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10일 개정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이른바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원청 사용자와 하청 노동조합 간의 단체교섭으로부터 쟁의행위에 이르기까지 기존 노사관계의 구조적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이런 가운데 고용노동부는 2026년 2월 27일 「원·하청 상생 교섭절차 매뉴얼(이하 '고용노동부 매뉴얼')」을 공포하는 등 법 시행 준비에 박차를 기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고용노동부 매뉴얼의 해석을 살펴보며 교섭단위를 중심으로 향후 쟁점에 대해 전망해본다.
#원-하청 노동조합 교섭단위 결정과 관련한 쟁점 고용노동부는 당초 노동조합법 시행령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원청 사용자를 기준으로 원·하청 간의 교섭창구단일화절차가 필요하며, 교섭단위 분리신청 제도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하청 노동조합의 교섭권을 보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이후에 공포된 고용노동부 매뉴얼에서는 원청사용자와 하청 노동조합 간의 단체교섭에 있어 원청노동조합이 교섭 당사자가 아니므로 하청 노동조합은 ‘교섭단위 분리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고 입장을 변경하였다. 기본적으로 하청 단위를 원청 사업단위와 다른 단위로 상정하여, 하청 노동조합의 실질적 교섭권을 도모하고, 교섭창구단일화 시 발생할 수 있는 노노갈등을 어느 정도 방지하려는 취지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다만 노동조합법 제29조의2에 따른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에서, 별도의 입법 개정 없이 행정해석만으로 이를 달리 볼 수 있는지에 관하여는 의문이고, 법원이 다른 판단을 제시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그에 따라 법 시행 이후 교섭절차를 둘러싼 혼란도 예상된다. 기존의 노사관계가 형성되어 단체협약을 체결한 원청 사용자들의 경우, 기존 고용노동부 입장에 따라 원·하청 노동조합간 교섭창구단일화가 필요하여 (교섭단위 분리가 없는 한) 단체협약의 유효기간 만료일 이전 3개월이 되는 날부터 단체교섭 요구가 가능해질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고용노동부 매뉴얼에 따르면, 법 시행일인 2026년 3월 10일부터 교섭단위 분리 없이도 즉시 단체교섭 요구가 가능해져, 법 시행 초기 교섭단위 결정에 대한 고용노동부 매뉴얼 해석을 적극적으로 다툴 가능성을 더 크게 만들 수 있다.
#교섭요구 사실 공고와 관련한 쟁점 고용노동부 매뉴얼은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를 안내하면서 특히 원청사용자의 교섭요구 사실 공고와 관련하여 상세한 내용을 정하고 있다. 원청사용자는 게시판은 물론 벽면, 기둥, 휴게장소, 출입구, 식당 등 하청노동자들이 머무는 장소뿐만 아니라, 원청사용자의 전산시스템에도 공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노동조합법 시행령에서 단체교섭 요구 사실의 공고 방법은 시행령 제14조의3 제1항에 따라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의 게시판 등에 공고하여 다른 노동조합과 근로자가 알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만 정하고 있는바, 단체교섭 요구사실에 대한 공고 시 노사간 입장차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사업장이 전국에 산재해 있는 원청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어떤 하청 사업장까지 공고를 하여야 할지 획정하기 어렵고, 특히 실질적 지배력에 따른 사용자성 여부에 대한 판단이 명확하게 내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그 난도는 더 높아진다.
한편 공고의 방법에 있어서도 사내에 상주하지 않는 하청업체의 경우 혹은 전자게시판 등을 활용하지 않는 업체들의 경우에 ‘다른 노동조합과 근로자가 알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모색하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섭요구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여 단체교섭에 참여하지 못한 하청 노동조합이 사후적으로 공고 절차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어 보인다.
#교섭단위 통합 결정과 관련한 쟁점 고용노동부 매뉴얼 및 언론의 관심은 주로 교섭단위의 분리결정에 주목하고 있으나, 교섭단위의 통합 결정에 대해서는 많이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 예컨대 원청 노동조합과 하청 노동조합이 하나의 상급단체에 속하여 있어 이해관계가 다르지 않는 경우이거나, 두 노동조합이 이해관계가 동일하여, 교섭권을 보다 강화하기 위해 교섭단위 통합을 요구해 오는 경우도 상정해 볼 수 있다. 경우에 따라 하청 노동조합이 보다 다수로 조직된 원청 노동조합을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도록 하여, 보다 전문적이고 효율적인 단체교섭을 이행하도록 하는 위임에 가까운 형태도 발생할 수 있다.
물론 교섭단위의 통합은 분리 결정을 반대해석함으로써 일응의 판단기준을 도출해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나, 고용노동부 매뉴얼이 원·하청 간 교섭단위 분리를 전제조건으로 하고, 분리된 교섭단위가 통합하였을 때의 노사관계와 교섭창구단일화 등 교섭절차에 대해 다루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복수노동조합 체제와 교섭창구단일화 제도가 도입되었을 당시에도 상당한 혼란과 갈등이 있었다. 이번 노란봉투법의 시행은 그보다 더 복잡한 이해관계를 전제로 하고 있는 만큼, 초기 해석과 운용에 있어 신중하고 일관된 법 적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균형 있는 법 해석과 합리적인 분쟁 해결을 통해 제도가 조속히 현장에 안착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