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100조 배당 가능할까? [이슈체크]

나은수 기자 2026. 3. 5. 08:26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쟁에 흔들리는 삼성전자, 맥쿼리 전망대로 갈 수 있나

미국의 이란 침공 여파로 코스피가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폭격을 맞았습니다. 4일 코스피는 12% 넘게 폭락하며 역대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습니다. 이틀간 증발한 시총만 950조원에 달합니다. 코스피가 중동 전쟁 영향을 비교적 덜 받을 것이란 분석이 엇나가며 그 누구도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공교롭게도 중동 전쟁 직전, 많은 국·내외 증권사들이 코스피를 낙관하는 리포트를 잇따라 발간했습니다. 특히 글로벌 투자은행(IB) 맥쿼리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대폭 상향 조정했습니다. 코스피 상승을 이끌어 온 두 기업이어서 시장의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특히 맥쿼리는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의 올해 배당금이 10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습니다. 매년 10조원 내외 수준의 배당을 해온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파격적인 전망입니다. 맥쿼리는 무슨 근거로 이런 전망을 내놓은 것일까요.

중동 전쟁이 단기전에 그치기보다는 중장기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커지고 이에 따라 코스피의 회복 가능성이나 그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도 증대하고 있습니다만, 이번 이슈체크에서 맥쿼리가 전망한 '삼성전자 100조원 배당금' 가능성을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 배당금 100조원? 맥쿼리 근거 뜯어보니

삼성전자는 2021년부터 연간 최소 9조8000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습니다. 지난해 배당금 총액은 약 11조1000억원입니다. 오는 18일 개최되는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서 배당금이 확정되면 주주들은 2025년 배당금으로 주당 총 1668원(분기배당 포함)을 지급받습니다.

삼성전자는 주주환원정책을 3년 단위로 발표합니다. 올해는 2024년 발표한 주주환원정책의 마지막 연도이죠. 2024년 당시 발표한 주주환원정책의 핵심은 △최소 매년 9조8000억원 정규배당 지급 △3년간 총잉여현금흐름(FCF)의 50% 주주 환원입니다.

/사진=DART(전자공시시스템) 캡처

예를 들어 3년간 삼성전자의 FCF가 80조원이라고 가정하면 40조원이 주주환원재원이 됩니다. 40조원 중 3년간의 정규배당액 29조4000억원(9조8000억원X3년)을 차감하면 10조6000억원이 남습니다. 이 금액이 추가 배당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는 것이죠.

FCF는 잉여현금흐름을 의미합니다. 삼성전자의 FCF 측정기준은 사업으로 번 돈(영업활동현금흐름)에서 설비투자(CAPEX)와 M&A에 쓴 돈을 제외한 금액입니다.

지금부터는 맥쿼리가 전망한 '삼성전자의 100조원 배당금'에 대한 근거를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아래 표는 맥쿼리 리포트 자료 일부를 번역해 재가공한 표입니다. 삼성전자는 2018~2020년, 2021~2023년, 2024~2026년 3년 단위로 주주환원 정책을 펼쳐왔습니다.

특별배당이 있었던 2018~2020년 기간을 한번 보겠습니다. 당시 삼성전자의 주주환원 정책은 △3년 간 매년 9조6000억원 정규배당 지급 △3년간 총잉여현금흐름(FCF)의 50%를 주주환원으로 지급이었습니다.

삼성전자의 2018년 FCF는 40조1000억원입니다. 이 가운데 절반(약 20조원)이 주주환원의 재원이 됩니다. 그런데 2018년 주주환원에 사용된 금액은 9조6000억원(배당금) 뿐이었습니다. 2019년도 주주환원재원은 11조6000억원이었지만 실제 주주환원에 사용된 금액은 9조6000억원(배당금)이었습니다. 2년 간 주주환원에 사용되지 않은 재원(12조4000억원)은 마지막 연도(2020년)에 특별배당금으로 지급됐습니다.

맥쿼리가 삼성전자의 올해 배당금을 100조원으로 전망한 것도 이 기준에 따른 것입니다. 맥쿼리는 올해 삼성전자의 FCF를 217조6000억원으로 추정합니다. 그 중 절반 108조8000억원이 주주환원의 재원이 될 겁니다.

