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젊을 땐 주식, 은퇴쯤 채권… TDF, 연금 고수보다 낫네

김동현 기자 2026. 3. 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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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100세 시대에 맞는 연금 자산 운용법
퇴직연금 구조적 한계 봉착, 외형 성장에도 체감은 부족
제도 변화 속 TDF 급성장…장기 자산배분 해법으로 주목
“성공적인 은퇴 투자 위해선 장기투자 필요”
국내 퇴직연금 시장이 430조원을 넘어서며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은퇴자들의 체감은 다르다는 평가다.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이 430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제도가 도입된 이후 최대 규모다. 430조원이라는 숫자를 놓고 보면 한국 사회의 노후 준비 기반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실제 은퇴를 앞둔 개인들은 전혀 다르게 느낀다. 퇴직연금이 은퇴 이후 생활을 책임질 수 있는 울타리로 인식하는 사람이 아직은 드물다.

실제 많은 가입자들은 “연금이 든든하다”고 느끼기보다는 “막상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는 불확실성을 더 크게 인식하고 있다. 시장에서 느끼는 외형적 성장과 개인이 바라는 은퇴 이후 안정감 사이에는 분명한 간극이 존재하는 셈이다.

이러한 인식 차이는 단순한 심리적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024년 말 기준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가운데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은 17.5%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대부분의 자산이 여전히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머물러 있다.

은퇴 이후 20년 이상 이어질 시간을 고려하면 자산을 단순히 보전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현실에서는 장기 투자 기반 운용을 통한 자산 증식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다시 말해 현재와 미래의 물가 상승분과 화폐가치의 변동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기대수명 증가까지 감안하면 연금 자산이 실질적인 노후 소득 안정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운용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00세시대와 맞물려 은퇴 이후 생활 기간이 길어지면서 연금 자산 운용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단순히 자산 규모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장기적으로 실질 구매력을 유지할 수 있는 운용 전략이 필요하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환경 변화는 퇴직연금 제도의 질적 전환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 외형 성장에도 체감은 부족…퇴직연금 구조의 한계

국내 퇴직연금 제도는 도입 이후 빠르게 성장해 왔다. 이 과정에서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 IRP 비중이 확대되면서 개인이 직접 자산을 운용해야 하는 환경으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

과거에는 기업이 운용 책임을 부담하던 구조였지만, 현재는 개인의 책임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투자 경험과 금융 이해도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가입자들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인식되는 원리금보장형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자산 증식 기회를 제한하는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2007년 노동부가 타깃데이트펀드(TDF)를 401(k) 플랜의 기본 투자수단(QDIA)으로 인정한 이후 장기 자산배분 중심의 운용 문화가 자리 잡았다.

주식 비중을 일정 수준 유지하며 복리 효과를 누릴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서 은퇴 계좌 자산 증가 사례도 나타났다. 투자자가 직접 자산배분을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자동 운용 구조가 제도적으로 정착된 것이다.

반면 한국은 제도 외형은 성장했지만 자산 운용 방식은 여전히 보수적인 구조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가 많다. 고령화가 더욱더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장기적인 자산배분 전략 확산이 발맞추지 못할 경우 은퇴 이후 재정 안정성 확보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퇴직연금 제도가 한단계 더 성숙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적립 규모 확대를 넘어 운용 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 장기 자산배분 해법으로 떠오른 TDF

이 같은 배경 속에서 TDF가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TDF는 투자자의 은퇴 예상 시점을 목표연도로 설정하고, 그 시점에 맞춰 자산배분이 자동으로 조정되도록 설계된 생애주기형 펀드다.

은퇴까지 기간이 길 때에는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을 높여 장기 수익을 추구하고, 은퇴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채권과 현금 등 안전자산 비중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운용해 변동성을 낮추는 구조다. 투자자가 별도로 자산을 다시 분배 하지 않아도 생애주기에 맞는 자산배분이 이뤄진다는 점이 특징이다.

TDF의 핵심 개념은 ‘글라이드 패스’다.

글라이드 패스는 목표 시점까지 남은 기간에 따라 주식과 채권 비중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보여주는 자산배분 경로를 의미한다.

초기에는 주식 중심으로 성장성을 추구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안정자산 비중을 확대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물가연동국채, 부동산, 원자재, 신용채권 등 다양한 자산군이 편입되면서 운용 구조가 더욱 진화하고 있다.

기대수명 증가와 은퇴 이후 투자 기간 확대 등 사회적 환경 변화도 이러한 구조 발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국내 TDF 시장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 2016년 공모 TDF 출시 이후 시장 규모는 가파르게 확대를 이어가고 있고, 최근 설정액이 20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디폴트옵션 제도 도입 이후 자금 유입 속도가 더욱 빨라졌고, 연간 기준 최대 규모 자금이 유입되기도 했다.

투자 흐름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 보수적인 투자방식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2050년 이후 은퇴를 목표로 하는 고빈티지 상품에 자금이 집중되면서 위험자산 비중 확대에 대한 인식이 점진적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제도적으로 적격 TDF가 안전자산으로 인정되면서 자산배분 전략의 활용 범위가 넓어진 점도 시장 확대 요인으로 평가된다.

자산운용사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주요 운용사들이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상품 구조 개선과 비용 인하 경쟁을 이어가면서 투자자들로 하여금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과거 대비 운용보수 수준이 낮아지고 상품 유형이 다양화되면서 투자 환경 역시 점진적으로 개선되는 모습이다.

◇ 타이밍 아닌 구조에 주목해야…해답은 장기투자

다만 TDF를 투자함에 있어서도 유의할 점은 있다. TDF 역시 다른 투자상품과 마찬가지로 시장 변동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실제 지난 2022년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충격으로 주식과 채권이 동시에 하락하면서 TDF 수익률도 큰 변동을 겪은 바 있다. 그러나 이는 주식과 채권이 동시에 하락한 예외적인 환경에서 나타난 결과에 가깝다는 관측이다.

중요한 것은 TDF가 시장 변동을 제거하는 장치가 아니라 변동 속에서도 자산배분 원칙이 작동하도록 설계된 구조라는 점이다.

실제로 당시 상황 이후 시장 환경이 점차 안정되면서 다수 TDF도 회복 흐름을 보였다. 일부 상품의 경우 다시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TDF 투자 성과를 위한 핵심은 시장 타이밍을 맞추는 능력이라고 볼 수 없다. 단기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장기적으로 시장에 머무르는 시간과 자산배분이 핵심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장기 투자에서 일부 상승 구간을 놓칠 경우 수익률 격차가 크게 벌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결국 은퇴 자산관리의 핵심은 복리와 자산배분이라는 원칙을 기반으로 시간의 힘을 활용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퇴직연금 자산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지금, 단순히 원금을 보전하는 수준만으로는 은퇴 이후의 삶을 보장할 수 없다.

앞서 언급한 사회적 환경 변화 등을 미뤄봤을 때 원금 보전을 넘어 장기적으로 작동하는 투자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TDF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 해법은 아니지만, 연금 자산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현실적인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은퇴 준비는 거창한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 보유한 자산을 시간의 흐름에 맞게 자동으로 조정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출처 =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김영정 연구위원

정리 = 김동현 기자 gaed@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