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40조 원 승부수…포스코, 수소환원제철 상용화 '사활’

올해 정부의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량이 지난해보다 약 20% 줄면서 철강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다. 여기에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까지 겹쳤다. 중국의 저가 공세와 미국의 50% 고관세라는 기존의 이중고에 더해, 이제는 탈탄소 전환 비용이라는 구조적 부담까지 떠안게 된 셈이다.
업계는 생존을 위해 정부의 종합 지원책이 시급하다고 호소한다.
◆배출권 18.6% 축소…매년 5천 억 원 추가 부담
정부는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26~2030년 제4차 배출권거래제 계획기간의 배출 허용 총량을 대폭 줄였다.
올해부터 적용되는 무상배출 '사전 할당량'은 연평균 4억7천260만t이다. 3차 계획기간(연 5억8천40만t) 대비 18.6% 감소했다.

◆EU CBAM 본격 시행 '이중 부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EU는 올해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본격 시행했다. EU에 철강 제품을 수출하는 기업은 생산 과정의 탄소 배출량을 보고해야 하며, 그에 해당하는 인증서를 구매해야 한다. 올해 물량에 대한 인증서 구매는 내년으로 유예됐지만 비용 부담은 이미 누적되고 있다.
2024년 기준 EU는 국내 철강 수출의 13.4%(381만t)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다. 일본(12.9%), 인도(10.8%), 미국(9.7%)이 뒤를 잇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향후 10년 간 국내 철강업계가 부담할 CBAM 인증서 비용이 3조 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해법은 '수소환원제철'
수소환원제철은 기존 고로 공정의 근본적 전환을 의미한다. 고로 방식은 철광석에서 산소를 분리하기 위해 석탄(탄소)을 환원제로 사용하며,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대량 배출된다.
철강 1t 생산 시 약 2.3t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반면 수소환원제철은 석탄 대신 수소를 환원제로 사용해 산소를 제거한다. 이론적으로 부산물은 '물'뿐이다.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게임 체인저'로 불린다.
품질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다. 기존 전기로는 고철을 원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구리·주석 등 불순물을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고, 이는 고급 강종 생산 시 결함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수소환원제철은 철광석에서 산소를 제거한 직접환원철(DRI)을 사용해 불순물 유입이 적어 고급 강재 생산에 유리하다.

◆현실적 난관…비용과 에너지
문제는 막대한 전환 비용이다. 포스코는 연내 포항제철소에 연산 30만t 규모의 독자 기술 '하이렉스(HyREX)' 실증 설비(데모플랜트)를 착공할 계획이다. 2027년 시운전, 2030년 기술 검증을 거쳐 2050년까지 포항·광양의 기존 고로 7기를 모두 수소환원제철로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설비 교체 등 총 투자비는 약 40조 원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청정수소 공급도 필수적이다. 현 조강 생산량 기준으로 연간 약 320만t의 수소가 필요하며, 이 가운데 포항제철소만 150만t을 요구한다. 경북도는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경북형 수소 고속도로' 구축을 검토 중이다. 대규모 배관망을 통해 산업단지에 안정적으로 수소를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수소 가격과 인프라 구축 비용은 기업이 단독으로 감당하기 어렵다. 결국 청정수소 전용 요금제 신설과 세제·금융 지원 없이는 산업 확대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에너지 문제도 핵심 변수다. 현행 석탄 기반 제철 공정은 부생가스로 전력의 약 85%를 자체 충당할 수 있다. 하지만 수소환원제철은 부생가스를 활용할 수 없어 전력을 100% 외부에서 공급받아야 한다.
업계는 현재 조강 생산량을 모두 수소환원제철로 전환할 경우 약 25GW의 무탄소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원전 약 20기에 해당하는 규모다.
재생에너지 기반 그린수소를 사용할 경우 철강 원가가 두 배 이상 오를 수 있어 국제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원자력 기반 전력으로 생산한 '핑크수소'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해외 주요 철강사들은 이미 SMR(소형모듈원자로)과 전력구매계약(PPA)을 통해 무탄소 전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미국 뉴코어, 유럽 아르셀로미탈 등이 대표적이다.

◆해외는 보조금 경쟁…한국은 R&D 명목 지원
세계 각국 정부는 자국 철강 산업 보호를 위해 파격적인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스웨덴 철강기업 사브(SSAB)는 연산 130만t 규모 DRI 설비 건설비의 약 20%(1천900억 원)를 EU 혁신기금으로 지원받았다. 독일 잘츠기터(Salzgitter)도 연산 190만t 규모 DRI 전로 건설비의 58%(약 1조4천억 원)를 정부 지원으로 조달했다. 일본 정부는 수소환원제철 등 탄소중립 철강 분야에 향후 10년 간 3조 엔(약 28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유럽 각국 역시 상용 설비 투자비의 40~50%를 지원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뒤스부르크 제철소 탈탄소 전환 투자금 4조3천억 원 중 2조8천억 원을 지원했다. 프랑스 정부도 아르셀로미탈 공장 투자금 2조4천억 원 중 1조2천억 원을 보조했다.
반면 한국 정부의 지원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포스코 데모플랜트 사업의 경우 총사업비 8천146억 원 중 국비 지원이 3천88억 원으로, 약 38% 수준이다. 이마저도 연구개발(R&D) 명목으로, 설비 투자나 운영비를 직접 지원하는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민동준 연세대 명예교수(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TF 공동위원장)는 "수소환원제철은 기술 개발을 넘어 전기·수소 등 대규모 인프라와 직결된 문제"라며 "과거 이차전지 산업 초기 보조금 정책처럼 그린철강 분야에서도 초기 불확실성을 해소할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웅희 기자 wo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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