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점퍼’ 장동혁 vs ‘하얀 점퍼’ 한동훈…보수 내전에 野 선수들은 ‘난감’
‘야인’ 한동훈 주축 친한계는 당권파와 신경전…“韓 따라 부산도 동행할 것”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TK·PK 후보들도 선거 전략 차질에 한숨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국민의힘 소장파 인사들이 지도부에 '절윤(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요구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지방선거 패배 시 장동혁 대표가 오롯이 정치적 책임을 지게 하려는 취지로 보인다. 이에 당장 선거를 이겨야 하는 지선 후보들의 우려는 더욱 깊어지는 모습이다. 장 대표 노선에 대한 현장 민심은 찬데, 당내에 지도부를 채찍질 할 목소리가 사라져서다. 그렇다고 야인이 돼 장 대표와 충돌 중인 한동훈 전 대표 편에서 목소리를 낼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오히려 한 전 대표의 최근 광폭 행보가 국민의힘 후보들에게 선거 전략상 "독이 되고 있다"는 비토도 나온다.
한 발 물러선 소장파…"張과 이견 확인했지만 선거 지휘 맡긴다"
당 소장파 모임인 '대안과 미래' 소속 이성권·조은희 의원은 지난 4일 지도부의 장동혁 대표, 송언석 원내대표와 각각 30~40분간 면담을 가졌다. 이후 두 의원은 국회 브리핑을 통해 "마지막으로 당 지도부와 원내 지도부에 '절윤'을 건의한 결과 선거 승리를 위한 방법론, 전략·전술에 있어 차이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성권 의원은 "지도부의 노선을 따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대표에게 권한을) 맡겨두고 가는 게 바람직하다 말했고, 장 대표 역시 권한과 책임은 본인의 문제이기 때문에 지방선거에 대한 정치적 책임은 본인이 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조 의원도 "선거 지휘는 장 대표가 하고, 대안과 미래는 각자의 자리에서 선거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사실상 장 대표가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본인들의 충정어린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없다고 간주해, 지방선거 패배 시 '책임' 소재라도 미리 특정하고 선거 정국의 전면에서 물러난 것으로 풀이된다. 장 대표 입장에선 지방선거까지 3개월 앞두고 본인의 리더십을 흔드는 소장파 세력의 한 축을 임시방편으로 정리한 상황이다.
반면 무소속 신분의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또 다른 소장파 세력 친한(親한동훈)계는 여전히 장 대표 측과 날을 세우고 있다. 앞서 한 전 대표의 2월27일 대구 서문시장 일정에 친한계 인사 8명이 동행하자, 당권파 인사들은 이들을 "해당 행위" 사유로 자당 중앙윤리위원회에 무더기 제소했다.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당권파 최고위원들이 친한계 인사들을 향해 "부적절하다"는 뜻을 피력했고, 장동혁 대표도 "해당 행위로 보인다"며 공감했다는 전언이다.
친한계도 거세게 반발했다. 우재준 최고위원은 장 대표 면전에서 "한 전 대표는 당으로 돌아오려는 사람이니 힘을 합치게 하는 게 당을 돕는 것이다. 나는 당원들과의 약속을 지키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는 전언이다. 한 전 대표도 CBS 라디오에 출연해 "해장(害張) 행위 아니겠나"라며 "장 대표 본인에게 불이익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당을 위해서는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직격했다.
한 전 대표는 대구에 이어 오는 7일 부산 북구 구포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길 예정이다. "보수 재건을 위해서라면 어디든지 갈 것"이라는 취지에서다. 친한계 인사들 역시 부산 일정까지 동행할 방침이다. 우재준 최고위원은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탄압한다면 반대로 (동행해서)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진종오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토요일 부산의 민심을 다시 듣겠다. (지도부는) 저부터 제명하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장은 냉랭, 공천권은 당이 쥐어"…후보들은 딜레마
이 같은 당내 상황에 선거판에서 직접 뛰는 선수들만 난감한 상황에 처한 모습이다. 현재 국민의힘 지지율 전광판은 처참한 수준이다. NBS 2월 4주 차 조사에서 당 지지율은 17%로 추락했고, 선거 캐스팅보터인 중도층 지지율은 한 자릿수인 9%를 기록했다. 세부 지표를 봐도 전 연령에서 패했고, 최후의 보루인 TK(대구·경북)마저 여당에 28% 동률로 따라잡혔다. 보수세가 강한 PK(부산·울산·경남)도 23%로 민주당(39%)에 큰 격차로 열세다.
현장에서 접하는 여론 분위기도 냉랭하다. TK의 경우 2월11일 장동혁 대표와 지도부가 대구 서문시장을 찾았을 때나, 당내 의원들이 동대구역 광장에서 지방선거 대구시장 출마식을 진행했을 때 현장에선 '꼴도 보기 싫다' '보수를 망쳤다' 등 시민들의 원성이 쏟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서문시장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김아무개 사장(여성·60대)은 "장 대표에게 '당을 그렇게 운영하지 말라'는 욕을 시장 사람들이 쏟아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당 내부 의원들을 주축으로 모였던 '절윤' 레드팀은 사실상 이번 정국을 후방에서 관망하기로 나서면서 지도부가 노선을 바꿀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그렇다고 후보들 입장에선 공천권을 쥐고 있는 중앙당이나 지역 시도당 주류층에 반기를 들고, 무소속 신분이 된 한 전 대표 측에서 목소리를 내기도 어려운 분위기다.
지역 후보들도 에둘러 비토를 표하고 있다. 대구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 측 관계자는 "대구 민심은 지역에 나가보면 다 알지 않나. 우리 입장에서도 곤란한 게 많다"며 "우리는 결국 공천권을 가진 중앙 주류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최대한 부정적 여론조사 결과 얘기는 안 하고, 정책 공약이나 그동안 대구에서 닦아온 지역성을 홍보하는 전략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한 전 대표의 광폭 행보도 독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부산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 측 관계자는 "우리는 빨간 점퍼를 입고 있는 국민의힘 후보다. 한 전 대표를 지지하는 보수 유권자들이 한 전 대표를 쫒아낸 국민의힘 후보를 찍겠나. 오히려 표가 분산되고 국민의힘 후보를 향한 시선은 더욱 차가워진다"며 "윗선이 단일대오로 뭉쳐 후보들을 지원해도 모자랄 판에, 보수 집안싸움으로 애꿎은 후보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NBS 조사는 무선가상번호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14.9%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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