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방산 협력부터 범죄자 인도까지… 韓, 아세안 우군 확보 가속
필리핀 감옥 수감 한인 살해범
李, 比대통령에 ‘임시인도’ 요청
변호사 시절 산재보상 도움줬던
필리핀 노동자와 ‘깜짝 만남’도
비즈니스포럼선 경협 가교 역할
싱가포르와는 AI, 比는 조선 등
순방국들과 공통분모 강조 연대

이 대통령은 순방 마지막 날인 이날 오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동포 오찬 간담회에서 “‘박○열’(범죄자 이름)이라고 있다. 한국 사람 3명을 살해했다고 하는데, 이 사람이 교도소 안에서 지금도 대한민국으로 마약을 수출하고 있다고 한다”며 “어제(3일) 페르디난드 로무알데스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에게 정상회의 석상에서 공식적인 부탁을 드렸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에서 이 사람을 수사해서 처벌해야겠다(라고 말했다)”며 “그 사람을 임시로 한국에 보내달라고, 임시 인도를 해달라고 요청했고 (마르코스 대통령이) 빠른 시간 내에 적극 검토해서 시행해 보겠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필리핀에서 징역 60년을 받고 수감 중이다. 이 대통령은 현지 경찰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한인 사업가 지익주씨 피살 사건’과 관련해서도 “빨리 잡아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오전에는 산업통상부가 마닐라에서 주최한 ‘한·필리핀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양국 민간 경제 협력의 가교 역할을 했다. 이날 행사는 이 대통령 취임 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지역에서 열린 첫 번째 비즈니스 포럼이다. 한국 측에선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이형희 SK 부회장 등이 참여했다.
이 대통령은 “필리핀은 니켈, 코발트 같은 핵심광물을 보유하고 있으며, 한국은 반도체와 전기·전자 등 첨단 산업 제조 기술을 가지고 있다”며 “이러한 상호보완적 산업 구조를 바탕으로 양국은 높은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포럼을 계기로 조선, 원전, 식품, 의료기기 등 총 7건의 민간 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과거 인권변호사 시절 산업재해 보상을 도왔던 필리핀 노동자와 만남을 갖기도 했다.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과거 특별한 인연이 있는 필리핀 노동자 아리엘 갈락씨와 깜짝 만남을 가졌다”며 이 대통령이 1992년 한국의 한 공장에서 근무하다 불의의 사고를 당하고 보상받지 못한 채 필리핀으로 귀국한 갈락씨를 도와 1년여간의 재심 절차 끝에 요양 인정과 산업재해보상금을 받을 수 있게 도운 인연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 사람들도 외국에 노동자로 많이 나가서 일하는데 어떤 시기, 어느 곳에서 일하든 똑같은 권리와 자유를 갖고 있다”며 “헌법에는 명기돼 있지만 헌법대로 하지 못했는데 덕분에 (갈락씨의) 후배들은 억울한 일이 없다”고 했다.
◆동남아 ‘우군’ 확보 행보 계속
이 대통령은 이번 순방 기간 방문국과의 공통분모를 강조하며 미래 유망 분야에서의 경제적 연대를 핵심 키워드로 내세웠다. 순방 기간 싱가포르와는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의 시대에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발돋움하는 데 주력했고, 필리핀과는 조선 등 분야에서의 실질적 협력 심화에 힘을 쏟았다. 순방을 통해 정상 간 신뢰 강화를 기반으로 한 ‘경제 영토 확장’의 초석을 다지고, 지정·지경학적 위기와 초불확실성의 시대에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깊이를 한층 강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불확실한 세계 질서 속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우군’을 늘려나가기 위한 행보는 계속될 전망이다.
아시아 국가 중 최초이자 최대 규모로 6·25전쟁에 파병을 했던 필리핀과는 방산 협력도 업그레이드했다. 전날 이 대통령은 공동언론발표에서 “우리 방산기업이 필리핀군 현대화 사업에 적극 참여하도록 함께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날 마닐라의 한국전쟁 참전 기념비를 찾아 헌화하고 생존 참전 용사 및 후손들을 만나기도 했다.
마닐라=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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