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없애자"와 "지키자" 사이…과천 경마장 이전이 만든 균열

1일 오전 10시가 조금 못 된 시각, 경마공원역 개찰구는 평일 출퇴근 시간대의 환승역을 방불케 했다. 10시 15분에 시작될 첫 경주를 놓치지 않으려는 인파에 휩쓸려 등 떠밀리듯 역 밖으로 나섰다. 역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 경마잡지 판매대부터 3번 출구 너머 옥수수와 번데기를 파는 노점상까지, 이곳의 생태계는 철저히 경마장을 중심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경마공원 내부 곳곳에 붙은 ‘과천 경마공원 이전 반대’ 현수막은 현장의 생존권 투쟁과 정책적 불확실성이 맞물린 팽팽한 긴장감을 대변했다.

아이들은 경주마가 시야에 들어오자 “말! 말! 말!”이라며 환호했지만, 같은 시각 2층부터 6층 관람석을 가득 메운 중장년, 노년의 경마 팬들은 경주마가 결승선을 약 200m 앞둔 지점부터 천장을 울리는 함성을 내질렀다. 누군가에게는 나들이 장소였지만, 누군가에게는 수십만원 이상의 돈을 건 승부처였다. 한 백발 노인은 기자에게 마권을 샀는지 물어보며, 2번마에 건 10만 원어치 마권 여러 장을 보여주기도 했다. 오죽하면 놀라운지에서 경마 기초를 가르치는 강사는 ‘고시 공부하는 것처럼 진지하게 경마를 본다’고 표현할 정도였다.

물론 도박장이라는 인식이 있는 만큼 부정적인 시선도 공존했다. 놀라운지를 벗어나 2층부터 6층, 그리고 내부 식당에선 마권을 쥔 채 인상을 쓰며 한숨을 내뱉는 중장년과 노인 무리가 곳곳에 보였다. 친구끼리 방문한 30대 남성 두 명은 “건전하게 쉴 다른 곳이 생긴다면 경마장이 없어지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용객 사이에서도 시선이 엇갈리는 만큼, 인근 주민과 상인들의 여론 역시 복합적으로 얽혀 있었다. 지역 이미지와 실리 사이에서 주민들은 다양한 의견을 전했다. 과천역 인근에 거주하는 20대 여성 주민은 “인식이 워낙 안 좋아서 없어지면 좋겠어요. 그래도 세금은 많이 낸다고 하니 조금 걱정되는 점도 있어요”라고 말했고, 60대 여성 주민은 “도박장이란 인식이 쉽게 벗겨지는 것도 아니고, 이참에 없어지면 좋겠어요. 부동산 문제도 심한데, 집 더 생기는 게 경마장보다 좋은 일 같아요”라며 이전을 촉구했다.

오후에는 한국마사회 노동조합을 찾아 보다 구체적인 내부 사정을 들었다. 노조 사무처장은 과천 경마장 이전이 가져올 부작용을 지표를 통해 제시했다. 현재 과천 경마장은 전국 3개 경마장 중 유일한 흑자 사업장이다. 특히 경마공원역의 압도적인 대중교통 접근성 덕분에 전체 이용객의 75%가 과천 경마장에 집중돼 있다.

노조 건물을 나와 걷다 보니 먹이 체험 장소에서 평화롭게 건초를 뜯는 말들 옆에 ‘나는카페’가 보였다. 나는카페는 한국마사회가 발달장애 청년들의 직업교육과 자립을 돕기 위해 조성한 일터다. 2012년 11월 첫발을 뗀 이후 현재는 15개 지점까지 확대되며 수십 명의 발달장애 청년들에게 사회 진출의 사다리가 돼줬다.
한국마사회의 수익은 대부분 마권 판매에서 발생한다. 사행성 산업에 기반한 수익이라는 비판적인 시선이 늘 따라붙는 이유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수익의 일부는 이처럼 사회적 약자를 위한 환원 사업의 토대가 된다. 14년째 이어온 민관 협력의 상징적 모델 역시 경마장 이전이라는 불확실성 앞에 놓여 있다.
김상훈 인턴기자(writer@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