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현아! 도현아!" 강릉 급발진 의심사고 항소심 시작… 3가지 쟁점

[파이낸셜뉴스] 강원 강릉에서 발생한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로 12세 손자를 잃은 유족이 제조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의 항소심이 5일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민사2부(심영진 부장판사)는 이날 사망한 이도현군의 유족이 KG모빌리티(이하 KGM·옛 쌍용자동차)를 상대로 제기한 9억20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 첫 변론기일을 연다.
사고는 지난 2022년 12월 6일 오후 4시께 강릉시 홍제동의 한 도로에서 발생했다. 도현군의 할머니 A씨(70대)가 몰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가 도로 옆 지하통로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해 함께 타고 있던 12살 손자 도현 군이 숨졌다. A씨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형사입건됐다.
도현군의 아버지이자 A씨의 아들인 이상훈씨는 사고 당시 급박했던 상황이 담긴 차량 블랙박스 영상과 함께 A씨에 대한 선처를 호소했다. 공개된 블랙박스 영상에는 급발진 의심 상황으로 당황한 A씨가 '이게 왜 안 돼! 도현아! 도현아!' 라며 손자를 부르는 음성이 담겼다.
이후 경찰이 재수사까지 진행한 결과 '혐의 없음'으로 종결되면서 A씨는 사건 발생 1년 10개월 만에 형사책임에서 벗어났다.
유족 측은 사고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 1심 재판부는 할머니가 가속페달을 제동페달로 오인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차량 결함에 의한 급발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항소심에서 다뤄질 핵심 쟁점은 전자제어장치(ECU)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인한 급발진 발생 여부다.
사고기록장치(EDR) 기록상 '사고 전 마지막 5초간 가속페달 변위량 100%'라는 수치를 놓고 양측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유족 측은 "약 30초간 지속된 급발진 과정에서 액셀을 브레이크로 착각해 밟는 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KGM 측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분석을 근거로 페달 오조작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자동 긴급 제동장치(AEB) 미작동과 브레이크등 점등 여부도 주요 쟁점이다.
유족 측은 사고 전 전방 추돌 경고가 7차례 발생했음에도 AEB가 작동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고 있다. KGM 측은 가속페달 변위량이 60% 이상이면 AEB가 자동 해제된다며 결함을 부정하고 있다.
브레이크등 점등 여부를 두고도 유족 측은 사고 당시 후방 차량 블랙박스 및 인근 CCTV 영상을 근거로 "켜졌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KGM 측은 "점등되지 않았다"고 맞서고 있다.
유족 측은 항소심에서 국과수 감정관에 대한 증인 신청과 1심 재연시험 기록을 분석한 감정인에 대한 추가 감정 신청을 제출할 계획이다. KGM이 제출한 브레이크등 회로도 해석에도 이의를 제기하는 준비서면을 낼 예정이다.
도현군의 아버지 이상훈씨는 항소심에 앞서 입장문을 내고 이른바 '도현이법'으로 불리는 제조물책임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씨는 "이번 항소심은 한 가정의 항소 절차가 아닌 현행 입증책임 체계의 부당성을 다시 확인하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제조물책임법 제3조 2항은 결함의 입증 책임이 소비자에게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는 정상 사용 상태에서 손해가 발생한 사실, 그 손해가 제조업자의 실질적인 지배 영역에 속한 원인으로 초래된 사실, 결함이 없이는 손해가 통상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실 등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입증해야 제조물의 결함을 인정받을 수 있다.
이 씨는 제조사가 아닌 이상 알기 어려운 원인을 피해자가 규명해야 한다는 점을 한계로 지적하며, 결함 입증 책임의 주체는 소비자가 아닌 제조사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ECU 소프트웨어 결함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이 없었다는 사실 모두를 기술력과 경제력이 없는 일반 소비자가 증명해야 하는 구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요구"라고 했다.
도현이법은 5만명 이상의 국민동의 청원에도 불구하고 지난 21대 국회에서 임기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22대 국회에서도 제조물책임법 개정안 8건이 발의됐지만 현재 계류중이다.

sms@fnnews.com 성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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