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원근의 독서출판] 성장세 이어지는 ‘큰글자책’ 현황

백원근 기자 2026. 3. 5.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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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독서교육신문 백원근 독서출판평론가]

2025년 출판 발행 지표

대한출판문화협회는 2025년 납본 통계 일부를 블로그에 발표했다. 지난해 1년 동안 출판사들이 발행한 출판 통계를 알 수 있는 자료다. 출판사는 도서관법에 의해 국립중앙도서관에, 국회도서관법에 의해 국회도서관에 각각 해당 도서를 제출(납본)할 의무가 있다. 출판계 대표 단체인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이와 같은 납본 업무를 대행하면서 집계한 통계인데, 망라적인 출판 통계로 널리 활용된다.

이 통계에 따르면 2025년에 발행된 도서는 총 78,058종이다. 월별로는 신학기가 시작되는 3월에 9,055종이 발행되어 가장 많았고, 여름휴가 기간이 있는 8월에 4,650종이 발행되어 가장 적었다. 출판 분야별로는 문학(17,540종)이 가장 많고, 이어서 사회과학(14,082종)과 아동(10,282종) 순으로 각각 1만 종 이상이 발행되었다.

납본 출판사 수는 총 6,652개로 전체 신고 출판사 수(문화체육관광부의 '출판사인쇄사 검색시스템' 2026.2.28. 기준 119,745개사) 대비 약 5.6% 수준에 머무른다. 명목상 출판사 숫자는 약 12만 개로 많지만 실제로 활동 중인 출판사는 7천 개임을 알 수 있다. 출판사 소재 지역별로는 서울(1,541개사)과 경기도(3,600개사)에 전체의 77%가 몰려 있다.

납본 출판사들 가운데 연간 1~2종의 책을 펴내는 곳이 3,606개사로 과반수(54%)를 차지했다. 반면 101종 이상 펴낸 곳은 89개사로 약 1%였다. 출판사 1곳당 평균 발행 종수는 11.7종 꼴로 매월 1종의 책을 발행하는 셈이다.

연간 2,095종 발행된 '큰글자책'

이번 납본 통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큰글자책이 2,095종 발행되었다는 점이다. 큰글자책은 작은 글씨의 책을 읽기 어려운 노안의 독자나 저시력자를 위해 활자 크기를 키운 책이다. 이런 책이 매월 평균 175종이 발행된 것이다. 이전에는 이와 관련한 통계가 없었던 까닭에 주목되는 자료가 아닐 수 없다. 특히 2021년 무렵부터 월평균 100종 정도가 발행되는 것으로 추정된 것을 감안하면, 지속적으로 큰글자책 발행 종수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국내에서 발행된 큰글자책은 총 2,095종으로 문학(587종), 기술과학(571종), 사회과학(358종), 철학(241종), 역사(113종), 예술(91종), 자연과학(74종) 순의 분포를 나타냈다. 이와 같은 큰글자책을 펴낸 출판사 수는 218개사로 아직은 소수에 그친다.

인터넷서점 알라딘의 경우 큰글자책 사이트에 2월 말 기준으로 모두 13,446종이 올라가 있다. 유진 피터슨의 『메시지 완역본 : 일상의 언어로 쓰여진 성격 옆의 성경』(2016, 복있는사람), 노창현 외, 『새로운 문화콘텐츠학』(2025, 커뮤니케이션북스), 황석영의 『할매』(2026, 창비), 하승민의 『멜라닌 : 제29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2024, 한겨레출판), 이옥선의 『즐거운 어른』(2024, 이야기장수), 법륜의 『지금 이대로 좋다 : 자유롭고 행복하고 싶은 당신에게 전하는 법륜 스님의 희망 편지』(2021, 정토출판) 등이 이 분야 판매량 상위권 목록에 올라있다.

큰글자책 인기 도서는 주로 문학, 종교, 실용(어학, 요리 등) 분야, 그리고 베스트셀러나 스테디셀러의 큰글자책 버전이 큰 범주를 구성한다. 현재는 신학기 교재 수요가 있어서 관련서들이 포함되어 있다. 처음부터 큰글자책을 만드는 경우도 없지 않지만, 대개는 원래의 단행본 책에서 활자와 판형을 키우고 페이지를 늘려 만든 2차 출판 형태가 대부분이다.
문학동네 출판사의 큰글자책 홍보 이미지. 김애란의 『바깥은 여름』 큰글자책 판형은 원래의 책보다 본문이 70쪽 증가했다.

