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거부권 없었다…‘상복 입은 野’ 앞에서 ‘사법 3법’ 통과

강윤서 기자 2026. 3. 5.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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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귀국 직후 국무회의 주재…법왜곡죄·재판소원·대법관 증원법 의결
간첩법·전남광주통합·3차 상법·국민투표법도 처리…7월 통합특별시 출범
국힘, 의결 직전까지 청와대 앞 규탄…“대한민국 무너뜨리는 망치질”

(시사저널=강윤서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중동 상황 대응책 논의를 위한 국무회의 개회선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은 5일 국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사법개혁 3법(법왜곡죄·재판소원·대법관 증원법)을 의결했다. 야당은 의결 직전까지도 청와대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거부권(재의 요구권) 행사를 촉구했지만, 이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법왜곡죄(형사소송법 개정안), 재판소원법(헌법재판소법 개정안), 대법관증원법(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이른바 사법개혁 3법을 비롯해 총 7개 법률안을 의결했다.

사법 3법은 지난해 대법원이 이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결정을 내리자, 민주당이 사법개혁이라는 명분으로 본격 추진해왔다. 법안 내용을 보면, 법 왜곡죄는 형사사사건에 관여하는 판사나 검사 등이 권한을 이용해 법령을 잘못 적용하거나 왜곡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때 '법 왜곡' 행위는 '법령의 적용 요건이 충족되지 않음을 알면서도 이를 적용하거나, 적용돼야 할 법령임을 알면서도 이를 적용하지 않아 의도적으로 재판·수사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경우'로 규정했다. 법령 해석의 합리적 범위 내에서 내려진 재량적 판단은 예외로 두도록 했다.

재판소원법은 대법원 확장 판결에 대해서도 헌법재판소에 재판 소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사실상 현행 사법체계(1·2심 및 대법원 3심제)를 4심제로 전환하는 내용이다.

재판소원은 판결 확정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청구해야 하며, 헌재는 직권 또는 청구인 신청에 따라 선고 시까지 판결 효력을 정지할 수 있다. 다만 지정재판부 재판관 전원이 헌법소원 청구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각하될 수 있다. 법왜곡죄와 재판소원법은 법 공포 직후 시행된다.

대법관 증원법은 현행 14명인 대법관을 26명으로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됨에 따라 이 대통령은 임기 내 전체 대법관 26명 가운데 22명을 임명할 수 있다. 증원되는 12명에 더해 이 대통령 임기 중 퇴임하는 기존 대법관 10명의 후임까지 임명하게 되기 때문이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달 이들 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이에 야권과 법조계는 물론 여권 일각에서도 반발이 일자, 이 대통령이 첫 거부권을 행사할지 주목됐다. 그러나 당초 청와대 측에선 거부권 행사를 고려하고 있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상복을 입고 청와대 앞 현장 의원총회를 열며 사법체계의 근간이 흔들릴 것이라고 반발했다. 법 왜곡죄에 대해선 적용 규정이 모호해 위헌 논란, 재판소원법은 국민을 소송 지옥에 빠뜨릴 것이라는 전망, 대법관 대폭 증원은 재판 차질 및 편향된 법관 임명 대한 우려를 지적했다.

여권에서는 이석연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장과 곽상언 민주당 의원이 해당 법안이 정부여당에서 추진 중인 수사권 조정 등의 법률과 결합됐을 때 발생할 제도적 문제를 지적하며 거부권 행사를 요구했다. 사법부에서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마지막까지 한 번 더 심사숙고해주시길 국민들께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중동 상황 대응책 논의를 위한 국무회의 개회선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간첩죄 대상 확대…'개헌 첫 관문' 국민투표법도 통과

이날 국무회의에선 사법 3법 외 4개 법안도 심의·의결됐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경우 법 왜곡죄와 함께 포함된 간첩법 개정안이 의결됐는데,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에서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전남·광주 행정통합 특별법도 통과됐다. 이는 새로 출범하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위상을 부여하고, 국가의 재정 지원과 교육자치 등에 대한 특례를 부여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지방자치법엔 통합특별시 설치의 법적 근거와 부시장의 정수를 4명으로 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법안이 공포되면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통합단체장을 선출하고, 7월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출범된다.

개헌의 첫 관문으로 꼽히는 국민투표법 개정안도 헌법불합치 결정이 난지 약 12년 만에 의결됐다. 국민투표법은 재외국민의 국민투표권을 보장하기 위해 '재외투표인 명부에 등재된 사람'을 투표인에 포함하는 내용으로, 개헌에 대한 국민투표를 국회에서 헌법 개정안이 의결된 날부터 30일에 해당하는 날의 직전 수요일에 실시해야 한다는 조항도 담겼다.

이른바 '3차 상법 개정안'도 이날 심의됐다. 이 개정안은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의 원칙적 소각을 의무화하는 것이 골자로, 회사가 자사주를 취득할 경우 1년 이내 소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해당 법안은 공포 즉시 시행된다.

해당 법안들은 국민의힘의 반발로 지난달 24일부터 5박 6일간 진행된 '필리버스터 정국' 동안 민주당 주도로 차례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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