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인간이 근본인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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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북유럽 국가 및 도시들이 그렇듯, 스웨덴 역시 언젠가 가보고 싶은 '미지의' 나라였다. 영화 역사에서 클래식 오브 클래식으로 기록될 잉마르 베리만 감독의 영화들에서도 스웨덴은 그런 동경과 판타지의 공간으로 비쳤다. 내게 스웨덴에 대한 이미지를 강렬하게 심은 건 토마스 알프레드손 감독의 2008년 작 <렛 미 인>이었다. 스웨덴 스톡홀름의 위성 도시 블라케베리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눈의 나라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북유럽의 겨울 도시 속 뱀파이어 소녀와 순진무구한 소년의 첫사랑을 다룬다. 물론 뱀파이어 소재답게 흰 눈에 스며드는 선혈이 낭자한 이미지가 재현되는 건 당연지사다. 당시 해외 영화제에서 이 영화에 대한 소문은 꽤 자자한 편이었다. 실제로 관람한 이후 스웨덴으로 떠나고 싶은 욕망이 조금 더 강렬해졌다. 그리고 같은 해에 배우 케네스 브래너가 스웨덴 형사로 출연하는 시리즈 <월랜더>를 만났다. 그가 연기하는 극 중 주인공 월랜더 형사의 자동차가 내 눈을 사로잡았다. 다름 아닌 스웨덴 자동차 브랜드 볼보의 XC70(2000년대 꽤 인기를 끌었고, 2016년에 단종된 모델이다)이었다. 그가 이곳저곳으로 이동할 때마다 XC70이 스웨덴 풍경을 가로지르는 장면들이 어찌나 매력적이던지! 그때부터 볼보라는 브랜드가 뇌리에 완전히 각인되었다. 어쩌면 이때부터 나는 XC70을 일종의 드림 카로 설정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 모델이 단종될 때까지 나는 그걸 소유한 적이 없지만 말이다. 몇 년 전, 그 모델은 아니지만 일정 부분 꿈을 이루긴 했다. 내 머릿속에 볼보는 언제나 순위권에 상위 랭크된 브랜드였고, 마침 그들의 XC60이 국내에서도 대중적 인기를 끌고 있을 때였다. 나는 일 초의 머뭇거림도 없이, 자연스럽게 볼보 오너가 되었다.
오래전부터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에게 볼보는 안전의 대명사로 각인되었다. 당시 아이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이 요소에 더 강하게 이끌렸을지 모른다. 내가 차량을 구매했을 때, 볼보는 더 이상 디젤 차량을 제작하지 않을 것임을 선언했다. 그래서 선택은 가솔린, 하이브리드 두 가지로 압축되었다. 그때만 하더라도 볼보에 전기차 라인업은 없었다. 오래된 구축 아파트에 둥지를 틀고 있는 내게 전기차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당시에는 그랬단 말이다. 아파트 내 주차장에 충전기가 설치된 것도 불과 3~4년 전이기 때문이다. 막상 전기차를 구입한다 하더라도, 당시에는 일종의 서브 자동차 느낌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전기차 시장은 나의 편견을 완전히 깨트렸고, 대중화된 미래형 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하는 듯 보인다.
'스웨덴'은 가보고 싶은 동경의 나라였고, '볼보'는 꿈꾸던 걸 현실로 만들어준 브랜드다. 그리고 XC60을 구입하면서 "이게 나의 마지막 내연기관 차량이고 다음은 '전기차'"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마침 내게 이 세 가지 조건을 완벽하게 맞출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볼보가 새로운 순수 전기 SUV를 출시하는 이벤트'에 참석하게 된 것이다. 머리털 나고 처음 가보는 스웨덴에서 볼보의 새로운 전기차를 취재한다니! 라이프스타일 측면에서 동경하고 꿈꿔왔던 모든 게 단박에 맞아떨어질 수 있는 것일까? 영화적으로 동경하던 도시에서, 드림 카로 상정했던 브랜드의 현재 사용자로서 이벤트에 참석한다는 게 참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어여 스웨덴으로 가서 'Volvo EX60'(이하 'EX60')을 만나고픈 생각이 강렬해졌다. 장시간의 비행 끝에 도착한 스톡홀름 공항의 시계는 어느덧 새벽 1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공항에서 숙소로 이동하는 차량 차창에 비친 스톡홀름의 밤 풍경은 <렛 미 인>의 그것과 정말 유사했다. 소복이 눈이 쌓인 거리를 비추는 가느다란 가로등 불빛. 그 아래로 <렛 미 인> 속 뱀파이어 이엘리의 그림자가 휘리릭 지나가는 것만 같았다. 숙소에 도착하고, 잠시 눈을 붙인 후 아침을 맞았다. 이번 트립은 라이프스타일과 자동차 전문 저널 팀으로 분류되어 진행되었다. <아레나>는 당연히 라이프스타일 측면에서 새로운 모델에 접근하기로 했다. 그래서 내가 포함된 라이프스타일 팀의 첫 프로그램은 EX60에 적용된 시트가 어떻게 스칸디나비안 무드를 내포하고 있는지에 대한 감성적 접근이었다. 새로운 차량에 도입된 시트는 나의 XC60과 유사하면서도 달랐다. 북유럽의 패션, 자연, 날씨를 간결하게 잘 담아낸 듯했다. 컬러별 시트의 디자인과 패브릭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첫 번째 프로그램을 마쳤다.
