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주유소 찾아 ‘원정 주유’ …이젠 경유값이 더 비싸"
최근 5일새 ℓ당 100원 상승
주유소별 가격 300원대 격차
싼 주유소 찾아 원거리 주유도
일부 주유소는 경유값이 높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무력 충돌 격화로 국제 유가가 요동치는 가운데, 국내 기름값 역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주유소별 가격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한 푼이라도 저렴한 주유소를 찾는 이른바 '원정 주유' 행렬이 이어지는가 하면, 4년 만에 경유가 휘발유 가격을 역전하는 기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매일 치솟는 기름값…광주 평균 1812원
5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미국의 이란 공습 당일인 지난달 28일 ℓ당 1693원이었던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 이날 1807원으로 훌쩍 뛰었다.
이러한 흐름에는 전쟁 확산 우려에 환율 변동성까지 겹쳐 유류 수요가 급증했고, 이로 인한 가격 상승 압박이 커지고 있어 당분간 가파른 기름값 오름세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광주 지역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당 1812.13원으로 전국 평균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이날 기준 광주 지역 내 휘발유 최고가는 ℓ당 1998원으로 최저가인 1679원과 비교해 319원의 격차를 보였다. 경유는 이보다 더 큰 차이를 나타냈다. 경유 최고가는 리터당 1994원인 반면 최저가는 1579원으로 무려 415원의 차이가 벌어졌다.

주유소별 최대 300원 차이에 '원정주유'도
전쟁 확산 분위기 속에 주유소별 가격 격차가 크게 벌어지자, 조금이라도 저렴한 기름값을 찾아 나서는 '원정 주유' 현상도 심심찮게 목격된다.
광산구 주민 이모(27)씨는 "평소에도 집 주변 주유소 기름값이 비싸 방문을 꺼렸는데, 최근 가격이 더 오르면서 일부러 낮은 곳을 찾아왔다"며 "먼 길을 온 것도 화가 나는데 다른 사람들까지 몰려 대기 줄이 길어지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남구 주민 오보원(50)씨 역시 "하루 이틀 사이에 기름값이 300~400원 가까이 오른 상황이라 조금 멀더라도 저렴한 주유소를 찾아가는 것이 이득이라고 생각한다"며 "매일 운전하는 사람들에게는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최대한 미리 주유해두고 싶은 마음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 자치구별 평균 가격을 살펴보면 휘발유와 경유 모두 북구가 가장 비싼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 북구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ℓ당 1759원, 경유는 1752원을 기록했다. 반면, 휘발유 평균 가격이 가장 저렴한 곳은 동구(1759원)였으며, 경유는 서구(1701원)가 가장 낮았다.
일부 주유소 경유값 역전…2022년 이어 두번째
광주 도심 일부 주유소에서는 평균 경유값이 휘발유 가격을 역전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국내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넘어선 것은 과거 2022년 5월 우크라이나-러시아 사태 이후 약 4년 만이다.
5일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경유값은 1590원대를 웃돌았으나 이란 지도자 하미네이 사망 이후 미국과 이란 양국의 갈등이 불거지며 ℓ당 전국 평균 1601원, 광주는 1592원으로 소폭 상승했다.
광주 일부 주유소는 ℓ당 경유가격이 휘발유를 따라잡은 형국이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현재 휘발유보다 경유가격이 높은 주유소는 20~30곳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경유가격 상승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한 이후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는 등 중동 정세불안이 커진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국제 유가 상승분이 통상 2~3주의 시차를 두고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조만간 경유 가격의 추가 상승이 불가피할 전망도 나온다.
통상적으로 국내 판매 가격은 세금 구조상 휘발유가 경유보다 더 높게 형성된다.
하지만 글로벌 지정학적 위기 상황에서는 산업, 물류, 군사 등 다방면에서 필수 연료로 쓰이는 경유의 국제 수요가 급증하면서 도매가격이 휘발유보다 빠르게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정부 "가격 담합, 폭리 시도 등 단호히 대응"
섣부른 선반영을 통한 일부 주유소들의 '상술' 논란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일 광주 지역의 평균 경유 가격은 ℓ당 1630원이었지만, 다음 날 1736원으로 오르며 하루 만에 100원 이상 뛰었다.
통상적으로 국제 유가 급등분이 국내 판매가에 반영되기까지는 최소 2주 이상이 소요되는 구조다. 이에 정부는 기름값 상승 추이를 면밀히 지켜보는 한편, 담합 등 불공정 행위는 엄단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열린 제8회 임시국무회의에서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휘발유·경유 가격 급등과 관련해, 유류 가격이 비합리적으로 인상되는 일이 없도록 최고가격 지정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어려운 시장 환경을 이용해 폭리를 취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도 단호한 입장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아직 객관적으로 심각한 수급 차질이 벌어지는 것도 아닌데 갑자기 주유소 유류 가격이 폭등했다"며 "아침, 점심, 저녁 가격이 다르고 심지어 ℓ당 200원 가까이 올리는 곳도 있다. 이 점에 대해 구체적인 제재 방안은 없는지 논의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