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AI발 일자리 충격'에 대한 심심한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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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프로그래밍은 뛰어난 예술과 다름없다."
프로그래밍을 기꺼이 예술의 반열에 올려놓는 기개라니.
프로그래밍이 세상을 이해하는 예술적 수단이라는 관점에서.
'AI발 일자리 충격'은 불편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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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이정일 기자] “훌륭한 프로그래밍은 뛰어난 예술과 다름없다.”
프로그래밍을 기꺼이 예술의 반열에 올려놓는 기개라니. 잭 도시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트위터(현 X) 공동 창업자이자 핀테크 기업 블록(Block) CEO에 실리콘밸리의 구루. 범상치 않은 이력의 그는 저 발언에서 창의성을 역설했다. 프로그래밍이 세상을 이해하는 예술적 수단이라는 관점에서. 프로그래밍을 통한 인간의 창의성에 대한 잭 도시의 철학은 한결같았다.
그런 그였기에, 얼마 전 블록의 인력 50% 정도를 해고하고 인공지능(AI)으로 대체한다고 했을 때 시장은 씁쓸해했다. 그의 철학대로라면 인간만이 누리는 예술적 행위를 AI에 넘긴다는 의미일 테니. 그 바람에 ‘AI 디스토피아 예고편’, ‘실리콘밸리 노동 붕괴 신호탄’이라는 우려가 쏟아졌다. AI 핑계로 감원하는 ‘모방 해고(Copycat Layoffs)’의 나쁜 선례를 남겼다는 질타도 이어졌다.
그 며칠 전, 월가의 비주류 리서치 회사가 공개한 보고서 때문에 한바탕 소동이 있었다. 이름도 생소한 시트리니 리서치의 ‘2028년 글로벌 지능 위기’ 보고서다. 2028년 6월 세계 경제가 붕괴할 수 있다는 섬뜩한 내용이다. AI 때문에 실업률이 치솟아 소비가 줄고 재정적자가 급증해 세계 경제가 위기를 맞는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를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보고서 둘째 줄에서 언급한 것처럼 ‘예측이 아니라 하나의 시나리오’인 데다, 이미 상장 폐지된 종목이 등장하는 등 분석이 허술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월가는 시퍼렇게 질렸고, 주가는 폭락했다.
역사적으로 기술적 진보는 경제적 재편을 동반했다. 그리고 그때마다 진통은 불가피했다. 19세기 초 기계를 파괴하는 ‘러다이트 운동’은 산업 팽창에 따른 대량 생산 시대를 막지 못했다. 20세기에 등장한 인터넷은 오프라인 생태계의 숨통을 조였지만 동시에 수많은 디지털 직종을 양산했다. 더 드라마틱한 사례도 있다. 19세기 초 사진기가 발명됐을 때다. 이제 회화는 끝났구나, 싶었지만 ‘사실적 묘사’의 굴레를 벗은 회화는 인상주의, 추상화 등 현대 미술의 황금기로 이어졌다.
AI는 이런 역사의 데자뷔(déjà vu)다. ‘AI발 일자리 충격’은 불편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다. 관건은 그 충격이 얼마나 빨리, 광범위하게 몰아치느냐다. 잭 도시의 감원 결정에서 살아남은 50%를 주목해야 할 이유는 그 때문이다. 잭 도시는 AI 도구를 활용하면 훨씬 더 작고 수평적인 팀이 더 많은 일을 훌륭하게 수행할 거라 확신했다. 생산성 향상의 주체는 ‘경쟁력 있는’ 인간이고, AI는 그 수단이라는 얘기다.
기술직 최고 영예인 IBM 펠로우에 선임된 그레이디 부치도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AI 시대에 숙련된 프로그래머라면 더 많은 일자리를 얻게 될 것이고, 더 흥미로운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난이도가 낮은 코딩 작성이나 반복적인 작업은 AI가 맡고, 인간은 시스템 설계와 문제 해결, 윤리적 결정 등 고차원적인 일에 집중하게 될 거라는 의미다.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 말마따나, 내 밥그릇을 뺏는 건 AI가 아니라 AI를 능숙하게 다루는 누군가다.
블록의 현실적인 충격과 위기 보고서의 비현실적인 공포 사이 어디쯤에 놓인 지금,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명확하다. AI가 아직 가 닿지 못하는 창의적이고 종합적인 사고 능력. AI가 파괴자가 될지 조력자가 될지도 여기에 달렸다. 그래도 비관론보다는 낙관론에 기대고 싶다. 오랜 역사가 증명해온 것처럼.
/이정일 기자(jaylee@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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