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하는 여자들] 현 정부에서도 ‘구조적 성차별’은 여전하다

임세웅 기자 2026. 3. 5.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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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여성파업, 광장에서 함께 윤석열 몰아냈던 이재명 정권을 향한 메시지
▲ 스튜디오 알

여성가족부 폐지를 추진하면서 그 이유로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했던 윤석열 전 대통령. 치를 떨었던 여성노동자들은 2024년 처음 여성 파업을 조직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열린 광장에서 비정규 노동자, 이주노동자, 성소수자 등 다양한 이들이 모여 윤석열 탄핵을 외쳤고, 이뤄졌다.

그런데 여성노동자들이 주축이 돼 30개 단체가 모인 '2026년 3·8 여성파업 조직위원회'는 올해 또 한 번의 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들과 함께 광장에서 윤석열 탄핵에 앞장섰던, 이재명 정권을 향해서다. 파업 이유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전과 다르지 않다. "구조적 성차별은 여전하다."

공고한 성차별 구조

여성은 남성에 비해 노동소득이 낮다.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는 지난해 기준 30%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크다. 평균 11%에 비해 19%포인트 높은 수치다. 남성노동자가 284만원을 벌 때 여성노동자는 199만원을 번다. 284만원은 중위소득, 199만원은 최저임금 수준이다.

여성 비정규 노동자가 많은 탓으로 해석된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남성 비정규 노동자는 399만명, 여성은 530만명이다. 여성은 원하는 만큼 일하기도 어렵다. 여성의 71.3%는 주 36시간 미만 일한다. 이 때문에 지난해 유리천장 지수는 OECD 29개국 중 28위를 차지했다.

폭력에도 더 자주 노출된다. 지난해 말 성평등가족부가 발표한 여성폭력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평생 여성폭력 피해 경험률은 36.1%다. 성폭력 피해 경험률은 25.9%로 남성 12.7%보다 두 배 정도 높다. 성폭력 범죄자는 남성이 95.1%, 여성이 4.9%다. 친밀한 관계 살인·치사 범죄자는 남성이 75.8%, 여성 24.2%였다.

구조적 성차별의 원인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남성중심적 가부장제에 뿌리가 있다는 게 여성파업 조직위의 분석이다. '여성은 결혼과 임신, 출산, 육아를 하는 성별'이라는 인식이 일터와 노동시장에서의 차별,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여성 고용률은 10~20대를 거치며 높아졌다가 30대가 되면 떨어지고, 40~50대에 다시 오르는 양상을 보인다. 40~50대는 저임금 일자리인 돌봄·요양·콜센터 노동에 쏠려 있다.

윤석열 정부와 달랐지만,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

이재명 정부는 구조적 성차별을 인정하고 있다. 이를 바꾸기 위한 움직임도 있다. 성별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해 고용평등임금공시제를 500명 이상 민간기업에 2027년부터 도입한다고 한 것이 대표적이다. 고용평등공시제는 성별 임금과 고용 등 기업별로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전 정권과 다른 인식을 보여주는 지점들도 있다. 첫 후보자가 낙마하는 잡음이 있었지만 여성가족부 장관에 원민경 여성인권변호사를 임명했다. 원 장관은 지난해 10월 국무회의에서 "여성에 대한 구조적 성차별이 광범위하다"고 발언했다.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차별금지법에 의미 있는 의제이며 제정해야 한다는 인식을 보였다.

다만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다. 고용평등임금공시제는 구조적인 성차별 실태의 전체를 드러내기에는 역부족이다. 고용노동부의 사업체노동실태현황에 따르면 2023년 기준 500명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여성종사자는 95만1천638명으로, 전체(823만816명)의 11.5%에 불과하다. 여성노동자들의 채용·승진·직무·노동안전 등에서 겪는 차별을 보여주기도 어렵다.

정권의 인식도 부족함이 보인다. "여성가족부를 없애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정부 부처에서 '여성'이 사라졌다. 여성가족부는 성평등가족부로 바뀌었다. 고용노동부는 성평등 노동정책을 기획·수립·집행하는 여성고용정책과를 폐지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구조적 성차별을 인정했지만 바로 뒤이어 "특정 영역에서 예외적으로 남성들이 차별받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차별금지법에 대해선 필요하다면서도 정책 우선순위는 아니며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OECD 국가들 중 차별금지법이 없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구조적 성차별 없애려면
"모든 종류의 차별 폐지해야"

따라서 파업을 하겠다는 여성들의 요구는 구조적 성차별 폐지와 연계돼 있다. 나아가 모든 노동자에 대한 차별 철폐를 요구한다. 불안정 일자리 종사자에 대한 차별 철폐가 곧 여성노동자 차별 철폐로 이어지는 까닭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일터에서의 성차별 금지를 위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과, 세계노동기구(ILO) 190호 협약(폭력과 괴롭힘 근절) 비준이 들어 있다. 대부분 열악한 처지에 내몰려 있는 여성노동자에 대한 보호와 임금 상승을 위해,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5명 미만 사업장·장애인 등 모든 노동자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과 최저임금 대폭 인상, 최저임금법 위반한 사용자에 대한 엄벌도 요구하고 있다.

올해 여성 파업대회는 6일 오후 12시30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다. 올해 파업 구호는 '지금 여기에 실질적 성평등을'이다. 여성 파업은 1975년 10월24일 아이슬란드에서 시작했다. 여성 90%가 성별 임금격차에 항의하며 임금노동과 가사·돌봄노동을 거부하고 거리로 나선 것을 계기로 스페인·아르헨티나·폴란드 등 세계 각지에서 유사한 여성 파업이 이어졌다. 한국에서는 2024년 3월8일 처음 시작했다. 올해로 3년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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