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에 답하다] 호르무즈 해협에 왜 세계가 긴장하나… 한국도 3번째 위험국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전 세계가 중동 정세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치적 상황 변화가 전세계 각국 산업에도 직접적·치명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인 만큼, 장기화 가능성과 파급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까지 상황을 보면 호르무즈의 대체항로를 통한 에너지 공급은 제한일 수밖에 없으며, 장기화시 에너지 공급망의 단절부터 시작해 주요 글로벌 물류 동맥 마비로 인해 세계 경제가 심각한 침체의 늪에 빠질 수 있다. 또 한국은 이번 사태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국가 중 하나로, 장기화시에도 아시아 물류시장에 충격 등으로 인한 2차 충격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다만 미국과 중국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해제를 한목소리로 주장하고 있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중동으로 식량의 수입도 막아서면서 중동지역의 식량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기 어려울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 3번째 큰 위협 노출"
5일 세계 최대 규모 선박 분류·검사 기관인 영국 로이드리스트는 최근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전면 중단되면서 전세계 원유 운반선 약 200척이 걸프만에 묶이게 되었고, 이로 인해 전 세계 원유 및 정유 시장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로이드리스트는 자체 데이터를 활용해 "대부분의 선박은 병목 지점 통과에 대한 선주들의 명확한 지침을 기다리는 동안 저속운항하거나 정박하거나 묘박(닻을 내린 해상 주차 상황) 중"이라고 언급하면서 "현재 걸프만에 60척의 규제 준수 선박이 운항 중이며, 이는 제재 대상이 아닌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의 약 8%에 해당해 혼잡이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고 했다.
특히 한국은 그리스·일본에 이어 3번째로 큰 위협에 노출돼 있다는 게 로이드리스트의 설명이다. 한국은 이 지역에 12척, 12.2%(약 360만 재화중량톤수)가 묶여있는데, 이는 그리스(39척·16%), 일본(18척·12.5%) 다음이란 설명이다. 또 개별 선주 기준으로는 한국의 '장금상선'이 6척의 VLCC가 묶여있어 가장 큰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해진공 "기존에 없던 사태, 에너지 공급망 단절 위기"
사태가 급박하게 흐르자 해양진흥공사는 지난 4일 '호르무즈 해협 통항 제한에 따른 해운·물류 영향 분석' 보고서를 내고, 이번 사태가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운송 지연을 넘어 실질적인 공급망 붕괴 단계로 번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엔 현상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담겼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하루 약 2000만배럴에 달하던 원유 물동량이 86% 줄고, VLCC 운임이 3배 이상 뛰는 등 세계 에너지 공급망이 출렁이고 있다는 내용이다.
해진공은 과거 중동 분쟁 때는 해상 물류 기능 자체는 유지됐지만 이번엔 성격이 다르다고 규정했다.
구체적으로 1980년부터 이란·이라크 전쟁, 걸프전, 미·이란 긴장 사태, 이스라엘·이란 충돌 등 4~5차례 중동 긴장 사태때도 일부 유조선 피격 사건과 이로 인한 보험료 급등 영향만 있었지만, 이번엔 확실한 '통항 불가 통보'가 나오면서 배가 물리적으로 멈춰섰다는 이야기다.
보고서는 올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물동량이 일 평균 1981만3000배럴, 선박 수는 36척 수준이었는데, 지난달 27일엔 15척, 28일엔 18척으로 줄더니, 지난 1일에는 단 3척만 해협을 통과했다고 설명했다. 물동량은 같은 날 281만3000배럴로 평균 대비 86% 감소했고, 원유 통과량만 따로 보면 200만배럴 수준으로 평균보다 87% 줄었다.
여기에 카타르의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은 가동 중단, 사우디 정유시설은 부분 셧다운 상태라고 전했다. 합동해사정보센터(JMIC)가 해당 해역 위험 수준을 '심각(CRITICAL)' 단계로 상향한 점도 짚었다.
운임 시장에서 충격은 중동-중국 구간 VLCC 운임을 기준으로 2월 13일 WS 138에서 이달 3일 기준 WS 465.5까지 치솟았다고 설명했다. 2월 중순과 비교해 3.3배 상승한 셈이다.

◇단기 시나리오만으로도 "즉시 대체 어렵다"
해진공은 비교적 단기간에 상황이 정리되는 '1개월 통항 제한 시나리오'를 가정할 때 글로벌 차질 규모가 원유 322항차, LNG 109항차 등 총 431항차로 추산했다. 한국향에서만 원유 45항차, 약 9000만배럴 도입 지연과 LNG 8항차 차질이 예상된다고 했다.
