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채납 이대로 안 된다] 강제성 없다는 핑계로 대구시, 구·군 ‘팔짱만’
도산 또는 파산 땐 재개 난항

대구시와 구·군이 주택건설사업 기반시설 '기부채납'이 지연되는 상황에도, 이행 강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팔짱'만 끼고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민간 건설사는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기부채납을 조건으로 지구단위계획 수립 또는 아파트 건설사업 승인을 받았지만, 약속 이행이 늦어지면서 피해가 시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지난 4일 만촌네거리에서 대형 천공기가 도로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하자, 대구시는 그제야 중장비 사용 건설공사장 긴급 안전점검에 나섰다. 기부채납 이행이 지연되더라도 사실상 '강제성이 없다'는 허점도 있지만, 대구시와 관련 지자체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행정으로 시민 불편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대구지역에서 건설사의 기부채납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시민 불편으로 이어지고 있는 대표적인 곳이 만촌네거리 지하 연결통로 건설공사 현장이다.
이곳에서는 2022년 4월부터 '도시철도 2호선 만촌역 지하 연결통로 및 출입구 설치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옛 남부정류장 부지에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설 수 있었던 것은 2020년 1월30일 '남부정류장 이전 후적지 지구단위계획 도시관리계획'이 결정되면서 기존의 정류장 용도가 폐지됨에 따라 민간 개발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당시 지구단위계획 확정 조건으로 만촌역 연결통로 및 출입구 설치가 기부채납 조건의 시공사 부담이었다. 기부채납 시점은 2024년 7월31일이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2년이 지났지만, 현재 이 공사의 공정률은 47%에 그치고 있다.
문제는 이 공사가 차일피일 지연되고 있음에도 대구시가 조치를 취한 것은 독촉 공문을 2번 보낸 것이 전부라는 점이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발주자가 대구시가 아닌 민간이 시행하고 기부하는 구조이기에, 공법 선정 등 공사 진행 또는 심사에 개입할 권한은 없다"고 말했다. 수성구청은 이번 사고뿐만 아니라, 공사 지연에 대해서도 '대구시 소관'이라는 이유로 무(無)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로 인해 만촌네거리 일대 차로는 4년째 축소 운영되고 있다. 만촌네거리는 왕복 10차로인 달구벌대로와 왕복 6~8차로인 청호로 및 무열로를 끼고 있는 곳이다. 교통량이 많은 교차로이기 때문에 시민들의 불편은 가중되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기부채납이 지연되는 상황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선 도시계획심의위원회와 교통영향평가심의위원회에 참석하는 위원들이 기부채납에 대해 꼼꼼하게 짚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또한 기부채납 이행이 오로지 시행사에 의지하다 보니, 사업자가 도산 또는 파산에 이르렀을 때 공사를 재개할 방법이 없다는 것도 문제가 된다. 물론 보증보험이 있지만, 새로운 사업자 승계까지 또 지체가 예상된다.
대구시 도시계획심의위원회 및 교통영향평가심의위원회에 참여한 경력이 있는 한 전문가는 "각종 심의위원회에서 기부채납 조건에 대해 사업자 측이 이행할 수 있는지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전했다.
대구시의 한 관계자는 "사업승인과 착공 단계부터 지자체 자체적으로 체계적인 기부채납 관리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공공성(기부채납)이 과해서 실현되지 않으면 오히려 공공성을 저해하는 경우도 발생한다"며 "교통영향평가심의원회 위원들이 기부채납을 비현실적으로 유도하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헌호 기자 shh24@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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