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법원 국제 평가는 상위권…국내 신뢰도는 10년째 중·하위권

양윤우 기자, 정진솔 기자, 오석진 기자 2026. 3. 5.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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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법원, 진짜 믿지 못할 곳인가①
[편집자주] 법원을 바라보는 시선이 싸늘하다. 법원 청사에 집단 테러가 발생했고 "재판 결과는 윗선이 다 결정하는 거 아니야"라는 오해까지 나온다. 신뢰를 깎아먹는 요인이 무엇인지, 법원은 정말 신뢰할 수 없는 조직인지, 해외에서도 신뢰가 부족한 지 등을 다각도로 분석해 신뢰 회복 해법을 모색한다.

/사진=Gemini

한국의 사법제도는 국제 평가에서 상위권으로 분류되지만 정작 국민들이 법원을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법원의 신뢰도는 지난 10년째 7대 국가기관 중 중·하위권에 머물고 있고 법원의 판단을 인정하지 않는 현상이 점차 심화하고 있다.

여권에서 한국 법원 신뢰도가 낮다는 점을 근거로 추진한 '사법개혁 3법'이 국회를 넘은 지난 3일 조희대 대법원장은 출근길에 사법부 신뢰가 높다는 점을 설명했다. 기자들 질문에 짧게 답했던 것과 달리 이례적으로 준비한 내용을 길게 설명했다. 조 대법원장은 "대한민국의 민사재판 제도가 아주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 심지어 국제기관에서도 대한민국 사법부를 배우려 하고 우리 사법부가 교류 협력을 할 것을 적극 요청하고 있다"며 "우리 제도를 근거없이 폄훼하거나 법관들에 대해 개별 재판을 두고 악마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실제 세계사법정의프로젝트(WJP)의 법치주의 지수(Rule of Law Index)에서 지난해 기준 한국은 143개국 중 19위로 평가됐다. 세부 항목으로 보면 Civil Justice(민사사법)는 13위, Criminal Justice(형사사법)는 15위였다. WJP는 법치가 실제로 얼마나 작동하는지를 8개 분야 지표로 점수화해 국가별 순위를 매긴다.

그러나 대부분의 우리 국민들은 법원을 믿을만한 곳으로 여기지 않는다. 통계청이 매년 7대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군대·경찰·법원·중앙정부·검찰·국회)의 신뢰도를 측정해 발표하는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법원은 4위(46.1%)였다. 지자체(55.3%)·군대(51.3%)·경찰(50.8%)보다 낮았고 중앙정부(44.0%)·검찰(43.0%)·국회(26.0%)보다는 높았다.

법원은 강제력이 있는 최종 분쟁 해결기관임에도 4~5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2015년 4위(35.0%) △2016년 4위(29.8%) △2017년 5위(34.4%) △2018년 5위(33.0%) △2019년 4위(36.8%) △2020년 5위(41.1%) △2021년 5위(51.3%) △2022년 5위(47.7%) △2023년 5위(48.5%) △2024년 4위(46.1%)로 중·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신뢰가 없다보니 불복도 크게 늘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KICJ)에 따르면 1심 형사공판 사건 항소율은 2015년 27.2%에서 2023년 48.1%로 크게 뛰었다. 1심 판단이 당사자에게 '납득 가능한 결론'으로 기능하지 못하면서 항소가 예외가 아니라 기본 선택지가 되는 모양새다.

불신은 물리적 위협으로도 번졌다. 지난해 1월19일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소식 직후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법 청사에 난입해 유리창·출입문 등 시설을 파손하고 이를 막던 경찰을 폭행하는 등 폭력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재산 피해는 약 6억2000만원, 복구 예산은 약 11억8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사상 초유의 일로 법원 안팎에 큰 충격을 줬다.

최근 몇 년 사이 정치·사회적으로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사건들이 법원으로 몰려들면서 신뢰도가 더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진영 대립이 극심해진 상황 속 이뤄졌던 윤 전 대통령 구속 취소, 이재명 대통령(당시 후보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상고심 선고 등도 신뢰도 하락에 큰 영향을 미쳤다.

법원 신뢰 하락은 사회 전반의 혼란을 불러올 수 있는 큰 문제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사법은 갈등을 끝내는 마지막 장치인데 그 기능이 약해지면 분쟁이 법정 밖으로 번지고 결국 규칙이 힘을 쓰지 못하게 된다"며 "법원 판단을 받아들이는 사회적 합의가 흔들리면 사회 질서도 흔들리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법원 신뢰 하락은 단순히 법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 전반의 예측가능성을 떨어뜨려 시스템을 불안정하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법원 신뢰 회복은 법원 스스로가 풀어내야 할 숙제다. 최근 퇴임한 노태악 전 대법관은 퇴임식에서 "사법부의 디딤돌은 사법권의 독립과 국민의 신뢰 두 가지"라며 "사법권의 독립은 끊임없는 자기반성과 함께 공정한 재판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얻을 때 제대로 실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윤우 기자 moneysheep@mt.co.kr 정진솔 기자 pinetree@mt.co.kr 오석진 기자 5st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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