 그 기막힌 모순의 속사정을 들여다본다.

닉슨의 선언: "아들아 이제 네 밥값은 네가 내라"

시간을 1969년으로 돌려보자. 당시 미국은 베트남이라는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었다. 이때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괌에서 중대 발표를 한다. 이른바 '닉슨 독트린'이다.

미국은 동맹을 지키지만 모든 전쟁을 대신 싸워주진 않겠다는 것이다.

현지 국가는 스스로 총을 들고 미국은 뒤에서 장비를 대주며 핵우산을 씌워주겠다는 의미다. 옛 소련이나 중국 같은 강대국을 상대해야 하니 국지전에 힘을 빼지 않겠다는 철저한 우선순위 재배치였다. 동네북 신세에서 벗어나기 위한 미국의 체질 개선 선언이었다.

트럼프의 데자뷔: 2026년판 닉슨 독트린

다시 2026년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기조는 '미국 우선주의'다. 최근 나오는 국가안보전략(NSS)을 보면 닉슨의 향기가 진하게 난다. 미국은 핵심 국익만 챙길 테니 나머지는 동맹국이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특히 중동이 그렇다. 중동에서 빠진다고 하면서 동시에 중동 국가끼리 통합 방공·미사일 방어망(IAMD)을 구축하라고 등을 떠민다. 지역 파트너에게 안보를 외주화하고 미국은 뒤에서 연결망만 관리하는 조정자로 물러서겠다는 발상이다.

여기까지 보면 닉슨과 트럼프는 평행이론이다. △과도한 개입으로 인한 피로감 △동맹의 자조 역량 강조 △자원 재배치 등 완벽히 같은 문법을 쓰고 있다.
닉슨과 트럼프의 공통점은 '미국이 다 해주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트랜서핑 관점에선 '개입 방식의 변경'이다. 떠나기 위해 지역 방어망을 깔아주는 모순적 개입이 필수다. 과거와 달리 지금 이 구조화에 실패하면 물가라는 거대한 펜듈럼이 지갑을 털어간다. /구글 제미나이 캔바스 제작 인포그래픽

트랜서핑의 역설: 왜 나가려는데 폭탄이 터질까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든다. 손을 뗀다면서 왜 중동에서 군사적 긴장은 더 올라가고 정리 명목의 타격은 계속되는 걸까. 트랜서핑(Transurfing)의 렌즈를 끼고 보면 이 촌극의 비밀이 풀린다.

닉슨이나 트럼프가 하는 건 사실 철수가 아니다. 개입 방식을 바꾼 것 뿐이다.

에너지의 법칙상 완전한 철수 선언은 거대한 '잉여 포텐셜'을 만든다. 빠지려고 발버둥 칠수록 미사일·해협 봉쇄·대리전 같은 변수들이 미국의 바짓가랑이를 붙잡는다. 균형력이 발동하는 것이다.

결국 손을 떼려면 캥거루족 아들에게 원룸을 구해주듯 지역 파트너가 감당할 수 있는 구조물을 먼저 깔아줘야 한다. 연결망과 정상화 프레임 등이다. 그 구조물을 까는 과정이 겉보기엔 요란한 개입이자 공습으로 나타난다. 전쟁이라는 펜듈럼의 에너지를 단번에 끄거나 분산시킬 장치를 빨리 완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닮았지만 다르다: 1969년과 2026년의 청구서 차이

트럼프 대통령이 간과해선 안 될 결정적 차이가 하나 있다.

닉슨 시절의 정리 작업은 미국의 부담을 동맹에 넘기는 수준에서 통제가 가능했다. 베트남에서 실패하면 지도를 다시 그리면 됐다.

한데 지금의 중동은 다르다. 이란·후티 반군·드론·호르무즈 해협·국제 유가 등 모든 게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지역에 맡긴다며 던져놓은 판이 삐끗하는 순간 그 나비효과는 글로벌 경제와 인플레이션이라는 거대한 펜듈럼을 타고 국민의 지갑으로 직행한다. 주유소 기름값이 날뛰는 꼴을 보게 될 것이란 얘기다. 과거보다 실패의 청구서가 날아오는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

닫히지 않은 문은 등짝을 때린다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주는 닉슨식 문법의 본질은 전쟁과 소모 등 펜듈럼을 줄이기 위한 미국의 시스템 재설계다.

하지만 이 화려한 리모델링이 성공하려면 짐을 싸서 나가는 그 순간 협상망과 안보망이라는 출구를 완벽하게 닫아야 한다. 엉거주춤 문을 열어두고 나가다간 균형력의 거센 맞바람에 문이 닫히며 미국의 등짝을 세게 후려칠 것이다.

캥거루족 아들을 독립시키려다 되레 아들 빚까지 떠안는 슬픈 아버지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트랜서핑= 러시아 물리학자 바딤 젤란드가 주창한 개념으로, 세상의 사건들을 거대한 에너지 흐름으로 보고 이에 휩쓸리지 않으며 원하는 현실을 선택하는 방법을 말한다. 과도한 집착이 '잉여 포텐셜'을 낳아 역효과를 부른다고 설명한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혹은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