2026년 고정 배당금(9조8000억원)을 차감하면 남은 재원은 99조원
입니다. 그런데 2024~2025년에 미지급된 주주환원재원 4조8000억원까지 포함하면 삼성전자의 추가 환원 여력은 총 103조8000억원에 달합니다.

삼성전자의 주주환원 정책을 기반으로 전망한 것이어서 맥쿼리의 전망이 허무맹랑한 것은 아닙니다. 물론 현실화되기 위해선 실적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만 합니다. 맥쿼리는 HBM(고대역폭메모리)의 공급 부족에 따른 범용 메모리반도체(D램, 낸드플래시) 가격 오름세가 2년 여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올해 순이익이 229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SK하이닉스 역시 주주환원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회사 역시 3년 단위로 주주환원정책을 펼쳐나가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의 2025~2027년 주주환원 정책은 △고정 배당금 1500원 △재무건전성 목표 달성 시, 3년 누적 FCF 50% 범위 내 추가환원 △유의미한 수준의 FCF 창출 시, 일부 조기 환원 여부 검토입니다.

SK하이닉스는 추가 환원 전제 조건으로 재무건전성을 내걸었습니다. 그리고 재무건전성의 기준으로 순현금(Net Cash) 전환과 적정 수준의 현금 확보를 제시했죠.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현금(34조9400억원)이 차입금(22조2500억원)보다 많은 순현금 상태를 유지 중입니다. 회사가 생각하는 적정 수준의 현금 확보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는 없지만, 올해 달성할 FCF를 고려할 때 상당한 수준의 조기 배당지급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 저 PER, 고점 신호 아니다

맥쿼리는 이번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34만원으로 대폭 상향 조정했습니다. 이는 국내·외 주요 증권사를 통틀어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국내 증권사들은 20만~30만원 대로 목표주가를 제시 중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불과 1년 반 전만 해도 정반대였다는 점입니다. 맥쿼리는 2024년 10월 엔비디아 HBM 납품 지연, 실적 부진 우려로 목표 주가를 6만원으로 낮췄습니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9만원대의 목표주가를 제시했던 때였습니다. 이후 주가는 6만원, 5만원, 4만원 후반대까지 주저 앉았습니다.

맥쿼리는 이번 리포트에서 PER(주가수익비율)과 연관지어 목표 주가를 상향 조정했습니다. 투자자들은 동종 업계 대비 PER이 낮으면 '이익 대비 주가가 낮은 것'으로 해석해 매수에 나서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반도체같은 사이클 산업은 '저 PER이 주가의 고점 신호'로 해석되곤 합니다. PER이 낮다는 건 회사의 이익 대비 주가가 낮다는 것입니다. 이익이 잘 나는데도 PER이 낮다면, 이는 현재 실적이 정점(미래 실적은 하향할 것으로 전망)이기 때문에 주가에 반영되지 않은 탓일 때가 있습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과거 이러한 경험이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2022년 1분기 영업이익은 약 14조1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0% 증가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가(7만원대 중반)는 2021년(8만원대 중반)보다 낮았죠. 실적은 좋고, 주가는 낮으니 2022년 1분기 PER은 2021년 PER보다 낮았습니다. 이후 삼성전자의 실적과 주가는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맥쿼리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026년 예상 순이익 기준 PER은 6배 수준입니다. 현재 PER(26배)와 비교하면 PER이 크게 낮아지게 되는 것이죠. 이를 근거로 일각에선 주가가 고점 국면에 들어선 것 아니냐고 분석합니다.

이에 대해 맥쿼리의 생각은 다릅니다. 이번에 저 PER 국면에 진입하는 건 반도체 업황이 꺾이는 신호가 아니라 단순히 회사가 저평가돼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겁니다. 맥쿼리는 삼성전자의 순이익이 2026년 229조원, 2027년 360조원으로, 계속 급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회사의 순이익은 크게 증가하는데 현재 주가를 기준으로 미래PER을 산출하니 PER 배수가 낮아질 수 밖에 없다는 게 맥쿼리의 분석입니다.

나은수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