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빙속 경기장' 건립 3년째 표류, 시간만 끄는 ‘침대 행정’

권종오 기자 2026. 3. 5.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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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국제스피드스케이트장 건립 사업이 3년째 표류하고 있다.

2023년 12월 새 경기장 공모에 착수했다가 이듬해 전격 연기한 뒤 지금까지 이렇다 할 청사진 없이 시간만 끌고 있는 것이다.

이 사업을 주도했던 이기흥 회장은 낙마했고 유인촌 장관도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물러나자 국제스케이트장 부지 공모는 표류에 표류를 거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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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 지자체 경쟁에 나섰지만 '희망 고문' 계속
지난 2019년 2월 서울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천장 누수가 발생하자 관계자들이 빙상 트랙에 비닐을 덮고 있다. 연합뉴스


새 국제스피드스케이트장 건립 사업이 3년째 표류하고 있다.

2023년 12월 새 경기장 공모에 착수했다가 이듬해 전격 연기한 뒤 지금까지 이렇다 할 청사진 없이 시간만 끌고 있는 것이다.

국제스피드스케이트장을 신축해야 하는 이유는 조선 왕릉 가운데 하나인 태릉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수도권 유일의 400m 트랙을 갖고 있는 태릉국제스케이트장을 2027년까지 철거해야 하기 때문이다.

태릉국제스케이트장을 대체하기 위해 대한체육회는 국내 기초지자체를 대상으로 새 국제스케이트장 부지 공모를 진행했는데 ▲김포시 ▲양주시 ▲동두천시 ▲인천 서구 ▲강원 철원군 ▲강원 원주시 ▲강원 춘천시 모두 7곳이 신청서를 제출하고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국제스케이트장 사업은 전액 국비로 진행되기 때문에 지자체로서는 재정 부담이 없는 데다 국가대표 훈련과 국제대회 유치 등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가 큰 것으로 판단해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

그러나 대한체육회는 파리올림픽이 끝난 뒤인 2024년 8월 하순 갑자기 “태릉선수촌 종합정비계획, 유산영향평가 등의 용역이 완료될 때까지 부지 공모를 잠정적으로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체육계는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2025년 1월로 예정된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를 의식해 연기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7개 지자체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1곳을 선정하면 다른 6곳이 4개월 앞으로 다가온 회장 선거에서 이기흥 회장을 찍지 않을 것으로 걱정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이후 유인촌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이기흥 회장의 갈등이 첨예하게 펼쳐졌고 그 여파로 유인촌 장관은 2024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고 2천억원이 들어가는 결정을 체육회가 하는 건 무리이다. 문체부에서 직접 관할하는 것을 고려하겠다"고 답변했다.

3개월 뒤 2025년 1월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이기흥 회장은 3연임에 실패했고 2004년 아테네 올림픽 탁구 금메달리스트 유승민 후보가 당선되는 이변이 연출됐다.

이 사업을 주도했던 이기흥 회장은 낙마했고 유인촌 장관도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물러나자 국제스케이트장 부지 공모는 표류에 표류를 거듭했다. 유인촌 장관 발언 이후 1년 2개월이란 시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 국제스케이트장 신축 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은 나오지 않고 있다.

공모에 참가했던 한 지자체 관계자는 “문화체육관광부나 대한체육회가 부지를 언제, 어떻게 선정하고 언제 착공에 들어갈 지를 여전히 밝히지 않고 있어 답답하다. 각 지자체가 지금까지 쓴 홍보비가 막대한데 계속 희망 고문을 당하는 것 같다”며 불만을 털어놓았다.

태릉국제스케이트장은 건립한 지 26년이나 된 낙후 시설로 그동안 누수 등 문제가 있을 때마다 ‘땜질식’ 처방만 해왔다. 더군다나 이번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은 24년 만에 처음으로 단 한 개의 메달을 따지 못하는 ‘노메달’의 수모를 겪었다.

지금 상황으로는 2030년 2월 동계올림픽 때까지도 새 경기장이 완공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 스포츠 행정이 누워서 시간만 끄는 ‘침대 축구’처럼 돼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권종오 기자 kj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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