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일 노란봉투법의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고용노동부는 여러 준비를 하고 있다. 특히 교섭절차와 관련하여 지난달 27일에는 고용노동부와 중앙노동위원회 명의로 「원하청 상생 교섭절차 매뉴얼」(이하 ‘매뉴얼’이라고 한다)을 배부하였다.
매뉴얼에서는 원청 단위로 창구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기존의 고용노동부 입장을 번복하여, “하청노동조합과 원청사용자 간 교섭에서 교섭단위는 ‘전체 하청 노동자 집단’”이므로, “전체 하청노동조합과 원청노동조합 간 교섭단위 분리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 이유로 “하청노동조합과 원청노동조합은 교섭권의 범위 및 사용자의 책임 범위, 근로자의 특성, 이해관계, 근로조건 결정 방식 등에 있어서 본질적인 차이가 존재하며, 전체 하청노동조합은 하청사용자를 달리하더라도 계약외사용자인 원청사용자를 공유한다는 이해관계의 공통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전체 하청노동자 집단이 동일한 교섭단위에 속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매뉴얼의 설명은 현행 법에 반한다. 현행 노조법은 교섭단위를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이라고 정하고 있다.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해서 고용노동부는 “경영주체인 법인체는 하나이므로 그 법인 내에 있는 모든 사업장 및 사업부서 전체를 하나의 교섭단위로 봄”이라고 하여 사업주인 법인 단위로 해석해 왔다. 그런데 매뉴얼은 '원청과 원청 노조'와 '원청과 하청 노조'는 별개의 교섭단위라고 주장하고 있는바, 이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한 기존의 해석에도 배치된다.
또한 원청노조 역시 원청사용자를 공유한다는 이해관계의 공통성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각 하청 사이에서도 교섭권의 범위 및 사용자의 책임 범위, 근로자의 특성, 이해관계, 근로조건 결정 방식 등에 있어서 본질적인 차이가 존재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동일한 사내 하청이라고 하더라도 직접생산공정에 투입된 하청업체와 청소나 미화를 담당하는 하청업체 사이에 원청 사용자를 공유한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교섭권의 범위 및 사용자의 책임 범위, 근로자의 특성, 이해관계, 근로조건 결정 방식 등 모든 점에서 달라질 수 있다.
이와 같은 점을 고려해 보았을 때, 매뉴얼의 해석은 법령을 도외시한 지나치게 자의적인 해석이다. 우리나라 노동조합법은 노동위원회에게 교섭단위를 결정할 권한을 주지 않고 법에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을 교섭단위로 규정하였으며(제29조의3 제1항), 예외적으로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 고용형태, 교섭 관행 등을 고려하여” 교섭단위를 분리하거나 통합할 수 있을 뿐이다(제29조의3 제2항). 판례는 이와 같은 법률의 취지를 고려하여 ‘교섭단위를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매우 예외적으로 인정하여 왔다(대법원 2022. 12. 15. 선고 2022두53716 판결). 이에 따라 고용노동부 역시 ‘원청’을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보고, 필요한 경우 원청과 하청 노조 사이의 교섭단위 분리를 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그런데 매뉴얼에서는 아무런 설명 없이 ‘원청노조’와 ‘하청노조’의 교섭단위는 서로 다르다고 입장을 변경하고 있는바, 이 역시 행정의 신뢰성이라는 차원에서 부적절하다.
