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국 얼굴사진 AI 학습' 헌법소원 각하에 "헌재, 대규모 인권침해 외면"
내외국인 개인정보와 안면사진 민간기업 인공지능 학습용 제공
헌재는 "시스템 파기로 보호이익 없어, 반복 위험도" 판단 안해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법무부가 국민과 외국인 개인정보와 얼굴 사진 등을 민간기업에 인공지능(AI) 학습용으로 제공한 행위에 대한 헌법소원 청구를 헌법재판소가 각하하면서 시민사회와 인권단체 비판이 나오고 있다. “AI 시대에 학습데이터 처리가 유발할 수 있는 기본권 침해를 도외시해 헌재 고유의 사명을 저버렸다”는 지적이다.
디지털정의네트워크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디지털정보위원회, 정보인권연구소, 참여연대 등 4개 시민사회·인권단체와 연구소는 지난 3일 공동성명을 내고 “헌재가 형식적 이유를 들어 우리나라에 출입국 경험이 있는 국민과 외국인 대다수에 해당할지도 모르는 대규모 인권 침해를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헌재는 지난달 26일 법무부 출입국 AI 식별추적 시스템에 대해 내·외국인이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 청구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렸다. 사건을 살필 이유가 없어 심판하지 않겠다는 결정이다.
앞서 법무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인공지능(AI) 식별추적 시스템 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내국인과 외국인의 국적과 생년, 성별 등 개인정보와 얼굴사진을 복수 기업에 AI 학습데이터로 제공한 사실이 2021년 10월 한겨레 보도로 알려졌다. 제공된 정보 건수는 내국인 5760만 건과 외국인 1억 2000만여 건이다.
이 사건은 그 자체로 민감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거나 처리하려면 정보 주체의 '별도 동의'를 받도록 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는 비판을 불렀다. 법무부는 해당 행위가 '출입국 심사'라는 정보 수집 목적 범위 안에 있다고 주장했다.
헌재, '파기됐으니 보호이익 없다' 했지만…
청구인들은 2022년 7월 국가가 출입국 심사 목적으로 수집·보관하는 개인정보를 민간기업 알고리즘 개발을 위해 목적 외로 대량 활용하는데도 그 피해 사실조차 확인하기 어렵다며 헌재에 정부 행위가 위헌임을 확인해달라고 청구했다. 청구인들이 이 시스템에 자신의 개인정보가 이용됐는지 확인을 요구했지만 당국은 대량의 데이터에서 청구인을 식별할 수 없다는 등 이유로 응하지 않았다. 논란이 일자 법무부가 해당 시스템을 파기했지만, 단체들은 학습 결과물인 알고리즘은 각 민간기업들에 활용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헌재는 각하를 결정한 사유로 해당 사업이 종료됐고, 안면 데이터도 파기됐기 때문에 청구인들의 권리보호 이익이 없다고 밝혔다. 또한 유사한 사건이 반복될 위험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심판의 이익도 없다고 봤다. 헌재는 나아가 헌법에서 안면 데이터 등 개인정보 활용을 금지하는 규정을 제정할 의무가 도출되기 어렵다고도 판단했다.
디지털정의행동네트워크 등 단체들은 이에 “알고리즘만 남기고 데이터 및 그 처리 기록을 모두 파기해 버린 불투명하고 무책임한 국가의 행위가 헌법적인 판단조차 받지 못했다”며 “국가가 내국인과 외국인의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용으로 처리하였으면서 피해를 구제하기는커녕 최소한의 사실 확인조차 회피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헌재의 각하 결정 사유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피청구인들(정부)이 안면데이터를 활용한 것의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그 위헌성이 확인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권리보호이익이 소멸하였다고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안면데이터가 활용될 수 있는 상황 그 자체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위험이므로 반복의 위험성은 존재한다”고 했다. 이어 “헌법이 보장하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과 국제인권조약에 따른 국가의 법적의무로서 시민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입법으로 보호할 의무는 도출된다”고도 했다.
또한 “그 어느 때보다 AI가 빠른 속도로 일반 시민의 삶과 노동에 침투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헌법재판소가 AI의 인권 침해에 대한 기준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저버린 것”이라고 했다.
장여경 정보인권연구소 상임이사는 5일 “청구인들은 자신들의 개인정보가 학습됐는지 확인해달라고 열람 청구와 분쟁조정도 했지만 응답받지 못하자 헌재에 마지막으로 위헌 확인을 호소했다”며 “유럽연합은 이미 법 집행기관이 공공장소에서 시민의 얼굴이나 동작과 같은 생체 인식을 실시간으로 식별하고 추적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헌재는 인공지능 시대에 안면정보와 같은 중요한 정보를 인공지능 학습에 쓰는 데 대한 공정한 기준을 마련할 기회를 저버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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