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0.75잡’ 들어봤니?…‘주 4.5일제’ 경기도의 나비효과 [오상도의 경기유랑]

오상도 2026. 3. 5.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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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까지 107개 기업, 3050명 참여하는 주 4.5일제 시범 운영
주 20시간 ‘0.5잡’, 주 30시간 ‘0.75잡’…다양한 유연 근무 제시
업무능률·자기계발·가족관계·건강 등…‘역발상’ 근로시간 단축
‘대기업 편중’ 노동시장 개선?…노동시장 이중구조 해법 떠올라
김동연 “생산성·워라벨 두 마리 토끼 잡아…주 4일제까지 갈 것”

경기도가 ‘주 5일제’가 정착된 지 20여년 만에 지방정부 최초로 도입한 다양한 유연 근무제 정책의 확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1월 시범사업으로 닻을 올린 주 4.5일제(주 35시간제)에 이어 주 30시간제, 주 20시간제로 선택지를 늘리며 참여기업 근로자를 대상으로 본격적인 지원에 나섰다.

5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해 지역 1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시범 도입한 주 4.5일제를 내년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한다. 임금 축소 없는 선택형 노동시간 단축 사업으로, 해당 기업 근로자들은 요일을 자율적으로 정하는 주 4.5일제(매주 금요일 반일근무), 주 35시간제, 격주 주 4일제 가운데 하나를 택할 수 있다.

김동연 경기지사(가운데)가 지난해 10월 주 4.5일제 시범사업에 참여한 용인시의 ㈜셀로맥스 사이언스를 방문해 직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 지방정부 최초의 주 4.5일제…“인재 유치·조직 안정은 덤”

이처럼 노·사 합의로 정책에 참여할 경우, 도는 노동자 1인당 월 최대 26만원의 장려금을 지원한다. 기업에는 업무 프로세스, 공정개선 등 컨설팅과 함께 2000만원 한도에서 관련 시스템 구축비용을 지급한다. 

광학기기 제조업체, 정보서비스업체, 건설업체, 시스템통합업체 등으로 확산하며 지난해 10월 기준 107개 기업, 3050명 근로자가 참여 중이다. 설문 결과, 해당 기업들은 지원자가 10배까지 폭증하거나 고객 만족도·업무 몰입도·효율성 등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범 운영 직전에는 안팎의 우려가 적잖았다. 생산량이 떨어지거나 임금이 감소할 것이란 걱정이다.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하남시의 보안검색장비업체 ㈜인씨스에서 11년째 일해온 황희훈씨는 “처음 3주 정도는 ‘진짜 (집에) 가도 되느냐’며 다들 눈치를 봤다”면서 “그런데 대표가 ‘어서들 가라’고 먼저 말하면 금요일 오후 2시50분쯤 자연스럽게 퇴근 준비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근무시간이 줄었으니 정해진 시간 안에 일을 마쳐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겨 오히려 일의 능률이 올랐다”고 덧붙였다. 이곳에선 ‘업무 집중 시간’이 따로 운영된다.

해외 주요 노동시간 단축 실험 사례. 세계일보 DB
또 다른 참여기업 근로자 A씨도 “주 4.5일제가 아침 풍경을 바꿔놓았다”고 전했다. A씨는 “이전에는 아이 등원 시간과 출근 시간이 겹쳐 늘 마음이 급했고, 아이와 충분한 대화를 나누기 어려웠다”며 “출근길마다 늘 서둘러야 했는데 이제 아이 등원을 직접 챙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A씨의 하루 흐름도 달라졌다. 가정과 업무 사이의 균형이 잡혔고, 업무 효율성 역시 높아졌다고 증언했다. 작은 변화가 건강한 일상을 돌려줬다는 설명이다. 

이 사업을 주관한 경기도일자리재단 관계자는 “현장을 방문해 인터뷰하면서 단순히 일하는 시간을 줄이기보다 일하는 방식에 대한 성과평가 체계 수립, 작업 환경 개선 등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컨설팅을 함께 진행하는 게 효과가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워라벨’을 우선시하는 구직자들의 발길을 끌면서 노동시장의 고질적 문제인 ‘대기업 편중 현상’(노동시장 이중구조)의 해법으로도 주목받는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젊은층에선 월급을 좀 덜 받고 사회적 명예나 기준을 낮춰 잡더라도 삶의 질을 중시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4.5일제 같은 정책을 통해 청년 구직자에게 회사의 매력을 ‘어필’할 수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6월 경기도 수원 라마다프라자호텔에서 열린 주 4.5일제 시범사업 업무 협약식. 경기도 제공
◆ 근로시간 단축 ‘0.5&0.75잡’ 확산…“아침 풍경 바꾼다”

실제로 영국 사우스케임브리지셔 자치구에선 2023∼2024년 공공부문 직원 69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금 삭감 없는 주 4일제 근무’를 통해 이직률 39% 감소, 시민 불만 건수 20% 감소라는 효과를 봤다.

이에 도는 유연 근무제 확산을 위해 이달부터 ‘0.5&0.75잡’ 지원 사업에 참여할 기업을 추가 모집한다. 0.5잡은 하루 8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절반인 4시간 근무(주 20시간), 0.75잡은 약 75%인 6시간 근무(주 30시간)를 일컫는다.

선정된 기업에는 컨설팅과 함께 최대 1000만원의 근태시스템 구축비용, 대체 인력에 대한 고용장려금(월 최대 120만원·최장 6개월)을 지원한다.

참여 근로자에게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급여를 월 최대 30만원 보전하고, 단축 근로자의 업무를 대신하는 동료에게 월 최대 20만원의 분담지원금을 지급한다.

김동연 경기지사(오른쪽)가 지난해 10월 주 4.5일제 참여기업을 방문해 직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이 사업 역시 경기도가 지난해 처음 시행했는데, 만족도 조사에서 91.2점을 받았다. 경기도일자리재단은 지난 11월 발간한 ‘경기도 0.5&0.75잡 지원 사업 모니터링’ 보고서에서 참여자들이 자녀 돌봄과 자기 계발에 이 제도를 활용했다고 밝혔다. 

이는 중앙정부의 육아기 단축 근로제보다 보편적이고 유연한 활용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재단은 설명했다.

다만 기업 측에선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업무 효율성 저하 우려가 있어 제도의 안정적 정착을 위한 기업 대상 정책 지원이 추가로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확산을 위해 임금 감소에 대한 보전, 조직 내 자유로운 제도 활용을 위한 인식·조직 문화 개선, 생산직 등 다양한 직군에 적합한 제도 설계 등이 과제로 언급됐다.

이를 두고 김민영 경기도일자리재단 연구위원은 “공공기관과 민간기업 통합형 지원 사업 운영, 참여기업 대상 실효성 있는 인센티브 확대, 기업 맞춤형 통합 지원 방안 마련 등 정책 지원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앞서 김동연 지사는 지난해 10월 시범사업 참여 기업을 방문해 “주 4.5일제가 생산성과 워라밸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며 “주 4.5일제를 정착시키고 이를 징검다리 삼아 주 4일제까지 갈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시범사업이다 보니 여러 논란이 있을 수 있어 시행결과가 직원들 삶의 질 상승뿐만 아니라 기업의 생산성 향상까지 된다는 증거를 찾고 싶다”며 “사업 추이를 지켜봐 달라”고 덧붙였다.

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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