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택시에서 45인승 버스까지… UAE 체류 한국인 53명 탈출 도운 유튜버
현지 여행사 등 연결해 육로 이동 지원
“자발적 도움 많아… 정보 공유 지속"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과 이에 대한 이란의 보복으로 중동 정세가 급격히 악화된 지난 2월 28일. 아랍에미리트(UAE)에 체류하던 한국인 53명이 육로를 통해 오만으로 이동해 대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편이 전면 취소되면서 현지에 발이 묶인 상황에서, 국제정치 시사 유튜브 채널 ‘센서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이재천(26)씨가 자발적으로 대피를 도운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UAE에 있던 구독자 A씨는 전쟁 여파로 항공편이 모두 취소돼 고립된 상태였다. 육로로 UAE를 빠져나와 여객기가 운항 중인 오만 무스카트 공항으로 이동하는 방법이 있었지만, 홀로 국경을 넘는 데 대한 불안감이 컸다고 한다.
이씨는 비슷한 처지의 한국인들이 함께 이동하면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는 밤새 연락을 돌려 인원을 모았고, 지인 교민과 여행사의 도움을 받아 차량을 확보했다. 초기에는 승용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이용했으나, 대피 요청이 늘면서 버스까지 동원됐다.
그 결과 총 18차례에 걸쳐 이동이 이뤄졌고, 한국인 53명이 UAE에서 오만으로 대피했다.
이씨는 지난 4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위험에 처한 구독자를 돕기 위해 시작했지만,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이들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대피 네트워크’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이어 “손해를 감수하면서 차량을 마련해 준 여행사 관계자와, 오만 도착 이후에도 현지 정보를 전달해 준 이들의 도움이 컸다”고 했다.
현재는 외교 당국이 귀국 지원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민간 차원의 대피 버스 운영은 중단된 상태다. 현장 혼선을 줄이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다만 이씨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을 통해 비상 대피 요령과 현지 소식, 정부 공지 사항을 공유하고 있다. 다음은 이씨와의 일문일답.

―중동에 체류 중인 한국인 대피를 돕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전쟁이 시작되고 나서 UAE에 있던 구독자가 도움을 청했다. 육로로 혼자 이동하기 불안하다는 말에 단체로 움직이면 낫지 않을까 생각해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국내 여행사와 현지 업체와 연락이 닿았고, 차를 확보해 인접 국가인 오만으로 육로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도왔다.”
―대피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나
“육로 이동을 원하는 사람들이 모이면 여행사를 통해 현지 업체를 연결해 자동차를 확보한 뒤 단체로 이동하는 식이었다. 처음에는 세단이나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택시를 이용해 이동했다. 그런데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이 지속해서 늘었다. 미니밴으로도 모자라 전세버스를 동원했다.”
―총 몇 명의 육로 대피를 도왔나
“4일(현지 시각) 출발하는 버스까지 합치면 총 18차례 이동이 이뤄졌고, 지금까지 53명을 현지 업체와 연결해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비용 문제는 없었나
“초기에는 4인승 택시 기준 이동 비용이 약 170만원 정도였다. 하지만 전쟁이 확대되면서 비용이 195만원까지 올라갔다. 나중에 45인승 전세버스의 경우 한 대에 약 530만원 정도였는데, 여러 명이 함께 타면 비용을 나눌 수 있어 개인 부담을 덜 수 있었다.”
―국경 검문소를 통과하는 일이 쉽지 않았을 듯하다
“단체 인원이 너무 많으면 국경 검문소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어, 인원을 일부러 줄여 출발하기도 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여행사 사장님이 손해를 감수하면서 전세 버스와 함께 갈아 탈 택시도 뒤따라 보내기도 했다.”
―혼자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로 보인다
“정말 많은 이들이 자발적으로 도왔다. 처음엔 자원봉사에 나선 이가 4명이었는데, 탈출에 성공한 사람들이 현지에서 돕겠다고 나서면서 현재 18명이 함께 하고 있다. 자연스레 ‘탈출 네트워크’가 만들어졌다. 모두 함께 위기를 이겨내려는 마음이 모인 결과다.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오만 무스카트 공항으로 가도 항공편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들었다
“맞다. 민간에서 도울 수 있는 것은 UAE에서 오만까지 안전하게 이동하는 단계까지다. 무스카트 공항에서 귀국 항공편을 알아서 구해야 하는데, 상황이 긴박하다보니 경쟁이 치열하다고 한다. 이제는 정부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긴급 탈출 버스를 지속해서 운영하나
“일단 중단하기로 했다. 정부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란에서 투르크메니스탄으로, 이스라엘에서 이집트로 대피가 진행됐고 외교부 신속대응팀도 중동에 도착했다. 계속 사람을 모아 육로 대피를 주선하면 현장에서 오히려 혼란이 생길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다만 지금 운영 중인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을 통해 정보를 지속해서 공유하고 있다. 또 정부 도움 없이 이동하려는 이들에게 그동안 협력했던 여행사나 자동차 대여 업체 정보를 알려주고 있다. 정보 공유나 연결 역할은 계속할 생각이다.”
―중동에 체류 중인 한국인들에게 조언한다면
“인접국으로 대피를 고려한다면 업체의 사업자 등록이나 정부 승인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상황이 언제 다시 악화할지 모르기 때문에 이동할 수 있을 때 빨리 움직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안전이 가장 중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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