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환자들에겐 딱이다…온병원 ‘통합내과’ 시도가 던진 화두

윤성철 2026. 3. 5.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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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대학병원 ‘통합 진료’ 실험, 지역 2차 종합병원으로 확산되나

- '분과 이기주의' 벽 허무는 '베테랑' 내과의사들의 협진 시스템

- 시니어 3인방 배치, 내과 세부 전문의들과 연계 '숲과 나무' 동시에 잡기

- '진료과 핑퐁'에 지친 고령 환자들, 이제 '질환' 아닌 '사람'으로 진료받는다

노인 환자는 어느 하나의 특정한 문제만 갖고 있지 않다. 복합 질환자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 그런데, 현대 의학은 너무 세분화되어 있다. 이런 미스매치 문제가 최적의 치료를 어렵게 한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부산에 사는 70대 김 모 씨는 최근 심한 무기력증과 부종으로 대학병원을 찾았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순환기내과에서 "심장은 괜찮으니 신장내과로 가라"고 했다. 그런데 정작 신장내과에서는 "빈혈 수치가 낮으니 소화기내과 검사부터 하라"고 했다. 순환기내과에서 신장내과로, 다시 소화기내과로. 이른바 '진료 핑퐁'이다.

의학은 각종 장기별로 아주 정밀해졌지만, 정작 여러 병을 동시에 앓는 노인 환자는 갈 곳을 잃는다. '전문화의 함정'에 빠지는 것이다. 첨단을 달린다는 '현대의학의 역설'이기도 하다.

특히 75세 이상의 초고령층엔 평균 서너 개 이상의 만성질환도 갖고 있다. 특정 분과만 고집하면 여러 약물이 함께 작동해 개별 약효를 상쇄하거나 오히려 부작용을 만들어내는 '약물 상호작용'(Polypharmacy) 문제나 진료의 파편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일부 대학병원 실험, 포괄2차종합병원으로 퍼지나

이러한 의료 현장의 칸막이를 허물기 위해 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등은 '통합내과' 개념의 진료를 수년 전부터 실험해왔다. 노인 환자처럼 고혈압, 당뇨, 신장 질환을 동시에 앓는 경우 여러 분과를 전전하지 않고 통합내과가 '주치의'로서 '사람' 단위로 종합 진단하면서 다른 내과는 물론 외과 수술 전후까지 전체를 조율하는 것.

예전의 '제너럴리스트'(generalist)가 전문화(specialist) 심화 단계를 거쳐 한층 더 업그레이드되어 돌아온 셈이다. 하지만 이번엔 세부 전문과목 전문의들과의 협진까지 한다는 점에서 질적으로 달라졌다. '숲'과 '나무'를 함께 볼 수 있게 됐다.

부울경에서도 부산대병원, 양산부산대병원이 선도적으로 '통합내과' 모델을 도입했다. 하지만 수가 문제 등 여러가지 제도적 미비로 아직 활성화되고 있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병원이 집중해야 할 '중증' 질환 여부와도 경계가 불투명하다.

그런데, 지난해 7월 보건복지부로부터 '포괄2차종합병원'으로 지정된 부산 온병원이 이를 새롭게 시도한다. 일부 상급종합병원에서만 시도되던 '전신 통합 진료' 개념이 민간 종합병원으로 하향 확산되는 중요한 변곡점.

'주니어' 아닌 '시니어'가 지휘봉 잡은 온병원 모델

온병원의 승부수는 '경륜'이다. 대학병원의 통합내과가 종종 젊은 '입원전담전문의'(Hospitalist) 중심으로 운영되어 권위의 한계를 보이는 것과 달리, 온병원은 유홍 진료처장을 필두로 김익모(간질환), 김봉천(내분비) 과장 등 30년 넘나드는 임상 경험을 갖춘 베테랑 시니어 3인을 전면에 배치했다.

사진=부산 온병원

이들 시니어 3인방은 환자가 처음 병원을 찾았을 때 증상을 총체적으로 분석하는 '그랜드 마스터' 역할을 수행한다. 특정 분과로 보내기 전, 환자의 기저질환과 약물 상호작용을 먼저 정리해 '진료 혼선'을 원천 차단하는 컨트롤타워 기능을 맡는 것이다.

통합내과에서 조율된 환자는 필요한 경우, 즉시 고난도 내시경 시술이나 혈액투석 등 세부 전문 치료도 받을 수 있게 된다. 꼭 외과 수술까진 가지 않더라도 내과에서 커버하는 최소침습형 중재 시술들이 정말 다양해졌기 때문. 고령에다 다중 만성질환으로 수술이 어려운 환자들도 위험도를 줄인 시술 방식으로 치료의 폭을 넓힐 수 있다.

고령화 시대, '사람 중심 의술'의 복원

대한종합병원협회 등 의료계 전문가들은 이번 온병원의 행보를 초고령사회의 필연적 변화로 보고 있다. 수술보다 최소침습 시술과 복합 약물 관리가 중요한 노년기 질환의 특성상, 내과계의 통합은 환자 안전과 직결된다.

이와 관련, 온병원 김동헌 병원장은 5일 "통합내과는 현대 의학의 전문성을 유지하면서도 과거 인술(仁術)의 따뜻한 종합진료 정신을 복원한 모델"이라고 했다. "환자들이 어느 과를 갈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 중심'의 의료 환경을 선도하겠다"는 얘기다.

이는 1차~2차~3차로 연결되는 의료 전달체계 내에서 '통합적 판단'이 가능한 시니어 내과 의사의 가치가 재조명받고 있음도 시사한다. 물론, 이러한 시스템이 수익성 문제를 뛰어넘어 지속 가능한 의료 모델로 정착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과제로 남아 있다.

윤성철 기자 (syoon@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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