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민병 ‘화분증’, 원인 ‘삼나무’ 아는 데도 예방 못하는 이유는

김기범 기자 2026. 3. 5.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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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시민들 중 일부가 지난 2일 마스크를 쓴 채 도쿄증권거래소 닛케이지수 전광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봄철만 되면 일본인 다수를 괴롭게 하는 질병이 있다. 바로 일본에선 ‘가훈쇼(花粉症)’라 불리는 꽃가루 알레르기다. 꽃가루 알레르기로 고통을 호소하는 이의 비율이 전체 인구에서 약 40%에 달하다보니 ‘가훈쇼’는 ‘국민병’이라 불리기도 한다. 일본인들이 겪는 꽃가루 알레르기는 삼나무, 편백나무 등 식물의 꽃가루가 주 원인이다. 주로 재채기, 콧물, 코막힘 등의 증상을 일으킨다.

아사히신문은 일본에서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가 급증한 것은 최근 60년 사이의 일로, 삼나무 꽃가루에 의한 첫 알레르기 환자가 보고된 것은 1964년이라고 5일 보도했다. 이후 삼나무 꽃가루에 의한 알레르기 환자는 빠르게 증가했는데, 전국의 이비인후과 의사와 그 가족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환자 수는 1998년 전체 인구의 약 20%에서 2008년 약 30%, 2019년 약 40%로 증가했다. 꽃가루 알레르기를 겪는 이의 비율이 이처럼 높다보니 꽃가루 예보 서비스도 생겨났을 정도다.

이처럼 국민병 수준으로 꽃가루 알레르기가 늘어난 것은 일본 국토의 70%를 차지하는 삼림의 변화탓이 크다. 현재 약 1000만㏊(헥타아르·1헥타아르는 1만㎡)에 달하는 일본 전체 인공림에서 삼나무가 차지하는 비율은 44%에 달한다. 편백나무는 삼나무 다음으로 많은 25%다.

이처럼 일본의 인공림에서 삼나무와 편백나무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것은 과거 고도성장기에 목재로 사용하기 위해 성장이 빠른 침엽수를 활엽수 대신 대량으로 심었던 탓이다. 그러나 해외에서 값싼 목재가 수입되면서 일본 내 임업이 침체되자 이처럼 일본 전역에 식재된 삼나무 가운데 대부분은 벌채되지 못한 채 방치된 상태다.

삼나무는 수령 20년이 넘어가면 꽃가루를 많이 날리기 시작하는데, 일본의 인공림은 현재 꽃가루를 다량으로 날리는 삼나무로 가득한 상황이라고 아사히는 전했다. 도쿄도 삼림과 아부미 미치코 과장은 아사히에 “전쟁 후 심어진 뒤 한번도 벌채되지 않은 나무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물론 일본 정부도 손을 놓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오래된 삼나무를 벌채하는 동시에 꽃가루가 적은 품종으로 바꿔 심는 등의 대책을 시행 중이다. 꽃가루를 많이 내는 수령 20년 이상 삼나무 숲 면적을 20% 줄이는 것이 목표다. 일본 정부는 앞으로 연간 약 5만㏊인 벌채 면적을 7만㏊로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1000만㏊의 인공림 중 44%를 차지하는 삼나무 수를 감안하면 연간 수만㏊는 꽃가루 알레르기를 줄인다는 목표를 달성하기에 매우 적은 수치라 할 수 있다. 특히 인공림의 경우 5㏊ 미만의 소규모 사유림이 많은데 일본 정부나 지자체가 삼나무 벌채를 진행하려 해도 소유주가 응하지 않는 경우도 많은 상황이다. 삼나무를 벌채할 경우 소유자에게는 재정 부담이 없으며, 오히려 목재를 판매해 수익을 얻을 수도 있지만 벌목되는 사유림의 면적인 연간 40~60㏊에 불과한 실정이다.

아부미 과장은 “인공림 소유자들이 더 (벌채) 제도를 많이 활용했으면 한다”면서 “더 많은 나무가 벌목될 수 있도록 소비자들이 일상에서 나무를 많이 사용하길 바란다”고 아사히에 말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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