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왜곡죄·재판소원 즉시 시행 …"재판지연 불보듯"

박홍주 기자(hongju@mk.co.kr) 2026. 3. 5.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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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검사한테 불만이 있을 때마다 '법을 왜곡했다'고 소송을 걸다 보면 수사와 재판은 느려질 수밖에 없습니다. 갈등의 최종 중재자인 법이 작동을 멈추면 힘 없고 돈 없는 범죄 피해자만 구제받지 못하게 됩니다."

수도권 한 판사는 "약자 보호를 기치로 삼는 정부가 수사와 재판에서만큼은 제도 개편을 과도하게 서두르는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법왜곡죄(형법)·재판소원(헌법재판소법)·대법관 증원(법원조직법)을 골자로 하는 사법제도 개편 3법이 국무회의 마지막 문턱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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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3법' 국무회의 통과
항소심서 판결 뒤집힐 경우
판사 고발사태 비일비재할듯
재판소원 관련 실무규정이나
전산체계 없어 업무마비 우려
사법서비스 품질하락 불가피

"판검사한테 불만이 있을 때마다 '법을 왜곡했다'고 소송을 걸다 보면 수사와 재판은 느려질 수밖에 없습니다. 갈등의 최종 중재자인 법이 작동을 멈추면 힘 없고 돈 없는 범죄 피해자만 구제받지 못하게 됩니다."

수도권 한 판사는 "약자 보호를 기치로 삼는 정부가 수사와 재판에서만큼은 제도 개편을 과도하게 서두르는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법왜곡죄(형법)·재판소원(헌법재판소법)·대법관 증원(법원조직법)을 골자로 하는 사법제도 개편 3법이 국무회의 마지막 문턱을 넘었다. 법조계에서는 제도 즉시 시행을 앞두고 내부 규정 등 실무 준비가 안 돼 있고 부작용 방지책도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5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된 '사법 3법' 가운데 법왜곡죄와 재판소원 도입은 법안 공포 즉시, 대법관 증원은 공포 2년 뒤인 2028년부터 시행된다.

가장 큰 혼란을 가져올 것으로 보이는 제도는 법왜곡죄다. 법왜곡죄는 형사사건에 관여하는 판검사가 의도적으로 법을 왜곡할 경우 10년 이하 징역과 10년 이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를 사용하거나 증거를 인멸 또는 조작하면 적용된다. 한 부장판사는 "예를 들어 1심 무죄 판결이 항소심에서 무죄로 뒤집히거나 그 반대인 경우에 피고인이나 고소·고발인이 판사를 고발하는 사태가 당장 일어날 것"이라며 "언제든 피의자 신분이 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판사가 부담을 느끼고 재판에 소극적으로 임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재판을 천천히 진행하고 판결문을 간소하게 작성하는 쪽으로 추세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판검사를 향한 고소·고발이 난무할 경우 이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 장치도 검토하고 있다. 경찰이나 검찰이 실제 수사에 나서면 사법부 차원에서 보호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재판소원이 결합될 경우 문제는 더 커질 수 있다. 재판 과정에서 기본권 침해를 문제 삼아 헌법재판소에서 판결을 무효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변호사는 "이른바 검찰개혁 이후 경찰과 검찰 모두 사건을 책임지고 마무리하지 않는 바람에 장기 미제 사건이 속출하고 있는데, 재판 과정까지 길어지고 판결문이 모호해지면 사법 서비스의 전체적인 품질이 계속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사이에는 재판소원이 청구될 때 사건 기록을 주고받을 수 있는 실무 규정이나 전산 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다. 대법원에서 확정된 수만 건의 사건 중 상당수가 헌재로 향할 경우 사건 기록을 복사하고 송부하는 것만으로도 업무가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법원의 민형사 사건의 전자기록을 어떻게 오염되지 않게 헌재로 넘길 수 있느냐는 문제도 있다.

이에 헌재는 재판소원을 위해 15년 차 안팎의 헌법연구관 8명으로 사전심사부를 구성하기로 했다. 재판소원 요건을 충족한 사건만을 골라내고 나머지는 본안 판단 없이 각하하기 위해서다. 헌재 관계자는 "각하를 검토할 때는 사건 기록을 전부 요구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전원재판부에 회부된 경우 절차는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대법관 증원은 2028~2030년에 걸쳐 매년 4명씩 이뤄진다. 시행이 2년 남았지만 증원된 대법관들이 들어설 집무 공간이나 추가 인력 배치 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한다.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25명이 전원합의체를 어떻게 운영할지, 하급심 약화를 어떻게 방지할지도 과제다.

[박홍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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