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문학팀 편집자가 연기학원 찾은 이유는? [사람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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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역 인근에 이른바 '이순재 연기학원(SG 연기 아카데미)'이 있다.
한때 매주 일요일, 박혜진 민음사 해외문학팀 편집자(오른쪽·36)가 분당 집에서 이곳을 오갔다.
중문학과 독일어를 전공한 박 편집자는 한겨레교육의 출판편집 과정에 참여했다가 해외문학팀 편집자 공고를 보고 민음사에 지원했다.
대학에서 서어서문학을 전공한 김 편집자는 원래도 외국 소설을 좋아해 '순수 독자'로서 민음사 세문전을 150권가량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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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역 인근에 이른바 ‘이순재 연기학원(SG 연기 아카데미)’이 있다. 한때 매주 일요일, 박혜진 민음사 해외문학팀 편집자(오른쪽·36)가 분당 집에서 이곳을 오갔다. ‘민음사TV’ 유튜브 방송에 나온 자신의 어깨가 너무 올라가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 출연할 때는 책의 홍보 영상을 찍는 간단한 일이라 생각했다. ‘알베르 카뮈 10분 만에 알려드림’ 콘텐츠를 찍기 위해 한 달 동안 작가의 작품과 평전을 읽고 대본을 썼다. 편집 업무와 병행해 대본 쓰는 일은 생각보다 빠듯했다. 화면에 어떻게 나오는지 신경 쓸 겨를이 없다가 어느 날 발견했다. 매 회차 말의 뉘앙스와 표정이 같았다. ‘좀 더 열심히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처음 보는 사람들과 연기하며 몸 쓰는 법을 익혔다. 그가 몸으로 들려주는 세문전(세계문학전집) 이야기가 구독자의 귀에 콕콕 박혔다.
박 편집자보다 4년 뒤인 2020년 민음사에 입사한 김민경 편집자(왼쪽·36)는 ‘민음사TV’ 출연 제안을 듣고 생각했다. ‘누가 다 편집을 해서 올려주다니, 기회다!’ 박 편집자의 추천으로 제안이 왔지만 입사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무렵이라 처음에는 거절했다. 일 년 반쯤 지나 출연이 성사됐다. 너무 재밌었다. 5층 편집부에서 일하다 지하 1층 스튜디오로 ‘별난 외근’을 나가는 느낌이었다. 몇 차례 하고 끝날 줄 알았던 ‘세문전 월드컵’이 약 2년 반 이어졌다. 그사이 다른 유튜브 채널의 패널로 출연하고 영화 GV, 강연에 참석하는 등 활동 영역이 넓어졌다.
구독자 38만8000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민음사TV’는 출판사가 운영하는 채널 중 독보적 인기를 자랑한다. ‘세문전 월드컵’과 ‘세문전 독서클럽'을 진행해온 두 사람 덕분에 민음사 세문전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라이브 중계를 하던 도중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듣고 화들짝 놀라던 두 사람의 모습도 대중에게 각인됐다.
중문학과 독일어를 전공한 박 편집자는 한겨레교육의 출판편집 과정에 참여했다가 해외문학팀 편집자 공고를 보고 민음사에 지원했다. 대학에서 서어서문학을 전공한 김 편집자는 원래도 외국 소설을 좋아해 ‘순수 독자’로서 민음사 세문전을 150권가량 모았다. 언론사 입사를 오래 준비하다 어느 날 ‘플랜 B’를 찾기로 결심하고 평소 좋아하던 책을 만드는 곳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덕업일치’에 성공했다.
민음사 세문전의 2025년 판매량은 2024년 대비 30% 증가했다. 박 편집자는 “시간을 투자해서 읽었을 때 실패율이 낮아 좀 더 안심하고 고전을 찾는 면이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특히 종합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싯다르타〉의 인기를 두고 내부에서도 원인을 분석했지만 뾰족한 답을 찾지 못했다. 김 편집자는 “종교적 내용이 아니라 인생의 정답을 찾아 떠나는 한 남자의 여행기다. 〈데미안〉도 〈호밀밭의 파수꾼〉도 비슷하다. 인생의 정답을 찾고 싶을 때 고전으로 눈을 돌리게 되는데 이번에 선택된 게 〈싯다르타〉가 아닐까”라고 말했다. 그런 고전을 읽고 싶은 마음이 들 때 민음사를 선택한 배경에는 채널의 힘도 컸다.
말할 일이 적고 주로 교정지와 씨름하는 직업인 편집자가 채널을 통해 독자를 실감하게 됐다. 편집자의 일과 유튜브 업무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출간 작품을 결정할 때부터 영상 콘텐츠를 고려하게 되었다. 두 사람에게 세문전 ‘최애’ 작품을 물었다. 김민경 편집자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말했다. 일이 잘 안 풀릴 때 3권짜리 소설을 2주 내내 읽었다. 박혜진 편집자는 인생의 변화가 컸던 스무 살 초반, 처음으로 책이 실용적인 의미에서 삶에 도움이 된다고 느끼게 해주었던 〈데미안〉을 꼽았다.
임지영 기자 tot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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