아마도 노동위원회에서는 원청 노조와 하청 노조 사이에 원칙적으로 교섭단위가 분리될 것이므로 이를 처음부터 별개의 교섭단위로 보는 것이 불필요한 교섭단위분리신청을 막고 노사간에 분쟁을 최소화하는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는 지극히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특정 사업장 또는 노동조합에서는 원하청이 교섭창구단일화를 하는 것이 노사관계의 안정화와 근로자들의 근로조건 향상에 더 나을 수 있다. 그러나 매뉴얼은 법적 근거 없이 이와 같은 원하청의 공동교섭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는 근로자의 단체교섭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노조법상 ‘사업 또는 사업장’의 개념은 교섭단위에서만 사용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노조법 제43조에서는 “사용자의 쟁의행위 기간 중 그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사업’을 원청과 하청노조 사이로 한정한다면, 하청노조 쟁의행위에는 원청 근로자를 대체할 수 없다는 취지인지에 대해서 답변해야만 한다. 즉, 매뉴얼과 같이 ‘사업’을 축소해서 해석하는 것이 교섭단위 결정에 한정되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노조법 해석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하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이와 같은 교섭단위에 대한 혼란은 이미 노란봉투법 제정 시에 예견되었던 것이다. 노란봉투법 제정 전 원청에 교섭의무를 인정한 여러 판결에 대해서도 별도의 교섭절차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교섭의무를 인정하게 된다면 교섭창구단일화절차의 적용이 어렵다는 점이 지적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법부는 교섭절차에 대해서는 전혀 수정하지 아니한 채, 노조법상 사용자 개념만을 확정하는 방식으로 입법을 강행하였다.
그 이후에 정부는 노조법상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법률에서 예외로 인정된 교섭단위 분리제도를 마치 원칙적인 제도와 같이 운영하려고 하였다. 특히 하청노조 사이에 근로조건의 현저한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상급단체 노조가 다르다는 이유로 노조 사이에 갈등이 유발될 경우에는 교섭단위를 분리해 주겠다는 발상은 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다. 교섭창구단일화는 필연적으로 노조 사이의 갈등을 전제하고 있는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사업에서 교섭의 중복을 방지하고 근로조건을 통일하기 위하여 단일화를 강제하고 있는 것이다. 매뉴얼이 언급했듯이 교섭창구단일화는 강행규정이고, 이에 당사자의 의사나 편의에 따라 교섭단위를 분리함으로써 교섭창구단일화를 회피하려는 것은 일종의 편법이다.
나아가 매뉴얼은 원청사용자는 하청노동조합으로부터 교섭요구를 받은 때에는 사용자성이 인정되거나 인정될 가능성이 있는 모든 하청노동조합, 하청노동자가 알 수 있도록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주지하듯이 원청의 하청노조에 대한 교섭의무는 의제별로 발생하게 된다. 그렇다면 특정 의제와 관련있는 하청노동조합, 하청노동자에 한하여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매뉴얼은 이와 같은 의제 관련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기본적으로 모든 사내하청 노동조합이 알 수 있도록 공고하고, 사외하청의 경우에도 「개정 노동조합법 해석지침」에 따라 사용자성이 인정될 소지가 있으면 사내하청에 준하는 방식으로 폭넓게 공고할 필요”가 있다고 하여 공고의 범위를 최대한으로 넓히고 있다. 더욱이 현재 시행규칙에는 ‘의제’를 기재하여 교섭요구를 하도록 하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매뉴얼에는 이와 같은 지적은 없으며, 고용노동부 역시 시행규칙을 개정하겠다는 계획조차 없다.
더욱이 매뉴얼은 하청노조가 교섭요구를 할 때 원청노조가 있다고 하더라도 교섭단위분리신청을 하지 않아도 되도록 하고 있는바, 교섭단위분리신청 제도를 통해 교섭의무 여부의 판단을 받지 않고 교섭요구사실 공고 시정신청 절차를 통해 사용자성 여부를 판단받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교섭요구사실 공고 시정신청 절차는 20일만에 종료되는바, 과연 20일만에 사용자성에 대한 충분한 심리가 이루어질 수 있는지도 여전히 의문이다.
이와 같이 매뉴얼은 관련 법령 및 원청과 하청노조 사이의 단체교섭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노동위원회의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교섭절차와 관련하여 여러 우려들이 제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매뉴얼은 이와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어려워 보인다. 이제 법은 시행될 것이고 노동위원회는 지침과 매뉴얼에 따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노동위원회와 고용노동부의 바람과 같이 지침과 매뉴얼로 인해 현장에서 혼란이 잠재워질지 잘 모르겠다. 다만, 졸속 입법으로 인해 원청 사용자들이 억울하게 부당노동행위의 범법자가 되어 수사대상이 되는 일이 많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