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채납 이대론 안 된다] ‘찔끔 공사’로 지연 반복되는데…"시공사에 이행강제금·준공검사 연계 등 관리 강화 필요"

권종민 기자 2026. 3. 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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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대구 수성구 만촌동 도시철도 2호선 만촌역 지하연결통로 건설공사 현장에서 대형 천공기가 쓰러져 도로를 덮치자, 관계자들이 장비를 해체하는 등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김용국 기자

아파트 개발 과정에서 사업자가 약속한 공공시설 '기부채납' 공사가 장기간 지연되는 사례가 전국 곳곳에서 반복되면서 행정기관의 관리·감독기능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사를 지연할 경우 이행강제금 부과나 준공 승인과의 연동 등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대구 수성구 만촌네거리에서는 대구도시철도 2호선 만촌역과 인근 아파트를 연결하는 지하연결통로 및 출입구 설치공사가 지연되는 바람에 4년째 시민들의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이 공사는 2022년 착공해 당초 지난해 완공될 예정이었지만, 공사계획 변경 등으로 일정이 미뤄지면서 완공 시점이 내년으로 또 다시 연기됐다.

이 공사는 지구단위계획 수립 단계에서 시행사가 약 187억 원 규모로 만촌역 출입구 2곳을 신규로 설치해 기부채납하기로 했다. 그러나 아파트는 이미 2년 전 입주가 끝난 상황에서도 공사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교통 불편과 안전 문제에 대한 민원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공사 현장에서 천공기가 넘어지는 사고까지 발생해 시민들의 불안이 커졌다.

현행 제도상 기부채납 이행을 강제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은 공동주택 사용승인(준공)을 내주지 않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러한 규정을 적용할 경우 입주 예정자나 이미 입주한 주민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주민들의 집단 민원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는 약속된 시점에 기부채납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관행적으로 준공 인가(동별사용승인)를 내주고 있다.

따라서 사업자는 아파트 분양과 입주가 끝나고 나면 기부채납 이행에 적극적이지 않고, 공사가 장기간 지연되는 구조가 되풀이된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문제는 대구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부산 동래구에서는 한 대단지 아파트 내 기부채납 공원이 조성된 뒤에도 약 1년4개월 동안 주민들에게 개방되지 못했다. 사업자가 기부채납의 필요 절차인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F)' 인증을 받지 못해 준공 인허가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충남 아산에서도 공원 기부채납이 늦어지며 '아산자이 그랜드파크' 아파트 입주 일정이 지연돼 입주 예정자들이 이사 일정 변경과 금융 비용 부담 등 2차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경기 용인시에서는 도시개발사업조합이 문화센터를 기부채납하기로 하고도 공사를 수 차례 연기하자, 용인시가 최후통첩성 경고까지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공동주택은 이미 준공됐지만, 공공시설은 뒤늦게 추진되면서 주민들의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기부채납 시설이 개발사업의 부수 조건으로 취급되다 보니 관리가 느슨해지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분석한다.

익명을 요구한 대구시건축위원회 A위원은 "공동주택 준공 이후에도 기부채납 시설공사가 계속 지연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며 "공사 일정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거나, 공동주택 준공 승인과 연동하는 등 강제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성이 과한 탓에 사업이 실현되지 않으면 오히려 공공성을 저해하기 때문에 사업 초기 단계부터 상세히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공사 측은 공사 지연의 상당 부분이 지하 공사 특성이나 설계 변경 등 불가피한 요인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만촌역 연결통로 건설공사와 관련해 시행사 측은 지하 구조물과 도면 불일치, 암반 출현 등 예상치 못한 공사 여건 때문에 공기가 늘어났다고 해명하고 있다.

한편 주택건설사업에서 기반시설 기부채납은 주택 개발 과정에서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업자가 도로·공원 등 시설을 조성해 지방자치단체에 무상으로 넘기는 제도다. 국토교통부의 '주택건설사업 기반시설 기부채납 운영기준'에 따르면 기부채납은 주택건설사업의 공공성을 확보하면서도 사업 추진을 저해하지 않는 적정 수준에서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대구시도 제도 개선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공공시설 기부채납 사업의 경우 사업자가 제안해 추진되는 경우가 많지만, 공사가 지연되면 지자체와 시민이 함께 피해를 보는 경우가 있다"며 "중요 기반시설의 경우 시가 직접 사업을 수행하거나 관리방안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종민 기자 jmkwo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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