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기상캐스터, ‘삭제’만이 해법일까

이수연 기자 2026. 3. 5.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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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가 숨진 뒤 MBC는 기상캐스터 직군을 폐지하고 이달부터 정규직 기상분석가를 도입했다.

구체적으로 △프리랜서에게 연차·병가에 준하는 '아프면 쉴 권리' 보장 △직업훈련 및 경력형성 지원 △프리랜서 의존 관행을 줄이기 위한 고용구조 전환 유도(공영방송은 기상캐스터·아나운서 정규직화 검토) △방송 종사자 최저보수제 도입 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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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불안·저임금·외모 압박 여전 ... 고용구조 개선 필요성 대두
▲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주최로 5일 국회에서 열린 프리랜서 아나운서·기상캐스터 노동실태 토론회. <정기훈 기자>

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가 숨진 뒤 MBC는 기상캐스터 직군을 폐지하고 이달부터 정규직 기상분석가를 도입했다.

하지만 제도 폐지를 두고는 아쉬움도 나온다. 권지현 방송작가유니온 영남지회장은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프리랜서 아나운서·기상캐스터 노동실태 토론회'에서 "프리랜서 기상캐스터 직종을 아예 삭제하는 과정을 보며 우리 사회가 여성 진행자를 어떻게 대하는지 돌아봤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공개된 조사에 따르면 프리랜서 아나운서·기상캐스터는 고용불안과 저임금, 성적 대상화에 노출돼 있었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가 지난해 7~8월 프리랜서(비정규직) 아나운서·기상캐스터 경험자 9명을 면접조사한 결과, 응답자들이 일한 방송사 29곳 가운데 정규직 근로계약을 체결한 곳은 3곳에 불과했다. 대부분 6개월이나 1년 단위 용역계약이었다. 계약서엔 '방송사고 1회시 해지'라는 조항이 있는 등 고용은 상시로 불안했다. 특히 아나운서 직군은 갱신기대권 발생을 막기 위해 계약기간을 2년을 넘기지 않는 관행도 만연했다.

수입은 적은데 지출 부담은 컸다. 기상캐스터는 날씨 코너만으로 생계가 어려워 리포터 업무 등을 병행하지만 월 소득은 200만원 남짓에 그쳤다. 방송이 취소되면 일을 하고도 보수를 받지 못했다.

의상비는 개인이 부담했다. 방송사가 대여 의상을 제공하더라도 노출이 심하거나 몸매가 그대로 드러날 정도로 딱 맞는 경우가 많아 별도로 의상을 준비해야 했다. 한 달 의상비만 최소 100만원이었고, 비수도권 근무로 주거비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여러 방송사를 전전해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구조가 반복됐다.

외모 관리 압박도 심각했다. 특히 기상캐스터는 화면에 전신이 노출되는 특성상 신체가 평가 대상이 되기 쉽고, 노동자의 역량보다는 '젊은 여성노동자의 외모'를 중시하는 분위기는 성희롱과 성적 대상화로 이어지기도 했다.

"고용구조 개선 TF 열어야"
노동부 "입법화 속도"

프리랜서 방송노동자를 위한 법·제도 정비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장은 "방송사 프리랜서 고용구조 개선을 위한 노사정·전문가 TF를 구성해야 한다"며 "일하는사람기본법 제정과 업무별 근로자성 추정에 따른 근로자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방송사의 정기적인 실태조사 제도화도 과제로 꼽았다.

구체적으로 △프리랜서에게 연차·병가에 준하는 '아프면 쉴 권리' 보장 △직업훈련 및 경력형성 지원 △프리랜서 의존 관행을 줄이기 위한 고용구조 전환 유도(공영방송은 기상캐스터·아나운서 정규직화 검토) △방송 종사자 최저보수제 도입 등을 제안했다.

아울러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2020년 도입했다가 2023년 삭제한 지상파 재허가 조건인 '비정규직 처우 개선 관련 조항'을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규직 노동자들부터 프리랜서 문제에 관심 가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탁종열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 소장은 "지역방송노조가 요구하고 있는 공적 지원이 정규직의 노동조건 유지에만 한정한다면, 공공성 강화가 아닌 구조적 불평등의 유지"라며 "공적 지원을 확대하는 조건으로 '방송 프리랜서 표준 보수체계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도 논의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송유나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장은 "프리랜서의 근로자성 판단과 별개로 최저·적정보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일하는사람기본법' 제정과 노동자 괴롭힘 방지에 관한 국제노동기구 협약 190호 비준을 위한 노동법 개선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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