드디어 한국에서 스톡홀름을 찾은 우리 모두는 EX60을 만나기 위해 이동했다. 시내에서 대략 40분 정도 떨어진 행사장으로 가는 우리를 마중 나온 건, 국내 미출시된 볼보의 또 다른 중대형 전기 SUV EX90이었다. 이 모델만 하더라도 우리 눈을 반짝이게 할 정도로, 그러니까 한국 팀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자동차였다. 이벤트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올라타본 소감? 확실히 볼보의 시트는 시승자를 편안하고 안락하게 맞이한다는 것. 또 운전자를 위한 인터페이스도 굉장히 효율적으로 적용되었다는 점이다. 눈이 쌓여 결빙이 생긴 스톡홀름 도로를 씽씽 달리는 차들을 보며 윈터 타이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되새겼다. 그렇게 우리는 빗발치는 눈을 뚫고, 일렬 종대로 늘어선 EX90의 장관에 감탄하며 EX60이 베일을 벗는 장소에 도착했다.
드디어 외관을 드러낸 EX60을 앞에 두고 볼보자동차 CEO 하칸 사무엘손은 "EX60은 주행 가능 거리, 충전, 가격 등 모든 측면에서 판도를 바꿀 게임체인저이자, 볼보자동차와 고객 모두에게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모델"이라 말했다. 여기에서 이해할 수 있듯, EX60을 현장에서 만난 느낌은 굉장히 직관적인 차라는 것이었다. 전기차 사용자는 계절과 기온에 따른 배터리 잔존성에 대해 항상 두려움을 느낀다. 특히 겨울에는 더욱 그렇다. EX60은 이런 불안을 불식시키는 직관성을 지녔다. 사륜구동 기준으로 1회 충전 시 최대 810km 주행이 가능하다. 대략 서울에서 부산까지 왕복이 가능해졌다는 의미다. 물론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중간에 충전을 할 거다. 400W 급속 충전기를 사용할 경우 10분 충전으로 최대 340km 주행이 가능하다. 말 그대로 스웨덴식 커피 타임인 '피카(Fika)' 시간 정도면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EX60을 바라보며 새삼 느낀 건, 현대의 전기차는 두 가지 갈래로 발전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하나는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를 위시한 급진적 테크놀로지 기업은 자율주행에 큰 무게감을 둔다는 것이고, 둘째는 볼보처럼 여전히 운전자를 중심으로 탑승자의 편의와 안전에 심혈을 기울이는 쪽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이는 분명 고객의 취향에 따른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일 게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후자 쪽으로 무게가 기우는 건 어쩔 수 없다. 지금 당장, 어떤 차에 올라탈 것인가를 묻는다면 난 EX60을 선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자동차에서 음악을 듣는 행위가 얼마나 소중한 시간인가를 이해하는 이라면, 28개의 스피커로 구성된 바워스앤윌킨스의 옵션 시스템을 선택해야만 한다. 심지어 애플 뮤직이 기본으로 탑재(미래 국내 출시 시에는 애플 뮤직이 아닐 수도 있다)된 EX60에서는 돌비 애트모스 사운드를 만끽할 수 있다. 현재의 바워스앤윌킨스 시스템도 훌륭한데, 이는 어떨지 굉장히 궁금해지는 지점이었다.
앞서도 말했지만 볼보 전기차가 나아가는 길의 중심에는 언제나 인간이 있다. 볼보 최초로 구글 제미나이를 탑재한 것도, 말 그대로 인간의 어시스턴트로 AI가 존재하도록 하려는 의도가 명확하다. 볼보는 이를 '휴긴코어(HuginCore)'라 명명한다. 이를 기반으로 차가 스스로 사고하고, 처리하며, 반응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브랜드에 따르면 "자체 기술 역량과 더불어 구글, 엔비디아, 퀄컴 등 글로벌 기술 선도 기업들과 협업해 브랜드 역사상 가장 지능적인 모델을 완성했다"고 공언할 정도니 말이다. EX60과 더불어 한 대의 차량이 이날 더 공개됐다. 브랜드 최초의 중형 전기 크로스오버 SUV EX60 크로스컨트리다. 이 모델은 EX60 대비 지상고가 조금 더 높고, 에어 서스펜션을 통해 조금 더 높일 수 있도록 제작됐다.
이렇게 북유럽 국가 스웨덴의 도시 스톡홀름에서 개최된 볼보의 새로운 전기차 공개 이벤트가 막을 내렸다. 차를 직접 본 소감? 내연기관을 사용하는 XC60 유저로서, EX60이 국내 출시될 때 조금 더 고민을 하게 될 것 같다. 긍정적인 측면에서의 고민 말이다. 점차 주변 환경이 전기차에 더 친밀하고 친숙해지는 것 역시 그 긍정에 한몫 거든다. 현재 EX60의 한국 도입 시기는 아직 미정이다. 그럼에도 EX60은 스칸디나비아적 감성이 가득한, 볼보의 가장 진보적인 전기차 라인업 최전방에 있음은 틀림없다. 그걸 직접 보고 온 바, 만일 나를 포함한 주변의 누군가가 전기차 구입을 두고 망설인다면, 분명 EX60도 후보군으로 고려하라고 말할 것 같다. 스웨덴의 볼보 EX60은 분명 나에게만큼은 그런 자동차였다.





Editor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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