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시민의 발 책임"…MZ세대, 시내버스 운전대 잡다

박건우 기자 2026. 3. 5.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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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2030 기사, 3년새 20.6% ↑
취업난 속 안정적 일자리 ‘매력적’
준공영제 시행…준공무원급 신분
"대중교통 서비스 향상 이어져야"
과거 청년층이 기피하던 버스 운전직이 안정적인 임금과 고용 여건을 바탕으로 새로운 일자리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5일 광주 광산구 첨단종점에서 만난 박재우(29) 버스기사가 운전석에 앉아 있는 모습. /박건우 기자

5일 오전 7시30분께 광주 광산구 첨단종점. 아침 공기를 가르며 시동을 건 첨단20번 시내버스가 정류장을 빠져나가자 출근길 승객들이 하나둘 올라탔다. 승객들은 익숙한 인사를 건네다 운전대를 잡은 젊은 기사를 보고 이내 호기심 어린 눈길을 보낸다.

버스 운전석에 앉은 이는 청년 기사 박재우(29)씨. 첨단종점에서 서구 월드컵경기장까지 50여 개 정류장을 책임지는 박씨는 "진로를 고민하던 중 예전보다 근무 여건이 좋아졌다는 얘기를 듣고 관심을 갖게 됐다"며 미소지었다.

광주 시내버스 업계에서 박씨와 같은 '청년 기사'를 만나는 일은 이제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청년층이 기피하던 버스 운전직이 안정적인 임금과 고용 여건을 바탕으로 이른바 '꿀직장'으로 떠오르면서다.

청년 기사 유입은 증가세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광주 지역 2030세대 시내버스 기사는 2022년 199명에서 2025년 240명으로 집계됐다.

3년새 20.6% 늘어난 수치다.

전국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전국의 2030세대 시내버스 기사는 7천559명에서 1만389명으로 37%나 늘었다. 시내버스 업계의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러한 '젊은 바람'의 배경에는 광주를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시행 중인 버스 준공영제가 자리잡고 있다.

지역별 차이는 있으나 시내버스 기사 초봉은 4천~5천만원대로 형성돼 있다. 웬만한 중소기업보다 높고, 호봉에 따른 상승폭도 확실하다. 준공영제 시행으로 노선 폐지나 감차 위험이 적고 사실상 정년이 보장되는 '준공무원급' 신분 보장이 MZ세대의 실리적 선택을 끌어냈다는 분석이다.

박씨는 "예전처럼 승객 수에 비례해 수입이 결정되는 압박이 없고, 정해진 배차 시간을 준수하며 안전 운행에만 집중할 수 있는 구조가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위상 변화는 전남 신안군 사례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신안군은 2007년 전국 최초로 버스 완전공영제를 도입, 운영 중이다.

군 관계자는 "공영제 도입 후 운수관계자의 근무여건, 복지가 개선됐고, 임금도 상승했다"면서 "전국 최초로 버스완전공영제를 실시하면서 주민 교통 불편을 획기적으로 개선했고, 대중교통 정책 성공 사례들을 타 지자체에 널리 전파, 확산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물론 시내버스 핸들을 잡는다고 모든 것이 장밋빛은 아니다. 장시간 운행, 안전 책임, 민원 응대는 여전히 기사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박씨는 "출근길 직장인, 등굣길 학생, 병원 가는 어르신까지 많은 사람의 하루가 버스에서 시작된다"며 "그만큼 책임감이 가장 큰 가치이자 부담"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년 기사 유입이 대중교통 서비스 질 향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근무 여건이 개선되고 고용 안정성이 높아지면서 청년 기사 유입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안전 운행 역량을 갖춘 인력 양성과 정착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건우 기자 pgw@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