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수첩을 서울시가 만들었다고?”…직원들의 ‘소장템’·‘애장템’ 된 이유
‘건강’ ‘활력’ 키워드, 다이어리에 담아
게임·응원 문구까지, 업무·힐링을 동시에
서울시를 ‘굿즈 맛집’으로…레드닷까지 노크


따뜻한 감성을 품은 세련된 표지, 180도로 펼쳐지는 노출양장제본, 내지 곳곳의 기분 전환용 게임과 응원의 문구까지…. 여느 프랜차이즈 카페의 사은품 같은 이 다이어리는 사실 서울시 업무수첩 ‘서울플래너 2026’이다. 칙칙하고 투박한 디자인을 벗어던지며 직원들의 ‘필수 소장템’으로 통하더니, 시민들의 구매로까지 이어지며 해치&소울프렌즈와 함께 서울시를 ‘굿즈 맛집’ 반열에 올려놓았다. 5일 서울플래너 기획·제작에 참여한 정기열·이현경·박성아 주무관을 만나 다양한 에피소드와 뒷얘기를 들었다.
서울시가 업무수첩 디자인 전면 개편에 나선 건 2023년. 고전적인 디자인의 수첩을 보며 젊은 직원들은 “스타벅스 다이어리처럼 예쁘고, 다꾸(다이어리 꾸미기)를 할 만큼 애정이 가는 수첩을 갖고 싶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때마침 새 도시브랜드 ‘서울마이소울(Seoul, My Soul)’을 공개하며 이미지 변화를 꾀하던 서울시는 행정에서도 딱딱한 인상을 걷어내기 위한 시도로 업무수첩 개편에 착수했다. 그렇게 첫선을 보인 ‘서울플래너 2024’는 알록달록한 색감과 과감한 구성으로 직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고, ‘서울플래너 2025’ 역시 서울색을 반영한 디자인으로 인기를 이어갔다.
“새해가 다가오면 서울플래너를 기대하게 된다”는 직원들의 반응이 이어지자, 기획·제작에 참여한 이들의 구상은 한 단계 더 나아갔다. 정 주무관은 “공무원을 넘어 시민 누구나 쓰고 싶은 다이어리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주무관도 “단순한 업무수첩이 아닌, 서울의 정체성과 트렌드를 담은 굿즈를 내놓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새 플래너의 출발점은 ‘서울은 어떤 도시인가’라는 질문이었다. 서울의 정체성을 다이어리에 담고 싶었던 이들은 논의 끝에 ‘건강’과 ‘활력’이라는 키워드를 도출했다. 서울의 건강하고 활기찬 일상을 어떻게 보여줄지 궁리하던 중 정 주무관이 ‘트랙’을 그려 넣자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건강도시 서울이라는 길을 힘차게 달려보자는 뜻에서, 운동장 트랙을 연상시키는 푸른색 숫자 ‘26’이 담긴 표지 디자인이 탄생했다.
표지 색상으로는 2026년 서울색인 ‘모닝옐로우’를 채택했다. 박 주무관은 “활력이라는 키워드에 주목했고, 긍정적 메시지와 건강한 이미지를 함께 전달하고 싶었다”며 “모닝옐로우는 무탈한 하루의 시작과 도시의 활력을 동시에 담은 색”이라고 설명했다. 이 색을 통해 시민들이 ‘건강도시 서울’이라는 메시지를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체감할 수 있게 하자는 게 서울시의 생각이었다.
내지도 크게 달라졌다. 첫 페이지에 들어가던 시정 슬로건과 브랜드 소개는 뒤로 미루고, 서울의 브랜드 픽토그램(LOVE·WOW·FUN)과 기호를 활용한 가로세로 퀴즈, 스도쿠, 미로찾기 같은 콘텐츠를 내지 곳곳에 넣었다. 수첩을 쓰는 사이 자연스럽게 도시 브랜드를 느끼도록, ‘직설적 홍보’ 대신 ‘은유적 경험’을 통해 정책 메시지가 스며들 수 있게 바꾼 셈이다.
노출양장제본은 이번 플래너에서 가장 눈길을 끈 시도다. 수첩이 180도 완전히 펼쳐지고, 가독성을 높인 그리드 레이아웃과 함께 필기 흐름이 끊기지 않게 됐다. 이 주무관은 “최근 ‘힙’한 회사들이 다이어리나 책자에 노출양장제본을 채택한 사례를 적지 않게 목격했다”며 “시간과 비용이 드는 작업이었지만, 직원들의 높아진 눈높이에 부응하는 결과물을 내놓고 싶었기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실물이 공개되자 직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공방에서 맞춤 제작한 색상과 퀄리티”, “시중 어떤 플래너보다 편하게 펼쳐지고 가볍게 들고 다닐 수 있다”는 긍정적 평가가 잇따랐다. “가족들이 원하는데 몇 부 더 구할 수 있느냐”는 문의도 이어졌다. 정 주무관은 “잘 모르는 직원으로부터 ‘업무수첩을 정말 잘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메시지도 받았다”며 뿌듯해 했다.
높은 인기를 반영하듯, 서울플래너 2026은 DDP디자인스토어와 서울갤러리 굿즈숍 등에서 일반 판매를 시작했다. 디자인에 민감한 소비자들 사이에선 ‘소장템’으로 입소문이 났다.
서울시는 지난달 세계 3대 디자인상 가운데 하나인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도 서울플래너를 출품했다. 단순히 예쁜 수첩을 자랑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서울의 색과 브랜드가 한 권의 수첩 안에 얼마나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지, 사용 경험이 얼마나 설득력 있는지 검증받겠다는 취지다.
기획‧제작에 참여한 직원들은 서울플래너가 서울의 정체성과 일상을 잇는 도시 굿즈로 자리 잡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플래너는 도시의 활력과 개인의 하루를 연결하는 가장 친근한 매개체입니다. 대학에 가면 그 대학 티셔츠나 굿즈를 사듯이, 서울 시민과 방문객에게 서울플래너가 매력도시 서울을 느낄 수 있는 ‘애장템’으로 사랑받았으면 좋겠습니다.”
박창규 기자 kyu@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역대급 폭락’ 코스피, 전문가는 “패닉셀 금물, 펀더멘털 견고” [코주부]
- ‘강경파’ 하메네이 둘째 아들 후계자로...이란 저항 더 독해지나
- 임금 6.2% 인상, 주택 5억 대출에도…삼성 노조 ‘성과급 상한 폐지’ 반복 요구
- ‘“위고비 맞고 살뺐어요” 좋아했는데...자칫하면 ‘이 병’ 위험 쑥
- 자율주행차 보급 확산에…“면허시험에 스마트차 내용 늘리자” 요구한 샤오미 CEO
- 중동 리스크 고조에 장중 유가 10% 급등…정부 “100조원+α 시장안정 즉각 투입”
- “다들 월 400만원 받는다더니, 내 통장은 왜 이래?”...연봉 협상 끝나자 절반이 “이직할래”
- “매일 5000보” 인증하니 금리가 年 10%까지…러너 모시기 나선 은행들
- 오늘 저녁에 꼭 봐야겠네...36년 만에 하늘에 뜨는 정월대보름 ‘붉은 달’
- “하이닉스 들어갔는데 전쟁이라니”...연휴 직전 7조 넘게 샀다 떨고 있는 개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