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대 인증샷에 한 시간....관악산에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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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산 등산이 붐이다.
한 누리꾼은 "역사에도 관악산의 화기는 유명하다"며 "조선 건국 당시 무학대사가 관악의 기운을 누르고자 갖가지 노력을 했다"고 주장했다.
액운 해소를 위한 관악산 유행 현상을 그는 "현대인의 불안이 만들어낸 지나친 주술"이라 진단했다.
노력하지 않고 요행을 바라는 것 보다 험한 관악산을 직접 발로 디디며 땀 흘리는 '움직임', 등산이 사람을 더 활동적으로 바뀌게 하는 근본 원인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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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산 등산이 붐이다. 정상인 연주대는 인파가 몰린 탓에 좁은 산길에 100m 넘는 줄이 생길 정도로 인산인해다. 관악산이 인기 산행지이긴 했지만 평소 이 정도로 사람이 몰리지는 않았다. SNS에도 관악산 관련 게시물이 부쩍 늘었다. 왜 갑자기 관악산 산행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된 걸까?
시작은 TV프로그램에 출연한 역술가의 말에 있었다. 어느 유명 역술가가 "관악산은 화기가 있고, 정기가 강하고, 에너지가 맑아서,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다"며 "운이 풀리지 않으면 연주대에 가보라"고 말했다. 이후 관악산을 찾는 이들이 늘었고, 이들이 SNS에 연주대 정상석 인증사진과 쇼츠와 릴스를 올리면서 소문은 더 빠르게 번졌다. 그렇게 '관악산 등산 인증'이 줄을 서서 오를 정도로 유행이 된 것으로 보인다.
한 누리꾼은 "역사에도 관악산의 화기는 유명하다"며 "조선 건국 당시 무학대사가 관악의 기운을 누르고자 갖가지 노력을 했다"고 주장했다. 불 기운을 누르기 위해 관악산 연주대의 바위에 구멍을 내고 물을 채웠고, 광화문에는 불을 막는 전설의 동물 해태 상을 배치했으며, 경복궁과 관악산 사이에 숭례문(崇禮門·남대문)을 세웠다는 것. 예부터 '불 기운'으로 유명했던 관악산을 오르면 "화기로 액운을 불 태울 수 있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관악산 연주대 산행이 실제로 사람의 운을 바꿀 수 있는 걸까? 풍수지리학자 김두규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에게 물었다. 그는 <조선풍수학인의 생애와 논쟁>, <우리 풍수 이야기>. <풍수학사전>, <풍수강의>, <조선풍수, 일본을 논하다>, <국운풍수>를 펴낸 한국의 대표적인 풍수지리학자로 꼽힌다.
결론부터 말하면, "사람의 운을 바꾸지는 못한다"고 한다. 그는 "풍수지리에서 관악산이 화기(火氣)를 가진 것으로 보는 것은 맞지만, 조선 건국을 두고 관악산의 화기를 막기 위해 논했다는 무학대사의 일화는 후대에 꾸며낸 야사일뿐"이라고, 일축했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고려 말과 조선 초기 문신이자, 영의정까지 오른 권중화가 경복궁 터를 잡았다고 적혀 있다는 것.
김 교수는 "화기를 가진 산은 맞지만, 경복궁에 영향을 준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확대 해석"이라 단언했다. 경복궁의 주산인 북악산이 불 기운이고, 부근에 물이 없고, 바람 잦은 지형이고, 목조로 지었으니 불이 잘 날 수밖에 없는 환경일뿐 관악산의 기운과는 상관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액운 해소를 위한 관악산 유행 현상을 그는 "현대인의 불안이 만들어낸 지나친 주술"이라 진단했다. 풍수지리적으로 보더라도 '화기'를 가진 산 정상에 오르는 행위로 사람의 운이 바뀐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한자어 운(運)은 '움직이다, 옮기다'라는 뜻을 품고 있다. 노력하지 않고 요행을 바라는 것 보다 험한 관악산을 직접 발로 디디며 땀 흘리는 '움직임', 등산이 사람을 더 활동적으로 바뀌게 하는 근본 원인에 가깝다. 또 등산은 '정신적 환기' 행위이기도 하다. 삭막한 사무실과 스마트폰 화면에서 벗어나 산의 거대한 바위와 마주하는 것만으로 뇌는 건강한 자극을 받는다.
풍수 전문가의 말처럼 산행 한 번으로 꽉 막힌 팔자가 하루아침에 뒤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가파른 바윗길을 오르며 내뱉는 거친 숨은 잡념을 태워버리고, 정상에서 마주하는 탁 트인 서울의 풍광은 일상에 찌든 마음을 치유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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