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태 "천만 배우 되고파… 박지훈 너무 잘했다" [인터뷰]

배우 유지태가 오랜 시간 품어온 바람이 현실이 될 전망이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959만 관객을 돌파하며 천만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극 중 한명회를 연기한 유지태는 데뷔 28년 차 배우지만 아직 '천만 배우' 타이틀을 얻지 못했다. 이번 흥행이 그에게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오는 이유다.
유지태는 앞서 본지와 진행한 '왕과 사는 남자' 인터뷰에서 "천만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 한 번도 못 해봤다. 개인적으로 성공 스코어를 500만 정도로 생각했는데 그보다 높으면 더 좋지 않겠느냐"라며 웃었다. 또한 단종 역을 맡은 박지훈의 열정과 진지한 태도에 대해 극찬해 눈길을 모았다.
"한명회 연기, 기회이자 도전"
'왕과 사는 남자'에서 유지태는 조선 권력의 핵심 인물 한명회를 연기했다. 사극에서 수차례 재해석된 인물이지만 그는 이번 작품에서 또 다른 얼굴의 한명회를 보여준다.
유지태는 "한명회를 연기했던 배우들이 워낙 훌륭한 연기를 보여줬기 때문에 나에게는 기회이자 도전이었다"며 "한 배우가 이렇게 다른 형태의 연기를 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수 있는데, 그런 기회를 얻은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가 작품을 선택한 이유 역시 분명했다. "저는 예전부터 주조연을 크게 구분하지 않았어요. 영화에서 이 인물이 어떤 에너지를 보여줄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죠. '왕과 사는 남자'에서 한명회가 주는 에너지가 굉장히 강렬하게 느껴졌습니다."
극 중 한명회는 냉혹한 권력의 중심에서 움직이는 인물이다. 하지만 유지태는 이를 단순한 악역으로 접근하지 않았다. "악역 연기를 한다고 해서 '악역의 기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봐요. 어떤 삶을 살아내기 위한 에너지가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매력적일 수 있죠."
그는 실존 인물 한명회에 대한 기록도 꼼꼼히 참고했다. "고서를 많이 찾아봤어요. 기록 속에서 한명회가 어떻게 묘사돼 있는지 캡처해 읽어보기도 했고요. AI를 활용해 팩트를 기반으로 이미지도 그려보라고 했는데, 수양대군 뒤에 건장한 모습으로 서 있는 이미지가 나오더군요. 그런 모습도 참고했습니다."

"시사회에서 나도 울었다"
유지태는 개봉 전 시사회 당시 눈물을 흘렸다고 털어놨다. 관객의 반응을 보며 흥행을 예감했다고도 했다. "저도 울었어요. 완전히 몰입해서 봤죠. 시사회에서 전미도, 박지훈 배우가 너무 울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이 작품 잘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함께 본 관객들이 정말 저를 미워하시는 걸 보며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재밌게 봐주신 것 같아 감사했죠."
촬영 현장에서 그는 일부러 배우들과 거리를 두기도 했다. 한명회의 고립된 감정을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현장에서 일부러 떨어져 있었어요. 감정에 집중하려고요. 배우에게 외로움은 숙명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필름 세대라 한 쇼트를 완성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거든요. 작은 감정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유지태는 최근 영화 산업을 둘러싼 변화에도 관심을 보였다. 특히 AI 기술의 등장은 배우와 창작자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AI 때문에 위기라고 생각하면 답이 없어요. 우리 직업을 뺏는 거 아닐까 하는 의심이나 생각은 당연히 있지만, 거기에 머무르면 안되고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어떤 콘텐츠를 만들 것인지가 중요하죠. 결국 콘텐츠의 문제라고 봅니다."
"박지훈, 마인드가 좋은 배우"
그는 단종 역을 맡은 박지훈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너무 잘했죠. (함께 작업하면서) 배우 마인드에 놀랐어요. 인기나 스타성만 생각할 수 있는데 (박지훈은) 이 배역을 잘 소화할 수 있는지 집중할 수 있는지 생각하더라고요. 배역을 위해 15kg을 빼서 온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유지태는 또 "이런 작품 만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모든 배우가 아름다울 때가 있다. 아름다움과 연기력을 동시에 담아내는 작품을 만나기 쉽지 않다. 나의 경우는 '동감' '올드보이' '봄날은 간다'가 그런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장점이 최대치로 발현되고 두고두고 봐도 좋을 영화에 출연한 거 같아서 선배로서 너무 기쁘다"고 밝혔다.
유해진 등 함께 출연한 배우들이 박지훈을 유독 좋아하는 점에 대해서도 그는 "행동이 정말 예쁘다. 우리 산업 자체가 자본에 의해서 움직이고, 인기에 편승되고 속물처럼 판이 돌아갈 수 있다. 그런데 그 중심에 있는 배우의 마인드가 좋으면 예쁘다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유지태는 자신의 배우 인생을 돌아보며 "지금 돌이켜보면 배우로서 재밌게 잘 살아온 것 같다. 이제는 나름의 가치관도 생겼고 쉽게 흔들리지도 않는다. 그게 참 감사하다"면서 웃었다.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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