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희림이 잘 처리 해줄 것” 청부 민원 단톡방 존재 확인

박종화 2026. 3. 5.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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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희림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위원장이 가족·지인을 동원해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음파일’ 보도를 인용보도한 방송사들을 제재해달라는 민원을 넣도록 사주했다는, 일명 '청부 민원' 의혹. 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조직적인 ‘청부 민원’ 지시가 이뤄진 정황이 감사원 감사 결과 확인됐다.

감사원, ‘청부 민원 지시 단톡방’ 존재 확인

사건은 2023년 9월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방심위에 뉴스타파 보도를 인용한 방송사들을 제재해 달라는 민원이 쇄도했다. 이 과정에서 류 전 위원장이 가족과 지인을 동원해 민원을 제기하게 한 뒤, 이를 근거로 ‘셀프 심의’를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3년 12월 방심위 직원들은 국민권익위원회에 청부 민원 의혹을 공익신고했다. 같은 달 뉴스타파가 청부 민원 의혹을 보도한 후 경찰도 고발장을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에서 진상 파악은 지지부진했다. 권익위는 사건 처리를 미뤘고, 경찰은 사건의 본질은 외면한 채 공익신고자에 대한 강제 수사에 나섰다.

상황이 변한 건 윤석열이 내란 시도로 자폭한 이후부터다.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3월, 국회가 나서 방심위에 대한 감사를 청구했다. 감사원 감사가 시작됐지만 이번에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 1월 감사원은 청부 민원의 ‘실체를 확인할 수 없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의심은 가지만 2년가량의 시간이 흘러 물증이 부족하다’는 취지다.

감사원의 감사결과보고서 내용 발췌. "2년가량 지나 통신기록을 확보할 수 없어 류희림의 사주행위를 입증할 객관적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감사 결과.

그런데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주목할 만한 대목이 있다. 청부 민원을 조직적으로 지시한 것으로 보이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의 존재가 진술로 확인된 것이다.

감사원은 전체 민원인 중 65명을 감사 대상 민원인으로 삼았다. 이 중 류 전 위원장의 친족과 지인 11명, 연결고리가 드러난 14명 등 총 25명을 ‘류희림 관련인’으로 분류했다. 감사원은 이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청부 민원을 제안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이 존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민원 지시 창구가 존재했을 것이란 의혹은 수차례 제기됐으나, 진술을 통해 그 실체가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감사원은 전체 민원인 중 25명을 '류희림 관련인'으로 분류했다.

감사 보고서의 ‘민원 제출 경위를 진술한 민원인 현황’ 표에 따르면, 류 전 위원장의 과거 직장 동료 A씨는 갑자기 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초대돼 청부 민원을 제안받았다고 진술했다.

감사원은 류희림 관련인을 조사하던 중 '단체대화방'에서 "방심위에 민원을 제출하면 곧 류희림이 위원장이 되어 잘 처리해줄 것이다"라는 제안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자료=감사원 감사결과보고서) 

누군지도 모르고, 뭐하는 단체대화방인지도 모르는데 어떤 단체대화방에 제가 초대되었습니다. 그 단체대화방에서 누군가가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 관련한 거짓 언론 보도에 대해서 제재를 해달라는 민원을 방심위에 제출하면 곧 류희림이 위원장이 될 거니깐 잘 처리해줄 거라고 해서 민원을 제출하게 되었습니다. 남편의 동의를 얻어 남편 명의로도 민원을 제출하였습니다.
- - 류희림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과거 직장 동료 A씨의 감사원 진술

류 전 위원장의 다른 과거 직장 동료 B씨 역시, 방심위에 청부 민원이 쏟아지기 시작한 날 해당 단체 대화방에서 청부 민원 대상이었던 보도를 공유받았다고 진술했다.

2023. 9. 4. 단체대화방에서 뉴스타파 인용 보도 관련 내용을 공유받고 나서 2022년 대선 전에 관련 방송을 보았던 기억이 떠올랐고, 뉴스타파 인용 보도에 대한 스스로의 생각을 바탕으로 민원 내용을 직접 작성하였습니다.
- - 류희림의 과거 직장 동료 B씨의 감사원 진술

수사 지연이 부른 증거 인멸... 처벌 피한 류희림

청부 민원 관련 단체 대화방의 존재를 진술한 민원인은 모두 5명이다. 이 중 A, B씨를 포함한 4명은 같은 단체 대화방에 있었다. 그러나 감사원은 이 단체 대화방의 실제 대화 내용은 확인하지 못했다. 이미 대화방은 삭제됐고, 관련자들이 휴대전화를 교체했기 때문이다. 

류 전 위원장의 행태도 다르지 않았다. 감사원이 류 전 위원장에게 단체 대화방 및 통화 내역을 확인하기 위해 자료 제출을 요구했으나, “휴대전화를 두 차례 분실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류희림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모습.

청부 민원 의혹 최초 보도 후 지금까지 흐른 시간은 약 2년 3개월. 권익위는 차일피일 사건 처리를 미뤘고, 경찰 수사는 공익신고자를 향했다. 뒤늦게 감사원이 청부 민원 단체 대화방의 꼬리를 잡았지만, 대화방은 사라졌고 통신기록 보존기한이 지나 물증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사건 처리 지연으로 진상파악의 골든타임을 놓쳐버린 것이다.

윤석열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에 재갈을 물리기 위해 펼쳐진 희대의 자작극 '청부 민원' 의혹, 그 중심에 서있는 류희림 전 위원장은 지금까지 아무런 법적, 행정적 처벌을 받지 않고 있다.

뉴스타파 박종화 bell@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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