출판사들은 큰글자책 사업을 협업 방식으로 특화시켜 펼친다. 출판사 창비에서는 큰글자책과 오디오북, 시 큐레이션 앱 등을 통해 독서 생활을 지원하는 통합 서비스 플랫폼 '콘텐츠 라이브러리'에서 '큰글자 라이브러리' 사업을 한다. 2017년 2월부터 시작하여 총 1,765종의 큰글자책 목록을 볼 수 있는데, 여기에는 창비 이외에 이름난 단행본 출판사들의 목록이 함께 올라가 있다. 최근에는 도서관 구매 촉진을 위한 '도서관 큰글자도서 필사 코너 지원' 프로모션을 하고 있다. 도서관에서 일정 금액 이상의 도서 구입 시에 필사 노트와 포스터를 증정하는 이벤트다. 300만 원 이상 구입 시에는 월별 큰글자책 큐레이션까지 제공한다.

출판사 다산북스가 운영하는 종합지식 서비스 플랫폼 '리더스원'에서도 다른 출판사들과 제휴하여 2019년 7월부터 매달 평균 30종씩, 2월 3일 현재까지 2,054종의 큰글자책을 발행했다. 베스트셀러 목록의 상위권에는 김호연, 유현준, 베르나르 베르베르, 클레이 키건, 임소미, 김혜남, 최태성, 김진명 등 베스트셀러 작가들의 이름이 이어지고 구간 화제작들이 포진한다. "글자는 크게, 읽는 맛은 깊게"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와닿는다. 창비의 사례처럼 50부 이상의 책을 구입한 도서관을 대상으로 필사 챌린지 프로그램 지원 프로모션을 실시한다.

"글자는 크게, 읽는 맛은 깊게" 큰글자책 출판문화가 발전하려면

큰글자책은 초고령사회를 맞이하여 각광 받는 출판 형태 중 하나이다. 하지만 저시력자나 고령자들의 독서율이 높지 않고 수요가 제한적이서 아직까지 시장 형성이 충분하지 않다. 그래서 출판사들은 개인 독자 못지않게 기관 구매자인 도서관 마케팅에 열심이다. 큰글자책이 시민의 일상적인 독서자료로 자리잡으려면 앞으로도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큰글자책 출판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현재도 증가 추세라고는 하지만 전체 도서 발행 종수에 비하면 큰글자책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현재와 같은 별도의 대량 인쇄‧제작 방식보다는 낱권 단위로 주문‧제작하여 필요한 책을 필요한 때에 필요한 수량만큼 공급할 수 있는 POD(Print on Demand) 공급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또한 큰글자책 베스트셀러 집계, 큰 글자책 선물 패키지 확산도 긴요하다. 프랑스 파리에 큰글자책 전문서점이 있는 것처럼 특화된 유통 채널을 확보하여 존재감을 키웠으면 한다. '올해의 큰글자책 대상'(가칭)과 같은 시상 제도의 마련도 출판시장에서 주목도를 높이는 방법이겠다.

둘째, 용어와 명칭의 통일이 필요하다. 현재 큰글자책은 대한출판문화협회 자료나 출판사들에서 '큰글자도서'로 부르는 경우가 많지만 큰글자책, 큰글씨책, 큰활자책, 대활자본 등 유사 명칭이 다수 병존하고 있다.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으나, 2009년부터 오랜 기간에 걸쳐 큰글자책의 제작‧보급 지원 사업을 펼쳐 이 분야 발전에 중요한 전기를 마련한 한국도서관협회의 공식 용어인 '큰글자책'을 표준어로 활용하는 방안이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출판, 도서관, 독서 분야의 각종 조사와 통계에서 큰글자책의 생산, 판매, 수요, 독서 관련 항목을 활용하는 것도 인식 확산을 위해 중요한 일이다.
2025년 분야별 큰글자책 발행 종수 분포 (대한출판문화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