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우의 무지(無智) 무득(無得)]대학의 전미개오(轉迷開悟)-연구중심대학

대학과 산업 현장 사이에는 거대한 심연(深淵)이 가로놓여 있다. 대학 졸업생들은 갈 곳이 없어 방황하고, 기업들은 인재에 굶주리고 있는 한편 시스템의 하부 인프라부터 상위 에이전트까지 조망하고 설계할 수 있는 고급 인재를 갈구하고 있다. 이제, 인공지능 대전환(AX) 시대에 대학 교육 시스템을 과거의 관성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야 할 원동력이 절실하다. 말하자면, 대학들이 시대적 요구와 괴리돼 있는 미혹(迷)에서 벗어나 시대적 깨달음(悟)을 얻을 수 있는 전미개오(轉迷開悟)의 결단이 필요하다. 그 구체적인 시대적 방편(方便)이 바로 연구중심대학 제도 도입이다.
연구중심대학의 사명은 국가의 미래를 담보하는 전략 요충지로서 대한민국의 격을 바꾸고 미래 세대에게 지속 가능한 번영을 물려주는 데에 있다. 즉, 지식 전수를 넘어, 인류를 위한 원천 기술을 창출하는 지식의 발원지가 되는 것이다. 대학이 지식의 최전선에서 상구보리(上求菩提) 정신으로 진리를 탐구할 때, 대한민국은 비로소 기술 변방에서 벗어나 글로벌 표준을 주도하는 글로벌 리더로 도약할 수 있다. 우리가 연구중심대학이라는 힘든 길을 가려는 이유는 단순히 학교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격'을 바꾸고 미래 세대에게 지속 가능한 번영을 물려주기 위함이다.
연구중심대학이라는 방편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간판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대학을 지탱하는 뼈대부터 환골탈태(換骨奪胎)해야 하며, 정부는 대학을 운영하는 룰(rule) 자체를 개혁해야 한다. 예를 들어, 연구실 학생의 졸업과 관계없이 노하우가 축적되도록 해야 하며, 개별 프로젝트 수주 경쟁(PBS) 대신 대학 본부에 연구 예산을 총액으로 배분하고 자율 집행을 맡기는 블록 펀딩(Block Funding) 체제로의 전환과 대학들이 정부의 통제에서 벗어나 스스로 혁신할 수 있는 자율성의 법적 보장 등이 필요하다. 아울러 기업 연구소가 캠퍼스 내부로 들어오고, 대학의 연구 성과가 즉각적으로 산업적 부가가치로 치환되는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을 구축함으로써 연구-교육 일체화를 실현해야 한다.
과거에도 연구중심대학 제도 도입을 시도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던 역사가 있다. 그 이면에는 정부 정책의 미숙함과 교수와 대학 사회의 저항이 있었음을 통렬히 자성해야 한다. 가내수공업식 연구실 운영의 편안함, 그리고 선택과 집중에 대한 평등주의적 거부는 대한민국 대학의 성장을 가로막는 장벽이었다.
이제 우리는 과거의 실패를 딛고 인류 역사의 주체가 되기 위해 다음의 5대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인적 연속성:학생 중심의 연구를 탈피하고 전업 연구원 중심의 축적형 연구 체계 구축 △재정 자율성: 정부의 단기 성과 통제를 벗어나 기관 중심 블록 펀딩을 통한 장기·고위험 연구 보장 △ 윤리적 신뢰: 자율적 예산 집행에 걸맞은 도덕적 책임과 투명성을 확보해 사회적 기대 충족 △질적 수월성:논문 편수가 아닌 글로벌 임팩트 중심의 평가 △가치 지향성: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인류 공영에 이바지하는 연구 지향 등이다.
이제 연구중심대학 제도를 통해, 대학들은 시대의 부름에 응답하는 상구보리(上求菩提)의 현장으로 거듭나야 한다. 또, 연구중심대학의 최종 목적지는 상아탑의 높은 벽 안이 아니라, 고통받는 중생의 삶 한복판이어야 한다. 인간의 존엄성을 공고(鞏固)하게 한 기반 위에서 기술이 모든 인류의 행복을 증진하는 도구가 되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연구중심대학이 실천해야 할 하화중생(下化衆生)의 참된 모습이다.
지식을 얻되 그 지식에 얽매이지 않고 진정한 가치를 실현하는 '무지무득(無知無得)'의 정신으로 대학의 판을 갈자. 대한민국 대학의 대전환은 인류의 안녕과 행복을 향한 가장 자비로운 첫걸음이 될 것이다.
이강우 동국대 컴퓨터AI학부 교수 klee@dongguk.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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