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한항공, 뇌출혈 환자 3번이나 퇴짜…결국 외항사가 받아줬다

임주희 2026. 3. 5.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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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서 쓰러진 관광객, 이송 3차례 거절
2주 지연되면서 보험 혜택도 못 받아
회사측 “세계 공통 국제지침 따른 것”
대한항공 B747-8F 항공기. 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이 태국 방콕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한국인 관광객의 국내 긴급 이송을 세 차례나 거부하면서 논란이다.

결국 이 환자는 외항사를 이용해 귀국했고, 이로 인해 늘어난 비용부담은 고스란히 본인의 몫이었다. 대한항공의 거부로 입국이 지연되면서 보험 적용도 받을 수 없게 됐다.

5일 디지털타임스 취재를 종합하면 A씨(70대)는 지난 1월 11일 태국 방콕 여행 중 갑작스럽게 뇌출혈로 쓰러졌다. 현지 병원에서 응급 수술을 받은 뒤 중환자실 치료를 이어갔으며, 의료진은 장기 치료를 위해 국내 병원으로의 이송을 권고했다.

이에 보호자 측은 환자 이송 대행 업체를 통해 대한항공에 이송 가능 여부를 문의했으나, 대한항공은 세 차례에 걸쳐 이송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보호자 측은 “첫 거절 당시 환자 상태가 어느 정도여야 탑승이 가능한지 문의했지만 명확한 답변을 받지 못 했다”며 “구체적인 취소 사유도 전달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보호자 설명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항공편 예약과 취소를 반복하면서 대한항공 측 답변을 기다리는 데만 2주 이상 소요됐다. 대한항공은 내부 의료진 상의결과 외부자문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며, 주말이 겹쳐 의료진을 재촉하긴 어려워 시간이 더 소요될 수 있다고 했다.

결국 보호자 측은 다른 항공사에 문의를 넣었고, 신청한 싱가포르항공과 홍콩 케세이퍼시픽항공 모두 환자 이송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외항사를 이용하면서 비용 부담도 크게 늘었다. 보호자 측은 당초 대한항공을 이용할 경우 최대 3000만원 수준으로 안내받았으나, 싱가포르항공을 통해 경유 입국하면서 항공권 비용만 4800만원이 들었다고 전했다.

대한항공의 수차례 이송 거절로 인해 보험 보장 혜택도 받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A씨가 가입한 여행자 보험은 해외 병원에서 치료 후 1개월 이내로 국내에 귀국해 치료를 이어갈 경우 최대 6000만원까지 지원한다.

그러나 귀국이 지연되면서 해당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보험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항공보건의료센터가 통합되면서 환자 이송을 둘러싼 승객 선택권이 사실상 축소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전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각각 의료진 판단을 통해 환자 이송 여부를 결정했지만, 지난해부터 양사의 보건의료 조직이 통합되면서 환자 탑승 관련 의료서류 검토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 항공사에서 이송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다른 항공사에 다시 신청해볼 수 있었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사실상 단일 기준에 따라 결정되는 구조가 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보호자 측이 대행 업체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에 서류 검토를 요청하자 회사측은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항공 운송에 관한 의사 소견서(MEDIF) 검토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승객이 대한항공 측에 제출한 영상 검사 결과를 검토한 결과 현재 환자의 상태가 불안정한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탑승 가능 여부에 대한 조건을 재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환자 이송 여부 판단 과정에서 외부 의료진 자문이 필요할 경우 답변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된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을 앞두고 늘어나는 노선과 승객 증가에 대비해 응급 환자 등 특수 승객 대응 시스템 구축에 힘쓰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업계에선 환자 이송처럼 시간과 직결되는 사안에서 심사 지연이 발생할 경우 승객의 피해가 커질 수 있는 만큼 보다 신속하고 투명한 심사 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해당 환자는 뇌출혈 수술 직후 무리하게 항공기 탑승할 경우 객실 내 고도변화에 따른 신경학적 합병증 발생 위험 가능성이 높아 불가피하게 탑승거절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중증 환자의 항공운송 가능여부 판단은 전 세계 항공사가 공통으로 준용하는 국제지침(IATA Medical Manual)에 따라 결정된다”며, 양사 통합으로 인해 선택권이 축소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임주희 기자 ju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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