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출마가 왜 감점 사유일까

그러나 이 같은 '10년 내 무소속 출마 경력'에 대한 페널티는 그 논리적 근거가 박약하다. 나아가 정당 스스로가 자행한 '공천 갑질'을 도외시한 정치적 폭력의 또 다른 이름이다.
역대 공천을 살펴보면, 공천관리위원회 완장을 찬 공관위원들이 전가의 보도를 휘두르듯 제멋대로 공천을 주무른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경쟁력 있는 인물에 대한 컷오프는 예사고, 공천 신청을 받은 이후에 특정 지역을 여성·청년·장애인 우선공천 지역으로 선정하는 횡포도 수시로 벌어졌다. 이는 수년간 지역구 기반을 닦으며 정당에 헌신한 공천신청자들의 피선거권을 강탈하는 몰염치한 행위이다. 우선공천이 이미 특정인을 내정해 두고 시행되는 '사천(私薦)'의 도구라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정당들이 공천 접수 후 경선을 진행했다면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출마 자체가 원천 봉쇄된다. 따라서 공천 접수 후 탈당한 대부분의 사례는 정당의 공천 횡포에 최후의 수단으로 저항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후보자들로부터 기탁금과 공천 서류를 다 받아놓고, 나중에야 우선공천이라는 이름으로 '경기장 입구'를 폐쇄해 버린 것은 문제다. 이러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탈당은 공관위의 부당한 권력 남용에 맞선 자구책인 셈이다. 역대 공관위가 저지른 절차적 하자는 외면한 채, 그 결과로 발생한 탈당만을 문제 삼아 감점을 부과하겠다는 것은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키는 적반하장이다.
또한, 신설 합당의 역사성을 무시한 '소급 적용'도 문제다. 국민의힘의 모태가 된 미래통합당은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 새로운보수당, 미래를향한전진4.0 등이 뭉친 '신설 합당' 정당이다. 신설 합당은 과거의 법적 지위를 청산하고 새로운 가치 아래 결합하는 창당 행위다. 따라서 이제 창당 6년 정도가 된 정당이, 10년 전의 행적을 소급하여 징벌하겠다는 것은 한 편의 코미디이다.
지난 22대 총선에서 30여 년 전 낙선한 경력까지 감점시키기로 한 정당이니 이 정도는 애교로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당시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은 '동일 지역구 3회 이상 낙선자 감점 관련 적용'으로 -30% 감점 대상자에 포함되자 공천 경선을 중도 포기했다. 홍 의원은 13대부터 16대까지 연속 4번 낙선했는데, 13대~15대까지는 무소속과 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했다. 선거구도 지금의 홍성·예산군 선거구가 아닌 청양·홍성 선거구였음에도 동일 지역구 기준을 적용해 감점을 주려고 하자 포기한 것이다. 이런 공천을 휘두른 결과 등으로 인해 국민의힘은 22대 총선에서 107석이라는 역대 최악의 패배를 했고, 민주당과 진보성향 정당은 190석에 가까운 대승을 거두었다.
비합리적인 공천 기준은 선거 패배를 부른다. 최근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이 각종 선거에서 패배하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공천 가·감점 기준이 촘촘하지 않아서인지, 공천 관리가 아닌 공천 심사를 하겠다는 공관위원들의 완장 때문인지 말이다.
정당의 기강을 잡겠다는 명분은 공정성이 담보될 때만 힘을 얻는다. 공천 신청 후에 규정을 바꾸고, 당이 존재하지도 않았던 시점의 과거를 들춰내 징벌하는 방식은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공천심사위원회의 부정적 이미지를 막기 위해 공천관리위원회로 이름까지 바꿨다. 그러나 공관위는 아직도 자신들이 공심위라고 착각하는 것 같다. 공천 관리의 최우선 순위는 '배제'가 아니라 선거에서 이기는 공천을 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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