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보장 소용없는 물류대란…초대형 유조선, 항로서 발뺀다
이란, 봉쇄 후 선박 최소 7척 폭격 받아
몰타 국적 컨테이너선 1척도 피격 화재
안전 우려 증폭…운임 보험료 12배 폭등
“美해군 호위” 발언에 오히려 표적 우려
유조선 희망봉·대서양으로 우회 이어져
![지난 3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푸자이라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향한 방향에 수척의 유조선이 포착됐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발포하겠다고 경고하면서 초대형 유조선들은 걸프 항로를 피하기 시작했고, 인근을 지나는 선박에는 보험료가 12배나 폭등했다. [로이터]](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05/ned/20260305111747378aicj.jpg)
호르무즈 해협을 움켜쥔 이란의 경고에 초대형 유조선들이 걸프만을 지나는 항로에서 발을 빼기 시작하면서 ‘세계 경제의 동맥’이었던 호르무즈 해협이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초대형 유조선들은 이란의 폭격에 노출된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것 대신 안전지대 화물 운송으로 선회하고 있다. 일부 보험사들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을 운항하는 선박에는 보험 제공을 거부하면서, 보험료도 최고 12배까지 치솟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 해군의 호위와 국제개발금융공사(DFC)의 보증 등을 보장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 원유 수송의 20%를 담당했던 호르무즈 해협이 46년만에 기능 마비 상태에 빠지면서 글로벌 물류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4일(현지시간) 아시아에서 출항해 걸프에서 원유를 실을 예정이던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중 최소 3척이 대서양 권역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보도했다. 일부 선주들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장기화와 전쟁 보험의 철회 가능성이 맞물리면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대서양 권역 화물을 확보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중동의 항구로 향하던 초대형 원유 운반선 플라타 글로리는 최근 희망봉으로 항로를 변경했고, 또 다른 초대형 유조선 지호프도 중동쪽 항로를 버리고 미국으로 향하는 항로를 잡았다.
걸프를 우회해 원유를 공급하려는 일부 중동 국가들의 방침에 맞춰, 항로를 변경한 경우도 있었다. 초대형 유조선인 아만티아는 호르무즈 해협 바깥쪽 UAE 해안의 푸자이라를 목적지로 한 채, 희망봉 방향으로 남하 중이다. 유조선 카란 역시 걸프 내 사우디의 라스타누라 해상터미널로 향하던 중 홍해 연안 얀부항으로 항로를 바꿨다. 이는 사우디 아람코가 걸프를 우회하기 위해 홍해 쪽으로 원유 공급을 돌리려 하자, 이에 발맞춘 것이다.
기존 경영 방침대로 호르무즈를 지나 석유를 실어나르는 것을 예상했던 초대형 유조선들은 ‘빈손’ 신세가 됐다. 에너지 분석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전쟁 발발 이후 60척 이상의 빈 초대형 유조선(VLCC)들이 제자리에 머물거나 속도를 줄이고 있다.
블룸버그는 “페르시아만 안으로 들어오는 유조선이 부족하다보니, 산유국들이 원유를 저장시설에 채워가고 있다”고 전했다. “단 한 방울의 석유도 빠져나가지 않게 하겠다”던 이란의 엄포가 현실로 다가온 셈이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 사령관 보좌관인 에브라힘 자바리 소장은 지난 2일 “호르무즈 해협은 폐쇄됐다.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은 혁명수비대와 정규 해군이 불태울 것”이라 경고했다.
실제로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들은 IRGC로부터 수로에서 나가라는 무전 메시지를 받았다고 보고했다. 지난 27일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호르무즈 해협과 인근 해역에서는 최소 7척의 유조선의 이란의 공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4일(현지시간) 오후에도 이집트 소유의 컨테이너선 MV 사핀 프레스티지 호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중 두 발의 미사일에 맞아 화재가 발생했다. 이 선박은 아랍에미리트(UAE) 간투트항에서 출발해 사우디아라비아 제다로 향하던 중이었다. 선원들은 모두 퇴선해 탈출했으며 부상자는 보고되지 않았다.
이란의 위협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DFC)가 걸프만을 통과하는 선박에 매우 합리적인 가격에 보험과 보증을 제공할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미국 해군이 가능한 한 빨리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 호위를 시작할 것”이라고도 했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안전 통행 보증 제안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오히려 운임과 보험료가 급등했다. 중동 외 지역에서 시급히 원유를 확보하려는 경쟁이 심화되면서 유조선 운임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호르무즈 해협 인근을 항해하는 선박의 보험 비용은 12배나 폭등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4일호르무즈 해협을 항해하는 선박의 보험 비용이 전쟁 발발 전에는 선박 가치의 0.25% 수준이었다가 전쟁 이후 3%까지 치솟았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보험 중개 및 위험관리 전문기업 마쉬에 따르면 이날을 기준으로 고위험 지역을 항해하는 선박의 보험 가격은 선박 가치의 1~1.5% 범위다. 이 중 미국이나 영국, 이스라엘과 관련된 선박에는 이 비율의 최대 3배에 달하는 가격이 보험료로 책정된다.
보험을 제공하려는 보험사들도 줄고 있다. 일부 보험사들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및 발포 위협이 나오면서 고객들에게 전쟁 위험 보험을 취소하겠다고 통보하기도 했다.
시장은 미국의 안전보장 방안에 깊은 불신을 보내고 있다. 전문 보험중개 업체 맥길의 데이비드 스미스는 “걸프만을 통과하는 ‘모든’ 무역을 보증하겠다는 약속에도 불구하고 보험사들은 그 지원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적용될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며 “유럽 유조선에 실린 중국산 석유 화물에도 보증이 적용되겠나.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해양 안보 전문가들은 보험 여부보다 운임과 공격 위험이 해당 지역에서 활동하는 선주들의 주요 우려 사항이라 지적했다. 미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들을 보호한다는 제안도 비현실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해양 안보 고문은 “선박을 보호하겠다며 군함을 투입하면 이란의 모든 미사일이 그곳으로 발사될 것”이라며 오히려 이란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DFC의 주 업무가 보험이 아닌데, 폭격 위협에 처한 선박들에 DFC의 보증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DFC는 빈곤국에 대한 민간 투자를 촉진하는 것이 주 역할이다. 해운 투자자이자 콘탱고 리서치 설립자인 에드 핀리-리처드슨(Ed Finley-Richardson)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에 대해 “유가 상승세를 꺾기 위한 방법이었을 수 있지만 표면적으로 그런 발표가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 모르겠다. 선박들은 이미 보험에 가입돼 있다”고 꼬집었다. 도현정·김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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