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력·전문지식 갖춘 3040 컬렉터 약진 두드러져"
이호재 회장 장남 '갤러리2세'
"시행착오 딛고 나니 천직
신진작가 발굴·기획 즐거워"
日 스타작가 가와우치 리카코
내달 韓컬렉터들에게 선보여

대표적인 '갤러리 2세'의 머리에도 희끗희끗한 반백이 내려앉았다. 세월의 흔적일까, 고심의 흔적일까.
지난주 서울 용산구 동빙고동 가나아트갤러리에서 만난 이정용 가나아트갤러리 대표(48)는 "사실 30대부터 새치가 생겼다"며 소탈한 웃음을 지었다.
그는 막 홍콩 출장을 다녀온 참이었다. 외국 손님의 그림 상속 자문 일이었다. "해외는 확실히 경기가 풀리는 분위기예요. 프라이빗 2차 시장은 괜찮아요." 갤러리 전시 외에도 1년 중 절반은 아트페어와 작가 방문 등으로 출장길에 오른다.
아버지 이호재 가나아트 회장의 뒤를 이어 20대 중반에 미술계에 뛰어들었다. 미국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군 복무를 마친 뒤 가나아트에 취직해 온갖 심부름을 하고 일본에서 고미술을 배운 지 어느덧 20년이 흘렀다. 2014년 갤러리 대표로 취임한 이후로는 해외 기획과 한남동 확장에 공을 들여왔다.
하지만 20년의 세월이 늘 탄탄대로였던 것은 아니다. 그에게도 적지 않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처음엔 작가의 비전도 봐야 하고, 작품을 팔았을 때 책임감도 엄청나서 작품 하나를 소개하는 게 죄를 짓는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10년을 하니까 '잘할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시간이 지나면서 작가마다 저마다의 핵심(core)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지금은 이 일을 '천직'이라 부른다. "그림을 주변 지인에게 너무 많이 팔아서 발을 뺄 수가 없어요. 미술 비즈니스에서는 책임과 신뢰가 중요하더군요. 이제는 작가와 함께 기획하고 작가를 새롭게 발굴하는 게 재미있어요. 제 길을 찾은 것 같습니다."
그가 보기에 지난 10년 사이 컬렉터들이 완전히 달라졌다.
"예전에는 분위기가 좋으면 다 팔렸는데, 요즘엔 선택을 합니다. 고액 작품은 이우환, 김환기, 유영국 등 블루칩 위주로 찾고, 젊은 작가는 이력이나 스케줄이 탄탄한 '미술관급 작가'를 선호하는 추세지요."
특히 3040 컬렉터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자수성가한 사람들이 많아요. 금융, 의료, 화장품, IT업계까지 다양하죠. 원하는 게 구체적이에요. 자기 취향과 예산을 얘기해주면서 추천해달라고 하죠. 작가에 대해 정보도 많고 너무 잘 알아요. 전문가급이에요. 공부를 하고 오니까 오히려 편하지요."
다음달 초 개막하는 '아트오앤오'에는 차세대 일본 '미술관급 작가'인 가와우치 리카코의 솔로 부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동시에 한남동 갤러리에서도 그의 개인전을 연다.
"일본 작가들을 20년 전부터 오랫동안 봐왔어요. 개인적으로 모으기도 했습니다. 일본 작가들은 자신의 작업에 깊게 파고드는 몰입도가 남다르거든요."
그는 가와우치 리카코에 대해 "신체와 음식에 대한 표현력에 있어 거침이 없고 독창적이며, 현재 일본 미술계가 가장 주목하는 여성 작가"라고 설명했다.
수년간 한남동에 흩어져 있던 공간을 지금의 동빙고동 자리에 집결시켰다. 그는 "평창동은 스케일이 있거나 무게감 있는 작가들 전시를, 한남동은 좀 더 새로운 작업과 실험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기존 고객도 이쪽으로 오는 분들이 많고, 새로운 고객이 오시기도 편합니다. 지나가다 들르기도 하고, 주변에 갤러리도 많이 생겨 좋아요."
그는 올해 전시 계획에 대해 "내년 초까지 7대3 정도로 해외 작가 위주로 많이 할 계획"이라며 "해외 작가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한국 화단에 대해서는 "중간 허리가 약하다"며 "단색화 다음에 중진·중견 작가들이 있어야 하는데 바로 젊은 작가로 넘어가는 분위기가 아쉽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국내 작가들이 더 힘을 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숫기가 없는 그는 카메라를 여전히 어색해했다. 갤러리에 누워 있던 진돗개를 닮은 '브루스'가 그의 품에 뛰어들자 그제야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7년 키운 반려견을 사랑스럽게 안은 그의 뒤로 김창열 물방울 그림이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이향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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