아울러 통상 중동에서 한국까지 직항 운항은 약 25일이면 가능하지만, 서아프리카나 미국 걸프만에서 대체 물량을 실어오면 35~60일이 걸린다고 분석했다. 공급노선을 바꾼다고 해도 즉시 대체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해진공은 동시에 "미-이스라엘대 이란 전면전 확산 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1개월 이상 장기화할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명시했다.
여기에 원유의 대안이 될 수 있는 LNG·액화석유가스(LPG)선 시장도 고충격 구간으로 분류했다. LNG의 호르무즈 노출도는 20%, LPG는 30%로 제시했다. 카타르발 공급 차질이 빚어지며 유럽과 아시아 가스 가격을 동시에 자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LNG 운임은 단기에 20% 넘게 올랐고, 주요 항만 벙커유 가격도 15% 상승해 전체 운항비를 밀어 올린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봉쇄가 풀린 뒤에도 곧바로 정상화되기는 어렵다고 봤다. 과거 사례를 들어 물리적 통항 제한이 해제되더라도 시장 정상화에는 봉쇄 기간의 2배가량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사태 진정 뒤 대기 물량이 한꺼번에 출회되면 병목현상과 선복 부족이 재차 나타날 수 있어서다.

◇IEA도 해운사도 "중동 대체할 다른경로가 없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중동과 글로벌 에너지 시장' 보고서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운송 차질이 장기화되면 사우디아라비아가 보유한 전 세계 예비 석유 생산 능력의 대부분을 사용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면서, 지난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석유 및 석유 제품의 약 80%가 아시아로 향할 예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LNG의 경우 "지난해 1100억입방미터(㎥)이상의 LNG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면서 "전 세계 LNG 교역량의 거의 20%에 해당하고 이처럼 많은 물량을 시장으로 운송할 수 있는 다른 경로는 없다"고 못박았다.
특히 지난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출되는 총 물량의 거의 90%가 아시아 시장으로 향한 것으로 관측하면서 "석유와 마찬가지로 LNG 공급에 장기적인 차질이 생기면 전 세계적인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못박았다.
해운 운송 업계도 대체할 수 있는 항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식품·의약품 등의 보관 및 운송 산업 국제 비영리 단체인 글로벌 콜드 체인 얼라이언스는 현재 오만의 살랄라 항이 주요 대체 환적 허브로 부상하고 설명하면서도 "우회 물동량이 크게 증가할 경우, 터미널 및 야드 혼잡, 걸프만 시장으로 향하는 피더선 부족, 컨테이너 체류 시간 증가를 예상한다"고 소개했다.
차선책으로는 소하르항(오만), 두쿰항(오만), 코르파칸 컨테이너 터미널(UAE)이 있지만, 현재 예상되는 대규모 우회 물동량을 감당하도록 설계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들은 장기화 시엔 아시아-유럽 노선이 희망봉을 우회하게 되면서 주요 지중해 환적 허브에 추가적인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하면서 미국과 남미에 영향이 가장 늦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간 지속 어렵다'는 분석도
중동사태 자체는 이란이 미국·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의 후계자로 차남인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떠오르며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지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의외로 빨리 끝날 가능성도 있다. 이례적으로 미국·중국이 한목소리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풀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필요하면 미 해군이 가능한 한 빨리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 호송을 시작할 것"이라고 했고, 중국은 외교부 브리핑에서 "모든 당사국이 즉각 군사 행동을 중단하고 긴장 고조를 피하며 호르무즈해협의 항행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이란 내부가 호르무즈 해협을 계속 봉쇄하기 어렵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시사하는 분석도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중동에 식량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배가 멈춰서면서 식량을 싣고 중동지역으로 향하던 배들도 함께 멈췄기 때문이다.
에너지 및 원자재 시장 분석 전문 기업 케플러(Kpler)는 "옥수수·대두·밀 등 걸프 지역으로 수입된 약 3000만톤의 곡식 중 1400만톤이 이란으로 향했고, 대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카타르 등 4개국 이상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란이 개전 전부터 식량 물가 상승으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었다고 짚기도 했다. 이들은 이란 통계청을 인용해 이란이 개전 전인 지난 1월 중순부터 지난달 중순까지 1달동안 식료품 및 음료 물가 상승률이 105%를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5%보다 크게 상승한 것으로, 이에 이란 정부는 최근 국민들에게 필수품 공급을 우선시하기 위해 모든 식량 및 농산물의 수출을 무기한 금지하기도 했다.
또 예멘·수단·소말리아처럼 UAE를 '환적지' 삼은 나라들도 물자 부족·가격 상승에 직면할 수 있다고 했다.
임재섭 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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