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노조법 시행 눈앞] ‘원청 일제 조준’ 민주노총, ‘신중론’ 한국노총

노동계가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시행일인 10일에 맞춰 일제히 원청사용자에게 교섭을 요구한다. 개정 노조법은 비정규직과 간접고용 노동자 노동조건 등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원청 사용자에게 하청노조와의 교섭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민주노총, 제조·건설·공공 망라
10일 일제히 교섭 공문 보낸다
민주노총은 5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정규직·간접고용노동자 등을 조직한 하청노조가 사용자에게 10일 일제히 교섭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조합원 규모는 약 13만7천명이다.
산별로 살펴보면 건설산업연맹이 가장 많다. 연맹은 산하에 건설노조와 플랜트건설노조, 건설기업노조가 있다. 건설사 정규직인 건설기업노조를 제외하면 건설노조와 플랜트건설노조는 모두 일용직과 건설기계 노동자 같은 특수고용직이다. 연맹은 한국전력공사와 주요 건설시공사, 그리고 에쓰오일이나 포스코 같은 플랜트건설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한다.
금속노조는 이미 1월부터 원청교섭을 요구한 상태다. 개정 노조법 시행일에 맞춰 10일 다시 교섭을 촉구하는 공문을 보낼 계획이다. 현대제철과 한화오션을 비롯해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기아자동차·현대중공업 등 굵직한 제조 대기업이 대상이다.
공공운수노조와 민주일반연맹, 그리고 정보경제연맹은 공공부문 원청교섭에 나선다. 공공운수노조는 인천공항과 부산지하철공사 등에 교섭을 요구한다. 든든한콜센터지부를 중심으로 콜센터 원청교섭도 요구한다. 개정 노조법 시행 전이지만 콜센터를 중심으로 조직률도 상승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행정부 민간위탁사업 노동자를 조직한 민주일반연맹은 대한민국 정부와 각 지자체에 교섭을 요구한다.
민주노총은 원청교섭이 속도를 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7월 총파업과 연계할 방침이다. 10일부터 원청교섭 요구 공문을 발송하고, 원청의 대응에 따라 지역이나 업종별 집회를 연다. 교섭요구 사실 미공고 등에 대한 노동위원회의 결정 등이 집회의 꼭짓점을 이룰 거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총파업을 위해 원청은 물론 기존 하청 사용자에게도 교섭을 요구하고 쟁의권을 확보하는 전략을 짰다.
원청이 사용자성을 쉽사리 인정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어느 사업장이 노동위 1호 사건이 될지도 관심이 쏠린다. 교섭요구 사실 미공고나 교섭 해태 등은 물론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도 제기될 수 있다.
한국노총, 금융권 콜센터 교섭 준비 중
공공기관 모-자회사 교섭보단 공무직위에 무게
한국노총은 전체 올해 공동임금·단체협상 투쟁에서 원청교섭을 강조한다. 다만 민주노총처럼 전체 산별이 일제히 교섭요구 공문을 발송하는 형식은 아니다.
주목되는 곳은 있다. 제조기업을 조직한 금속노련은 포스코 원·하청 교섭 성사에 집중하기로 했다. 포스코는 김준영 금속노련 위원장이 사무처장 시절 망루에 철탑에 올라 원·하청 교섭을 요구하다 경찰의 폭력진압으로 연행된 사업장이기도 하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 협력사 35개 업체에 조직된 노조 35곳이 포스코협력사공급사노조연대를 꾸려 원청교섭을 요구한다. 10일 0시 공문을 발송하기로 했다. 이곳에 속한 조합원은 약 2천명 규모다. 한현철 금속노련 조직부장은 "산업안전을 의제로 교섭을 요구할 계획"이라며 "포스코에서 모범적인 원·하청 교섭 모델을 구축해 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한국노총이 전략조직화 대상으로 삼았던 콜센터 조직도 주목된다. 금융권 원청을 대상으로 교섭을 실시하는 홍보 전략을 짜서 조직화를 해 왔기 때문이다. 다만 10일 교섭에 나서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강금선 한국노총 조직확대본부 총괄실장은 "원청과 교섭할 수 있는 의제나 안건들에 대해서는 정리가 더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며 "10일 이후 상황 변화를 지켜보며 교섭 전략을 짤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공기관 자회사 조직들은 모회사와의 교섭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공무직위원회법 제정으로 정부와 직접 대화할 수 있는 채널이 생긴 만큼, 이를 활용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이상훈 공공연맹 상임부위원장은 "공무직위원회법 제정으로 노정협의체라는 채널이 생긴 만큼, 그곳에서 정부와 직접적으로 대화하는 게 더 실익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사용자쪽도 정부의 입장을 볼 수밖에 없는 만큼 모회사와의 대화보다는 노정협의체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입장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모회사와 자회사 간 교섭이 이른바 '인국공 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태호 공공산업희망노조 위원장은 "모회사는 사용자성을 부정하면서 교섭을 회피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경우 모회사의 수익을 자회사가 빼앗아간다는 구조로 비칠 수 있다"며 "그런 사태로까지 비화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정부가 모범을 보여 모회사가 사용자라는 신호가 나오지 않는 한 움직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 위원장은 "준비 없이 섣불리 교섭 요구를 했다가 원청이 아니라는 판단이 나서 모자회사 교섭의 문을 닫아버리는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며 "공공기관은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만큼, 정부가 모범사용자로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임세웅 기자
노동계 원하청 교섭 요구 현황
[민주노총]
금속노조
교섭 요구 규모: 26개 지회 조합원 7천여명
주요 원청: 현대제철, 현대자동차, 한화오션, 현대모비스, 기아자동차, 현대중공업
일정: 1월 교섭요구 기발송, 3월10일 추가 발송
공공운수노조
교섭 요구 규모: 59개 사업장 조합원 2만1천명
주요 원청: 인천국제공항공사, 부산지하철공사 서울특별시
일정: 3월10일
서비스연맹
교섭 요구 규모: 18개 노조 1만8천명
주요 원청: CJ대한통운, 쿠팡, 우체국택배, 신세계백화점, 현대면세점 등
일정: 백화점·면세점 3월11일 요구
민주일반연맹
교섭 요구 규모: 750개 사업장 3만여명
주요 원청: 정부부처, 지방자치단체, 시·도교육청, 공공기관
일정: 3월10일
건설산업연맹
교섭 요구 규모: 3개 산하 노조 6만여명
주요 원청: 한국전력공사, 시공순위 100위내 건설사, 철강·석유화학산업단지 대기업
일정: 3월 중
사무금융노조
교섭 요구 규모: 7개 사업장, 조합원수 미공개
주요 원청: 라이나손해보험, KB손해보험, 티시스, 삼성화재애니카, 보험사
일정: 3월10일
정보경제연맹
교섭 요구 규모: 5개 지부·지회 300여명
주요 원청: 도시가스 공기업, 인천시립요양원 등
일정: 사업장별 일정
보건의료노조
교섭 요구 규모: 24개 지부·지회 1만1천명
주요 원청: 각 병원
일정: 원청노조 공동교섭 일정
[한국노총]
금속노련
교섭 요구 규모 : 35개 노조 2천명
원청 : 포스코(포항·광양제철소)
한국노총 본부
금융권 콜센터 교섭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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