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만의 월드컵 문턱인데···이라크, 감독·선수 손발 한 번 못 맞추고 경기 치를 판

이라크 축구 대표팀이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을 가를 대륙 간 플레이오프(PO)를 앞두고 전쟁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라크는 다음 달 1일 멕시코 몬테레이에서 볼리비아와 수리남 간 경기 승자와 단판으로 대륙 간 PO를 치른다. 이기면 1986년 멕시코 대회 이후 40년 만이자 통산 두 번째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게 되는, 이라크 축구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동이 경기보다 더 문제다. 이라크축구협회(IFA)는 4일 성명을 통해 “영공 폐쇄로 그레이엄 아널드 감독이 아랍에미리트(UAE)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다수의 선수와 기술·의료 인력도 멕시코 입국 비자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호주 국적자인 아널드 감독은 걸프 지역에 발이 묶여 있고, 유럽과 중동 각지에서 뛰는 해외파 선수들 역시 비자 발급이 막혔다.
이라크 교통부는 이라크축구협회에 영공이 최소 4주간 폐쇄될 것이라고 통보했다. 대표팀 선수의 약 40%가 이동할 수 없게 된다. 중부에 자리한 수도 바그다드에서 북부를 거쳐 튀르키예로 이어지는 25시간짜리 육로가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안전 우려로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다.
비자도 발목을 잡는다. 멕시코는 바그다드에 대사관을 두지 않아 이라크 선수들은 카타르나 UAE에 있는 멕시코 공관을 통해 비자를 받아야 하는데, 그 공관들마저 전쟁 여파로 문을 닫았다. 미국 비자도 중동 주재 미국 공관들이 업무를 축소하거나 폐쇄하면서 역시 발급이 막혔다. 미국 휴스턴 전지훈련을 앞두고 미국 비자를 받지 못한 선수들이 속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라크는 애초 15일 휴스턴에서 전지훈련을 시작해 현지 기후와 시차에 적응한 뒤 몬테레이로 이동하는 2단계 준비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사실상 무산됐다. 일부 선수는 소속팀에서 개별 훈련을 하고, 일부는 이라크 국내에서 임시훈련을 하고 있다.
FIFA는 예정대로 경기를 치르게 하겠다는 뜻을 이라크 측에 전달했다. 이라크축구협회도 “경기가 열린다는 전제로 준비하고 있다”는 원칙을 유지하고 있지만, 실제 개최 여부에 회의적인 시각이 나온다.
앞서 이란이 월드컵 참가를 포기할 경우 이라크에 본선 직행 티켓이 추가로 주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이라크가 40년 만의 본선 진출권을 손에 넣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몬테레이로 가 PO에서 이기는 것이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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