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설특검 90일 수사 끝…'관봉권·쿠팡' 범죄 동기 못찾아[종합]

최기철 2026. 3. 5.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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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봉권 폐기 의혹'…"업무상 과오, 형사처벌 대상 아니야"
'쿠팡 수사 외압'…"檢·쿠팡·김앤장 유착 증거 못 찾아"
엄희준·김동희 검사·쿠팡CFS 전현직 대표 기소로 종료

[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관봉권 폐기 의혹'과 '쿠팡 퇴직금 미지급 관련 의혹' 을 수사한 안권섭 상설특별검사팀이 90일간의 수사를 마쳤다. 특검팀은 '관봉권 띠지 폐기 의혹' 사건을 검찰의 업무상 과오로 결론냈다. 검찰이 김건희 여사 측근인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범죄사실을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을 입증할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쿠팡 의혹'과 관련해서도 외압 동기를 규명할 수 있는 검찰과 쿠팡, 변호인간의 유착 증거를 찾지 못했다.

'관봉권 띠지 폐기 의혹'과 '쿠팡 퇴직금 불기소 외압 의혹'을 수사한 안권섭 특별검사가 5일 서울 서초구 특검팀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3.5 [사진=연합뉴스]

"지휘부와 실무자 인식차이와 소통 부족 결합

특검팀은 5일 최종 수사결과 발표에서 "관봉권 폐기 의혹' 발생 원인은 지휘부와 수사 실무자의 인식 차이와 소통부족이 결합한 업무상 과오로서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이른바 '윗선'의 폐기·은폐 지시 의혹 부분은 의심을 넘어 사실로 인정할만한 객관적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대신 "검찰의 압수물 부실 관리 및 심각한 보고 지연 등 기강 해이가 확인됐다"면서 "검찰 압수업무 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관봉권 띠지 폐기 의혹' 사건은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합동수사부가 2024년 12월 전씨 주거지 압수수색에서 발견한 현금 5000만원 다발을 묶었던 한국은행 관봉권 띠지와 스티커를 분실한 사건이다.

당시 야권인 더불어민주당에서 검찰이 김 여사 측근인 전씨를 비호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띠지를 폐기했다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용의 선상에 오른 사람은 이희동 남부지검 1차장 검사와 박건욱 합수부장(부장검사) 등 검사 3명, 사건과 사건계 소속 검찰수사관 2명을 포함해 총 5명이었다. 감찰에 나선 대검찰청은 지난해 8월 수사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강도 높게 의혹을 조사했지만 의도적 증거인멸은 없었다고 판단했다.

안권섭 특검팀은 같은 해 12월 6일 출범과 함께 대검 감찰 결과를 '현미경 검증'하는 방식으로 재수사에 착수했다. 수사관들은 증거인멸 및 공용서류무효 혐의를, 주무를 맡았던 최 모 검사는 증거인멸 교사 및 공용서류무효 교사 혐의를 받았다. 수사 지휘라인에게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 압수수색 실무 총체적 문제점 드러나

특검팀 수사 결과 압수수색 실무의 총체적인 문제가 드러났다. 최 검사는 압수목록을 '5만원권 3300매'라고만 적고 '관봉권 포장·띠지'는 표시하지 않았다. 압수물의 '원형보존' 지시도 구체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형사처벌에 이를 정도의 범죄행위는 아니라는 게 특검 판단이다. 특검 관계자는 "외적 기관으로 넓혀 (피의자들의) 통화 내용 등을 검정했지만 혐의점을 발견할만 한 내용이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한국은행을 조사한 결과 관봉권 라벨 띠지에는 '수량과 품질'만 들어가 있다. 한국은행이 비공식적으로라도 (유통과정을) 관리하는 것이 아닌지 확인했지만 없었다. (참고로 조사한) 신한은행도 같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비닐 포장지에 지문이나 DNA가 묻어있을 수 있지만 비닐 포장을 폐기하라는 외압이나 지시가 있었다는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다만 업무상 과오라고 하더라도 이 사건으로 검찰 업무에 대한 심각한 국민적 불신이 야기됐다고 강조했다. 범죄수사의 기본적인 증거물 관리를 소홀히 하는 바람에 지문 등을 통한 자금원 추적 가능성이 사라지고 관련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가 어렵게 됐다는 지적이다.

특검팀은 앞서 '쿠팡 퇴직금 불기소 외압 의혹'을 받아온 엄희준 전 인천지검 부천지청장(현 광주고검 검사)과 김동희 전 차장검사(현 부산고검 검사)를 지난달 27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불구속 기소했다. 엄 전 지청장에 대해서는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죄를 추가로 적용했다.

"주요 참고인 비협조…휴대폰 포렌식 못해

그러나 이날 엄 검사 등과 쿠팡 및 변호인간 유착관계를 증명할 객관적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특검팀은 "광범위한 압수수색 등을 통해 피고인들 및 대검 관계자들이 사건 처리 과정에서 쿠팡 측 변호인들과 빈번하게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 쿠팡 측에서 사건 처리 전부터 일부 피고인의 의견이 무혐의라는 점을 알고 있었던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그러나 일부 주요 참고인들의 비협조로, 압수된 일부 휴대전화에 대한 포렌식 절차를 완료하지 못하는 등 수사상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쿠팡 물류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쿠팡CFS)는 2023년 5월 일용직 노동자 취업규칙을 변경해 일용직 노동자들이 '4주 평균 주당 15시간 미만'으로 일한 기간이 한 주라도 발생하는 경우 근속기간을 '0'일로 초기화하도록 했다. 고용노동부 부천지청은 2025년 1월 엄성환 쿠팡CFS 인사부문 대표를 '퇴직급여법' 위반 혐의로 넘겼으나 인천지검 부천지청은 같은 해 4월 "대법원 판례 등에 비춰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면서 불기소 '혐의 없음' 처분으로 종결했다.

당시 수사팀 부장검사였던 문지석 현 수원고검 검사는 그해 국정감사에 출석해 "엄 지청장이 (자신을 배제한 채 주임검사를) 따로 불러 '무혐의 수사 가이드라인'을 강요하는 한편, 폭언과 욕설로 대검에 감찰을 요청하고 사건을 재배당했다"고 주장했다. 또 수사 지휘라인 중 한명인 김 전 차장검사가 쿠팡CFS를 변호한 김앤장 변호인과 친분이 있다며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여당인 민주당의 요구로 출범한 상설특검은 쿠팡에 대한 재수사를 실시한 뒤 지난달 3일 부천지청 처분을 뒤집고, 취업규칙 변경에 관여한 쿠팡CFS 전·현직 대표 2명과 법인을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후 특검팀은 엄 전 지청장과 대검, 쿠팡CFS, 김앤장을 상대로 유착관계를 조사해왔다.

/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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